그날 이후 한 달이 지났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고, 혹은 남편이었을 그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 머나먼 이국땅 철창 안에서 불타 죽은 그날이.
지난 2월 6일 외국인노동자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과학수사를자랑하는 경찰은 한달 가까운 수사를 한 끝에 다음과 같은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실을 종합하여 A 모씨가 라이터를 이용, 직접 점화를 했다는 증거는 없으나 본 사건의방화범으로 인정 한다"
참으로 희한하지 않은가.
증거는 없으나 방화범으로 인정한다니. 경찰은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난 뒤 유가족 동의 없이 시신을 부검하는 패륜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는 이미 사망하여 자신의 무죄를 변호할 수조차 없는 피해자를 방화범으로 지명한 것이다.
이번 여수참사의 핵심은 누가 불을 질렀는가가 아니라 도주방지에만 치중한 나머지 인명구조를 지연시켜 대규모 인명피해를 야기한 비인권적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보호소 관리 행정에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강제단속 강제추방의 우리 이주노동 정책에 있을 것이다.
▲"죽음의 철창을 걷어라!!".
▲여수 화재 참사 한 달을 맞은 지난 11일 전남 여수에서 화재 희생자 추모 집회가 있었다.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에 있는 한 지인이 동행을 제의해 따라 나섰다.
먼저 여수 성심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헌화와 분향을 했다.
가지런히 놓인 고인들의 영정. 저들은 이 땅에서어떤 꿈을 꿨던 걸까.
▲빈소에 차려진 영정들 옆으로 당시 상황을 풍자한 그림이 세워져 있었다.
▲빈소를 나와 추모집회가 열리는 여수 진남관 앞에 모였다.
추모 집회에 앞서 참가자들이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있다.
▲고인들의 영정 앞에서 추모 시 낭독이 있었다.
▲한 유가족이 경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의문점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 의문점들을차근차근 이야기하던 그는 얼마 안가서 분노의 표정들을 쏟아냈다.
▲사고 이후 한 달이 지났으나 유가족들의 슬픔은 여전했다.
고 이 태복 씨의 아들이 죽은 아버지에게 썼다는 편지를 읽는 동안 유가족들 모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화재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 참가자들.
▲"인권은 아직도 갇혀 있다!"
▲여수 시내에서 거리 행진에 나선 참가자들. 한 외국인 노동자가 증거 없이 고인을 방화범으로 규정한 경찰의 최종 수사결과에 항의하며 재수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번 여수 화재 참사와 같은 반인권적 행위의 근본 해결책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 합법화가 아닐까.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피켓을 높이 쳐든 한 어린이. 딱 이 아이만한 나이 때 학교에서 '인간의 존엄성'이란 걸 배웠던 것 같다.
우리는 불과 30~40여 년 전 독일 등지에 간호사와 광부들을 이주 노동으로 보낸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반대의 위치에 이른 지금. 우리네 조상들이 겪었던 반 인권적 상황들을접하면서 분노하고 가슴 아파하고 있다.
이제 지금의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인간적 행태들에 대해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의 후손들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그땐 다 그랬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할 것인가.
정 종회 기자 jjh@busan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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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참사 한 달 "죽음의 철창을 걷어라"(부산일보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