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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1 13:3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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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웅 |
 http://\\\'투쟁조직가\\\'로서의 박일수 열사 |
 또 다시 다가오는 박일수 열사 2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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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기 열사 정신은 무엇인가
요즘 이러저러한 회의 자리에 가면 “능력에 맞게 하자”를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능력에 맞지 않게 원칙만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타협 할건 타협하고 현실에 맞게 투쟁을 하자는 이야기이다. 대책 없이 들이밀다간 노동조합 아작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안정적 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명부상으로 조합원만 유지되고 조합비만 제대로 거치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투다. 하긴 “사회적 대표성”은 쪽수로부터 나오니까? 하지만 나는 이러한 견해에 동의할 수가 없다. 이러한 견해 자체가 민주노조운동의 개량화 관료화를 강화시켜왔던 이데올로기였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민주노조운동이 능력을 논했는가? 언제부터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투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타협을 먼저 고민했는가?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은 투쟁에 있어 능력이 되지 않으면 단결로서 실력을 키웠고 단결에 있어 실력이 되지 않으면 연대로서 능력을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의 경험은 어떠한가?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투쟁해야 할 때 투쟁하지 않음으로써 능력의 반 이상을 스스로 파괴해왔고 또한 투쟁할 때 투쟁하지 않음으로써 조합원들의 체념을 강화시켜 왔다. 주요한 정세 때 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빠져나올 수 없었다. 결과는 무엇인가? 민주노총은 이제 동원능력조차 상실해가고 있다. 모든 투쟁은 패배의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고 능력이 안되면 깨질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투쟁은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투쟁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투쟁해야 할 때 투쟁하지 않음으로써 조합원들의 체념을 강화시키는 것은 투쟁 동력을 완전히 소진시키기 때문에 정말 치명적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본들 파괴된 동력이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이제 능력은 단결 투쟁에서 뻗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측과의, 정부와의 교섭에서 나온다. 현장조합원들이 선출한 대표자들은 투쟁 조직가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사측과의 대화와 교섭, 노사 상생을 위한 타협과 화해를 위한 전문가의 역할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박일수 열사 투쟁의 결과물인 합의서의 정식 명칭이 “고 박일수 열사 분신 관련 합의서”가 아니라 그냥 “합의서”였다는 사실을 많은 동지들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그게 무슨 문제냐고 묻는 동지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만 집고 넘어가자. “합의서”는 현장 밖에서의 박일수 열사 투쟁이 현장 하청 대중투쟁과 결합되는 바로 그 시점에서 타결되었다는 것이다. 박일수 열사를 솔밭산에 묻는 그 날 현대중공업 소지공 동지들은 동구청에 모여 사내하청노조로 집단가입했다. 또한 지역 동지들의 힘찬 연대로부터 고립된 채 스스로의 단결된 힘으로 3달 가까이 투쟁했다. 박일수 열사 투쟁이 소지공 동지들의 현장 투쟁과 결합되었다면 투쟁의 양상은 누가 보더라도 다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합의서”가 나오게 된 논리적 근거는 투쟁 동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죽음의 공장으로부터 충원된 현장 동력은 투쟁 동력이 아니고 그 무엇인가? 오히려 열사투쟁을 통해 조직한 가장 강력한 투쟁 동력이 아니었는가? 그리고 박일수 열사 투쟁은 2001년 효성 공장점거파업 이후에 사라진 지역연대투쟁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쪽수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합의서”를 통해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현대중공업이었다. 열사투쟁이 마감되었기 때문에 “좌경폭력세력들”이 다시 모일 이유가 없었고 평화로운 상황에서 정몽준을 국회로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투쟁하지 않는데 합의서를 지킬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합의서”는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파기되었고 소지공 동지들에 대한 탄압이 자행되었다. 또한 열사투쟁에 결합했던 지역 동지들이 지금까지도 벌금 문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합의서”는 투쟁을 확대할 수 있는 결정적 시점에서 투쟁 확대를 가로 막고 투쟁 동력을 급격히 소진시켰다. 그리고 최근의 비정규직 투쟁 속에서 동일한 패턴이 지속되고 있다. 정규직 대리교섭을 통한 보충 협약안의 이름으로, 사회적합의안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고 있다. 선출된 대표자들은 투쟁조직가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사측과의 교섭과 타협이 지상의 과제가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박일수 열사는 진정한 투쟁조직가였다. 2002년 일당직(상용일급제) 하청노동자들의 집단적인 행동, 현장 안에서의 작업거부투쟁을 통하여 소급분을 쟁취했다. 이 투쟁은 21C에 들어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최초의 집단적인 투쟁이었을 뿐만 아니라 승리의 첫 결과물이었다. 또한 현장 모임인 한마음회를 조직하였고 많을 때는 회원 수가 조선과 해양사업부까지 합쳐 50여명 가까이 늘어나기도 했다. 박일수 열사는 한마음회를 소집하고 운영하면서 스스로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노동법을 학습했고 안되면 지역 단체들을 찾아가 방법을 찾았다. 부서 동료들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하여 사측의 모진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을 조직해갔다. 일시적으로 사측의 회유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코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과연 박일수 열사가 투쟁 동력이 안된다고,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투쟁을 포기했는가?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방법을 찾았고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노동자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단결을 호소하지 않았는가?
박일수 열사 2주기를 맞아 부담스러운 연례행사로 마감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시기에 있어 박일수 열사의 비타협적인 투쟁 정신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았던 투쟁 조직가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심장에 새겨야 한다. 올해에는 깨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투쟁, 투쟁 확대의 결정적 시점에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방법을 찾는 모습들을 보고 싶다.
어제 서울에 있는 한 동지가 전화로 “박일수 열사 2주기가 다가오는데 뭘 해야되지 않겠어요” 묻는다. 딴에는 2주기를 실무적으로 준비한다고 이러저러하게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외부적으로 크게 보여지는 모습이 없다는 질문으로 받아들였고 사실이 또한 그렇다. 설전부터 사내하청지회 내부적으로 박일수 열사 2주기를 어떤 기조로 가져갈까를 논의했다. 외부적으로 보여주는 연중행사로서의 추모제 형식보다는 현장 하청노동자들의 조직화의 출발점으로, 현대자본에 맞선 사내하청지회의 투쟁을 결의하는 장으로 박일수 열사 2주기를 준비하기로 했다. 사내하청지회 내적으로 보면 상집이 해체된 상황이고 주 1회 선전전조차 정기적으로 발행하지 못할 정도로 활동이 거의 정지되다시피 했다. 재정적으로는 사무실 사글세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원들과의 소통조차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죽은 노조, 부끄럽지만 이것이 현중사내하청지회의 초라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일수 열사 2주기는 사내하청지회에게는 남다른 긴장과 의미를 가진다. 현대중공업 운동의 청산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방어해 낼뿐만 아니라 사내하청지회의 간판을 ‘단순히’ 유지하는 방어적 시기를 끝내야 한다. 그것은 현장과의 소통을 재개하고 현장조합원 동지들과의 만남과 대화, 현장조합원 모임의 안정적인 운영 속에서의 제안과 논쟁, 결정과 집행, 선전과 교육을 통해서 현장 대중투쟁의 주체들을 조직하는 것, 마침내 현장대중투쟁의 조직가로서의 살아 있는 노조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 출발점이 박일수 열사 2주기를 맞는 사내하청지회의 계획이고 초점은 조합원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고 이 곳에서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끝으로 인터넷과 공문을 통해 공지된 사내하청지회의 출퇴투 일정에, 특히 13일부터 17일까지의 일정과 12일 솔밭산 참배와 14일 전하문에서 있을 열사정신 투쟁 결의대회에 지역의 많은 동지들이 동참해주기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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