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이랜드 노사갈등 97, 2000, 그리고 2007
구은회 기자/매일노동뉴스
회사측은 시간끌기, 노조는 극단 저항 … 박성수 회장은 파업 때마다 외유
지난 97년 4월12일, 이랜드노조에 한 장의 공문이 날아들었다.
회사측이 보낸 이 공문은 "5월1일부로 노조전임자 7명 중 1명만 남고 다 현장으로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급여지급 중지 등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장의 공문이 화근이 돼 그해 6월25일 시작된 노조의 파업은 67일만에 종료됐다.
2000년 6월16일, 이랜드 비정규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도급철폐를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사흘 뒤인 6월19일에는 노조 사무전문직과 식품분회가 파업에 동참하면서 파업 규모가 커졌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투쟁으로 사회적 조명을 받은 당시 파업은 해를 넘겨 2001년 3월10일에야 마무리됐다.
파업 돌입 265일만이었다.
2007년 8월23일 현재, 옛 한국까르푸노조와 통합되면서 덩치가 커진 이랜드일반노조가 비정규직 해고중단을 요구하며 57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랜드그룹 유통계열사 노조인 뉴코아노조 역시 비정규직 업무 외주화 철회를 주장하며 62일째 파업 중이다.
* 적대적 노무관리가 부른 3차례 파업
이랜드노조가 벌인 전면파업 일수를 합치면 380일이 넘는다.
이는 노사갈등이 회복되기 힘들 정도의 심각한 수준임을 의미한다.
이랜드노조는 97년 67일간의 파업을 종료하며 회사로부터 단체협약 체결이라는 '양보'를 얻어냈다.
노조설립 4년만이었다.
"하나님의 기업에 노조가 설 곳은 없다"며 노조의 실체를 부정해온 이랜드그룹이 노조의 극단적인 저항 앞에 결국 단체협약을 받아들인 것이다.
단협 체결 전까지 노조는 신촌 본사 앞에서 텐트농성을 벌였고, 일부 조합원들은 몸에 쇠사슬을 감아가며 '노조탄압 분쇄'를 외쳤다.
노조는 연일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갔지만,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18일째 되던 날, 박 회장은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다.
파업사태를 겪은 그해 외환위기가 닥쳤고 이랜드는 부도위기에 몰렸다.
채권자들로부터 빚독촉에 시달리던 이랜드는 28개 계열사를 8개로 줄이고,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2천여명을 구조조정했다.
이랜드는 정규직이 떠난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2000년 파업은 비정규직이 먼저 시작했다.
이들은 비정규직원 초임을 50만6천원에서 72만6천원으로 인상할 것과 도급 철폐를 요구했다.
비정규직의 투쟁에 정규직이 힘을 보태면서 파업 규모가 커졌다.
노조지도부 삭발과 단식투쟁, 철야농성, 매장 점거농성, 불매운동이 이어졌다.
두 번째 파업사태를 맞아 이랜드는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불법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교섭도 회피했다.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돼 박성수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그런데 박 회장은 이번에도 해외로 떠났다.
박 회장은 무려 3년 동안 미국에서 외유생활을 했고,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 파업 때마다 사라지는 회장님
2007년 8월 현재.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는 두달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번에도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노조는 매장점거농성과 불매운동을 벌였고, 두 노조의 투쟁에 노동계과 시민·사회단체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앞서 진행된 두 차례의 파업사태에 견주어 볼 때, 이랜드-뉴코아노조의 이번 파업 역시 장기파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이랜드 노사는 열흘 넘게, 뉴코아 노사는 일주일 넘게 교섭자리를 갖지 못하고 있다.
두 노조가 "사태 해결의 권한을 쥔 최고 책임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화여대 앞 두평짜리 옷가게를 재계 순위 26위의 대기업으로 끌어올린 '자수성가 오너'의 숨바꼭질에 이랜드 노사는 또다시 장기 노사갈등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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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파업이 어쩜 그리 똑같냐!?(매일노동뉴스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