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되는 죽음의 항거. 고 정해진 열사의 명복을 빕니다.
4년 전 이용석 열사는 비정규직노동자대회가 벌어지는 날에 몸을 불살랐다. 그리고 2007년 비정규노동자대회에서 또 한 명의 아름다운 영혼의 마지막 타오름이 있었다. 자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처럼 아마 그들도 비정규직노동자대회가 열리는 날 비정규투쟁이 훨훨 타오르길 바라면서 그 쓴 고통을 무릅쓰고 몸에 불을 댕겼으리라.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분신했다. 비정규직이 생긴지 얼마나 됐다고 이토록 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요구하는가? 불법파견으로, 부당해고로, 불법다단계 하도급으로, 공권력의 폭력으로 너무나도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이 세월을 휩쓸고 갔다.
20여 년간을 전봇대, 철탑 위의 고압전선을 매만지며 살아온 순박한 영혼의 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사측의 교섭대표인 대진전업 사장 유해성만이 아니다. 살인자는 짜잘한 건설용역업체 사장만이 아니라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무위도식하는 자들이 모조리 다 주범이요, 공범이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수많은 공기업의 사장들과 굳이 건설회사가 필요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건설회사의 이윤을 보장해주고 커미션을 챙기는 경제관료들, 불법 하도급 제도에 그 어떤 제도적 보완과 입법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치모리배들,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공안통치로 다스리는 정치검찰들과 그 한통속인 정치판사들 모두가 정해진 동지의 목숨을 앗아간 비열한 범죄 카르텔이다.
주 40시간노동이 입법화된 나라에서 주 44시간의 노동과 토요격주 휴무, 단체협약을 요구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목숨을 끊었다고 하면 그 이면에는 얼마나 많은 부패와 반칙들이 횡행하고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조차 보장하지 않으려 한국노총 조끼를 입고 영진전업 파업농성장을 침탈한 구사대들은 누가 배후조종한 것인가? 분명한 것은 법률에 금지되어 있는 노조(한국노총 소속 경인전기노조 건설 및 지원)에 대한 지배개입을 건설회사에서 자행한 것이며, 또한 그 괴뢰노조를 통해 또 다른 노동조합을 공격한 사실이다.
부평 영진전업 대표이사는 유해성의 부인이며, 유해상의 친형인 유해철은 전무임과 동시에 한국노총 경인전기 노조 사무장이라는 사실, 경인전기노조 위원장 황근연은 유해철의 이종사촌 형이라는 점 이외에 어떤 정황과 증거가 더 필요한가?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는 관련성을 부인하나 향후 한국노총의 이 사건에 대한 대응과정을 통해, 또 면밀한 사건조사를 통해 한국노총의 책임의 범위가 정해질 것이다. 범죄행위를 일삼은 소속 노조의 제명은 물론, 상급단체로서 열사 앞에 그리고 모든 비정규 노동자 앞에 공개적으로 사과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도 한국노총은 비난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노동자대회에서 우리는 두 명의 동지를 잃었다. 그 분들이 비정규직노동자대회에 모였던 대오에게 호소하고 촉구한다. 보다 더 강력한 대회를, 보다 더 강렬한 투쟁을 모아 모아 이 악몽같은 비정규직에 대한 범죄행위를 끝장내 줄 것을.
2007년 10월 29일
전국노동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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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되는 죽음의 항거. 고 정해진 열사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