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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김재진씨와 그의 예비 신부 김현주씨
ⓒ 민중의소리
"우리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당당하게 씩씩하게 이겨내자. 사랑한다. 김재진"
사랑하는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대화가 들리게끔 나 있는 구멍을 통해 조심스럽게 건네졌다.
유치장 면회실 유리벽을 마주보고 두 연인이 서 있었다. 결혼식을 열흘 앞둔 4월 10일이었다.
어머니를 모시고 아파트에서 살았던 남자는 여자와 결혼 후 함께 살다가 1년 후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로 약속하고 조그마한 신혼집을 마련했다.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7만원인 15평 오피스텔이 그것이었다.
1년만 살기로 한 집이라 특별한 신혼살림없이 침대하나에 동생이 결혼선물로 사준 고가 40인치 TV, 간단한 살림도구가 다였다.
하지만 여자에게 이 조그마한 집이 이렇게 커보인적은 없었다.
정작 주인인 예비신랑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미처 돌리지 못한 청첩장은 주인을 잃고 방안 한구석에 있다가 모두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남자에게 울리는 핸드폰은 이제 모두 여자의 몫이 됐다.
지난 11일에는 구속적부심 재판이 열렸다.
김현주씨는 결혼식을 앞둔 신랑 김재진씨를 구속해 재판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오후 2시 구속적부심 재판이 열려 오후 5시에 결과가 나왔다.
그 시간동안 결과를 초조히 기다리며 아직 부치지 못한 수백장의 청첩장을 동료들과 함께 접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각이었다.
그날 저녁 양가 부모님들과 형제들에게 김재진씨의 구속 사실을 알렸다.
이전까지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구속됐다는 사실도 알리지 못했다.
소식을 접한 모든 이들이 충격을 이기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인생에 단 한번뿐인 결혼식을 치룰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김재진씨와 김현주씨는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 시절 김현주씨가 부본부장, 김재진씨가 광양시지부 조직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민주노총 전남본부와 광주본부가 2007년 분리되면서 김현주씨가 전남본부 교선국장으로 순천에 내려와 활동하면서 더욱 가깝게 되었다.
6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편치만은 않았던 집안관계 역시 잘 풀어나가 4월 20일 백년해로의 연을 맺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결혼식 16일 전인 4월 3일 김재진씨에게 구인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작년 7월 광양시청 공무원과 김재진씨간 우발적인 마찰을 이유로 검찰에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그는 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라는 죄를 지게 된 것일까?.
사건의 시작은 작년 7월 광양항 허치슨터미널에서 일하던 항만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했던 때로 돌아간다.
당시 광양항 내 2개 사업장에서 노조가 설립되자, 허치슨터미널 사측은 노동자 4명에게 사주, 설립 총회도 하지 않은 어용노조를 광양시청에 설립 신고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허치슨 터미널에 근무하던 40여명의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결성하기로 했다.
결국 사측 사주를 받고 노조를 설립한 4명의 노동자들은 양심선언을 하고 노조설립 신고증 교부 전 노조해산총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광양시청은 노조해산신고서를 반려했다.
사용자에서 노조해산을 거부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현주씨는 "시청이 사용주 지시에 의해 설립된 한국허치슨터미널 노동조합을 존속시킴으로서 42명의 노동자가 민주노총 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허치슨지회를 설립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전남본부 조직국장인 김재진씨를 포함한 민주노총 간부, 운송본부 간부들, 허치슨지회 조합원들은 광양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마찰이 일어났다.
공무원들은 전치 2주 판정을 받았다.
공무원 3명은 김재진 국장을 포함 민주노총 간부들을 고소했지만 작년 말 고소를 취하했다. 경찰에 출두해 조사도 마쳤다.
하지만 순천지검 공안검사는 이미 끝난 사건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라는 이름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재진 조직국장은 2006년 현대 하이스코비정규직투쟁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1년 8개월이 남은 상태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은 무죄 아니면 실형이기에 유죄로 판결되면 최소 3년 6개월 이상을 구치소에서 보내야 한다.
김현주씨는 막막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수감 될지도 몰랐고, 구속적부심 심사가 기각될 줄도 몰랐다는 것. 법원은 기각사유를 도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곧 결혼할 사람이 왜 도주를 하겠냐"며 "이것은 반인륜적인 처사"라고 분노했다.
그녀는 신랑이 없다고 결혼식을 포기하지 않을거란다.
20일 결혼식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입장. 다만 당초 장소였던 순천대학교가 아닌 김재진씨가 구속된 순천구치소로 장소가 바뀔 예정이다.
김현주씨는 "신랑은 없지만 결혼식은 하고 싶다. 아니 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과 법원의 '반인륜적 처사'가 신부에게 신랑 없는 반쪽 결혼식을 준비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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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며칠 앞두고 구속이라니............ 이럴수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