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여 잘자라
자본과 권력의 도적떼들 우글거리는
성은 나날이 더 높이 올라가고
그 안에 갇힌 우리는
도살되기 위해 사육되는 한낱 고깃덩어리였어라
얕으막한 산 정든 땅 내 고향 정읍 산외에서
정다운 어머니의 산고 끝에
귀하게 태어난 한 생명은
42년 그리 길지 않은 생의 여정에 지쳐
절망보다 뜨거운 신나를 자기 몸에 끼얹고
스스로 자기 삶을 모두 태웠으니
동지여 이 땅에 그리도 쉴 곳이 없었더냐?..
무엇이 너를 그토록 외치게 하더냐?..
누가 너의 절규를 그리도 듣지 않더냐?..
외치다 외치다
너의 목에 피가 나도록 외치다
온 몸의 힘이 빠지고 정신마저 혼미할 때
마지막 남은 전단지 광장에 흩뿌리고
너의 마른 몸에 불이라도 붙이면
활활 타는 불 속에서 고통으로 오징어처럼 비틀어 타죽어가면
그가 또 그들이 너의 말을 들어주리라 생각했는가?...
이 사람아
이 몹쓸 사람아
어찌 그리 모질게 떠나가는가?..
우리의 가슴을 할퀴고
피 묻은 손톱으로 어찌 떠나가려는가?
남은 우리는 어떡하라고?..
이제 우린 누구를 안고 울으리?..
독재의 방패에 찍혀 머리에 흐르는 피를 누가 닦아주라고?..
잡은 손 뿌리치고 휘이 훠이 먼저 가려하는가?..
같이 살았어야제..
함께 싸워 민주화 지켜내고
이 나라 정기 바로세워
더 이상 광장에서 외치는 소리 들리지 않는 날
이 너른 광장 멍석 하나 깔아 놓고
우리 부등켜 안고
덩실 덩실 춤추며
남자끼리 꺼끄러운 수염난 얼굴을 눈물로 부비며
굳은 살 배긴 손 마주잡고
같이 울고 같이 살자고 안했던가?..
미안허이
자네의 눈물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허이....
그 비 쏟아지고 벼락치는 밤
자네가 생사를 넘나들며 싸우던 날 밤에도..
자네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하고 우리는 이 거리에서
독재타도와 반역자 처단을 외치며 눈물로 싸웠다네
자네 가는 길 혼자 쓸쓸히 보낸 것
그게 제일 미안허이
잠시 쉬고 있게
내 곧 뒤따라 가겠네..
자네 떠나는 길 같이 울어주지 못해 정말 미안허이..
동지여 지금은 하늘도 잔뜩 흐린데
하루 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가슴 속에 뜨거운 눈물 흐르는데
어찌 내 눈에 눈물 한방울 나지 않는건가?
그라제 우리 아직은 눈물을 흘릴 수 없는 거제...
아직은 분노가 슬픔을 뒤엎어 버리는 거제..
동지여
자네를 죽인 저 반역자를 처단한 후에
자네에게 와서 통곡하며 울겠네
동지여 잘가게
독재와 부패와 궤변이 없는 그곳에서
동지가 그토록 맡고 싶어했던 흙냄새
따스한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잠시 눈 좀 붙이고 있게나..
내 시간 내어
자네가 느꼈던 온도 그 이상이야 가겠냐만은
동지가 묻힌 자리에 돋아난 새풀위에
내 가슴 속의 뜨거운 눈물 흘리러 가리니...
동지여 편히 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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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병렬동지께 바치는 헌시(장을규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