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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3 13:07: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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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사저널(펌) |
 뼈에 사무친 비정규직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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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사무친 하청인생
-서울행정법원 2006.5.18. 2005구합12190.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재시판정취소-
포항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다.
점거이유는 제쳐두자.
처음부터 점거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우발적인 불가항력의 사태”.
그 배경에는 포스코가 임단협과 관련해 원만한 협상을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약속을 깨트렸기 때문이다.
노동법적 문제에 있어 단연코 종합선물(?)세트인 ‘원·하청구조’. 우리나라에서는 그 자체가 불평등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청기업에 노조가 생기면 불평등한 구조는 더더욱 불편한 구조가 된다.
노동법은 최 말단 노동자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도록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행정은 너무 헐겁고, 법제도는 삭아버려 안전망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럽다.
그런 뻥 뚫린 안전망 아래로 목숨을 내던지는 노동자들이 늘어간다.
이건 막아야 한다.
사건의 쟁점
원청기업은 상시근로자 2만5천여명을 사용하는 선박건조 및 철골구조물 제작업 등을 경영하는 회사이다.
하청기업은 원청기업 내에서 상시근로자 70여명을 두고 원청과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회사 근로자들은 ‘사내하청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그리고 노조위원장(원고)은 해고되었다.
원고는 조합활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하청기업을 폐업하는 방법을 통해 해고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하청기업 노조위원장을 해고한 것이 사실이라면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사건의 핵심은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누구냐에 있다.
하청기업은 폐업하였으니 사실상 구제실익은 없다(제760호 참조).
그렇다면 원청기업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판례의 경향과 문제점
일본의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인 사용자의 범위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사용자로 본다(最高裁判所 平成7 1995. 2. 28).
따라서 원청기업도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하급심에서는 원청기업이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그러한 판단이 항상 일관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조법 제81조 4호의 적용(지배·개입)에 있어서 긍정적인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사건과 비슷한 시기의 판결(서울행정법원 2006. 5. 16. 2005구합11968.)도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원청기업과 근로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인해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취급, 부당해고 등의 인정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
결국 노조법상의 사용자성, 특히 원청기업을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중노위와 하급심 판례가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청기업(파견·용역도 마찬가지임)과의 근로관계는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원청회사가 실질적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여 하청기업의 조합원을 해고하거나 아예 하청기업이 폐업해버린 경우다.
이 부분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법원도 이 부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내하청의 문제와 법적용의 한계
사내하청 노조의 경우, 불법파견·위장폐업 등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제748호, 제760호 참조).
또한 교섭의 상대방, 쟁의행위의 정당성, 복수노조 여부 등 사내하청은 다양한 문제를 짊어지고 있다.
정규직 노조와의 관계도 문제된다.
여하간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대부분 원청의 지시·감독을 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원·하청기업에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는 하청기업의 노조는 폐업이라는 협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상시적인 고용불안이 야기된다.
원청기업의 계약해지→ 하청기업의 폐업 → 하청기업 근로자의 직장상실(해고)의 수순은 거의 일반화되어 있음에도 이를 규제할 현실적인 법률이 없다.
폐업을 한 경우라면 부당노동행위 구제의 실익도 없게 된다.
결국 그들은 ‘구속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다.
사내하청 노조의 노동3권 보호
이 사건의 법원은 ‘외견상 원청기업과 원고 근로자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었던 것과 유사한 면이 없지 않다’고 판단한다.
만약 하청기업의 존재가 원청기업의 형식적·명목적 존재로서 종속되어 독립성이 없다면 원청기업과 원고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가령 원청과 하청기업이 모자(母子)기업과 같은 경우라면 직접고용을 주장할 수 있다(대판 2003. 9. 24. 2003두3420.).
그러나 그 외의 경우에는 법원은 원청기업과 원고 근로자 사이에는 (묵시적)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것은 별개로 한다고 하더라도, 해고된 근로자는 누구에게 근로관계의 존재를 주장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다.
이 사건과 같이 하청기업이 폐업한 경우라면 방법은 단 하나. 원청기업에 직접고용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상 직접고용을 인정할만한 마땅한 노동법적 근거가 없다.
답답할 노릇이다.
노동법학계 학설은 다양하나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별 기능을 못하고 있다.
대안은 없는가
먼저 원청기업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할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
노동부는 거의 이 부분에 대해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이러니 노동계가 노동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노동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둘째로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노조와의 대화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원청기업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체교섭이 일부분 가능하도록 열어두어야 한다.
물론 중소사업장의 부당한 단가압력이나 계약해지 또한 규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규직 노조가 사내하청 문제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는 태도가 요구된다.
여기까지의 논지에 반대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유연화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하청구조의 폐단을 바로잡는데 있다.
한 인간의 삶까지는 하청의 대상이 될 수 없어야 한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일이 없어져야 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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