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만원 횡령-구속·실형, 25억원 횡령-집행유예·보석
노회찬 “서민과 너무 비교되네…벌금 미납자 노역시켜라”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구속되지 않거나, 금방 풀려나는 등 법 집행이 형평성을 잃었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조세포탈과 뇌물수수, 횡령, 불법대선자금 수수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제인·정치인·언론인·고위공무원 등 131명에 대한 사법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10일 밝혔다.
노 의원이 법무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131명 가운데 아무런 혜택을 받지 않은 채 죄값을 제대로 치른 사람은 19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형사사건으로 10명 중 9명(구속률 87%)이 구속된 데 비해, 고위층 범죄자는 10명 중 3명(구속률 34%)만 구속된 것으로 나타나 범죄자의 사회적 지위 고하에 따라 법 집행도 차별적임이 밝혀졌다.
더구나 각종 범죄를 저지른 경제인의 87%와 언론인의 75%가 불구속 입건됐으며, 구속됐던 경제인의 92%와 언론인의 100%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고위공무원(집예유예 선고율 27%) 등에 비해 경제인과 언론인에 대한 처벌이 매우 관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열린우리당은 광복절을 앞두고 경제인 특별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를 계기로 법 집행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의원은 앞으로
△김대중 정권 이후 특별사면 복권자 분석
△서울중앙지검 횡령사건 전체 분석
△공적자금 세금포탈자 분석
△구속사건 변호사 승률 분석 등을 통한 전관예우 실태
△구속적부심 결정문 분석 등을 차례대로 공개할 예정이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실태가 적나라하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은 사면복권 추진과 관련해 “측근에게 선심쓰라고 헌법에서 대통령 사면권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며 “경제인과 정치인 특사는 대기업의 횡령과 탈세, 정경유착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인 53명 중 49명 집행유예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는 25억2,700만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25억7천만원을 횡령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구속된 지 3개월도 안 돼 보석으로 풀려났고,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조희준 당시 국민일보 대표도 2001년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가 3개월도 안 돼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현재까지 벌금 50억원 가운데 한 푼도 납부하지 않은 채 외국으로 도피했다.
자료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른 53명의 기업인 가운데 49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46명이 불구속, 3명이 보석, 3명이 형집행정지로 풀려났고, 11명이 사면복권됐다.
역시 범죄를 저지른 54명의 정치인 가운데 28명이 집행유예, 31명이 불구속, 5명이 보석, 2명이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들 중 7명이 사면복권을 받았다.
12명의 언론인은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9명이 불구속, 2명이 보석, 1명이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11명의 고위공무원 중 집행유예는 3명, 보석은 5명, 형집행정지는 2명, 가석방은 1명으로 밝혀졌다.
반면 77만원의 음식대금을 중간에서 가로 챈 중국집 배달원은 횡령 혐의로 10개월 실형을 살았다.
벌금·추징금 미납액 308억원
전두환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추징금을 내라고 하자 “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고 주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전씨는 현재까지 2,205억원의 추징금 가운데 24%인 532억원을 납부하는데 그쳐 미납액은 자그마치 1,67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노 의원이 이날 밝힌 자료에 따르면 현재도 상당수의 정치인과 언론사 대표들이 추징금과 벌금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표 참조>
고위층 범죄자 추징금 벌금 미납 현황
이 름 당시 직위 죄 명 추징금(벌금) 납부액 미납액
조희준 국민일보 대표 특가법조세, 특경가법횡령 등 (50억원) 0원 50억원
박재욱 국회의원 정자법위반, 특경가법횡령 13억원 0원 13억원
김용채 건교부장관 특가법뇌물 6억원 0원 6억원
박혁규 국회의원 특가법뇌물 4억5천만원 0원 4억5천만원
김방림 국회의원 특경가법알선수재 등 4억원 0원 4억원
김민석 국회의원 정치자금법 2억원 0원 2억원
이양희 국회의원 정자법위반, 특경가법알선수재 4천5백만원 0원 4천5백만원
김봉호 국회부의장 정치자금법 11억920만원 5억2천만원 5억8,920만원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 정치자금법 12억원 5억원 7억원
* 대법원, 법무부 제출자료 / 노회찬 의원 재구성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혐의로 13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박재욱 전 의원은 현재까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뇌물을 받아 사법처리된 김용채 전 건교부장관도 6억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들 외에 4억5천만원~4천5백만원까지의 추징금을 선고받고도 한 푼도 내지 않은 정치인들은 박혁규, 김방림, 김민석, 이양희 전·현직 의원 등이다.
김봉호, 서청원, 손세일, 김운환, 박병윤, 박주천, 송영진, 김현규, 권노갑 등 정치인과 김병건 동아일보 부사장,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 장재근 한국일보 부회장 등은 추징금과 벌금을 선고받고도 5억8천만원~500만원 등을 미납한 채 버티고 있다.
이들의 총 미납액은 308억원에 이른다.
노 의원은 “검찰은 이들을 강제구인해서 재판부의 주문대로 1천일 동안 노역장에 유치해야 마땅하다”며 “그래야 사법정의가 바로 설 것”이라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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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