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민주노총의 사무총장으로 노동자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동지에게 진보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작은 일에도 힘겹게 버티고 있는 지역위원회 위원장으로써 존경과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7차 중앙위에서의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전략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결의안의 논의과정에 대한 이석행동지의 진보정치 인터뷰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사회적 교섭전략이 민주노총의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 전술을 폐기해야 하는 객관적 상황이 충분하게 입증되었다고 판단합니다. 이수봉대변인은 프로메테우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교섭을 통과시키면 그 명분을 가지고 강행하지 않겠다고 비공식적으로 말했다. 최근에 이해찬 총리도 강행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했다.….그러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총파업을 주장하면서 판을 깨고 간다면 정부는 잘됐다면서 법안 처리 할 거다.”라며 정부의 언질과 사회적 교섭의 절박함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23일의 상황을 보고도 과연 노무현정부가 그 약속을 아직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노무현정부에게 ‘노(사)정 대화’는 선진사회협약이라는 대노동자(국민) 이데올로기 공세를 완결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것 아닙니까? 이미 실패가 예상되었던 전술, 이미 실패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전술을 고집한다는 건, 결과적으로 투쟁으로 건설된 민주노조의 정체성과 투쟁력을 스스로 부정하고 소진하는 우려스러운 인식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민주노총 집행부가 자본과 권력의 비정규개악안을 비롯한 반노동자적인 노동정책에 대한 계급적 본질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고스란히 고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비정규개악안이 자본가계급에게, 그들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노무현정부에게 양보와 타협의 대상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초국적 자본의 하청계열화를 통해서라도 이윤분배의 구조에 편입하려는 한국의 자본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물론 노동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격렬한 계급투쟁이 불가피한 지점입니다. 세계노동운동사에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자본가계급이 스스로 양보한 역사가 있습니까? 개량조차도 투쟁하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은 노동운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혹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그런데 정작 문제는 사회적 교섭과 관련한 인식만은 아닙니다. 굳이 반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당에 대한 동지의 폐쇄적인, 패권적인 조직관입니다.
동지는 “당은 당 자체의 문제를 가지고 논의하라“고 했습니다. 87년부터 진보정당운동을 하면서 수많은 배신과 마타도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저에게 또 한번 절망스러운 발언입니다.
이석행동지! 평등과 자주로 대변되는 이념을 가지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투쟁을 할 의지가 있냐고 민주노총 비정규실의 주진우동지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된 비정규투쟁을 위해 어렵게 당원들의 적극적인 의지로 비정규직철폐운동본부를 건설하고 투쟁에 나서려는 민주노동당이, 800만 비정규직과 1400백만 노동자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비정규직개악안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이 올바른가요? 당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문제를 비롯한 민생문제에 주력하겠다는 대국민약속을 천명한 민주노동당이, 변혁운동을 함께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우리 운동의 중요한 의제인, 이미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변혁운동진영 전체의 의제가 될 수밖에 없는 비정규투쟁의 전술로 논란을 벌이고 있는 사회적 교섭과 관련한 논의에 대해서 침묵해야 합니까? 그렇다면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당내의 논란에 대한 민주노총의 공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당과 민주노총은 설혹 잘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사회의 변혁을 책임지려는 조직입니다. 수직적 관계도 아니고 단절된 관계도 아닙니다. 다만 활동영역과 방식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민주적인 조직이라면 서로를 지지하고 조언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그 내용에 대한 이견은 서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견이 있다고 해서 ‘그 입 다물라’는 식의 반응은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의 고민을 충분하게 이해한다고 해도 민주적인 조직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닙니다. 이것은 공장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연대와 단결을 조직원리로 하고 있는 민주노조에게, 진보진영의 계급적 연대에 치명적인 폐쇄적이고 패권적인 발상에 다름 아닙니다.
지금과 같은 논란의 근원은 노동운동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조직력에 있습니다. 노동운동의 조직력이 강하다면, 그래서 자본과 권력의 공세에 당당하게 맞서 승리할 수 있다면 이렇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는 필연적으로 자본과 권력에 맞선 싸움에서는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의 패배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해방을 향한 투쟁의 전선에서 물러서지 않는 강고한 결의와 헌신, 그리고 연대와 단결만이 최후의, 단 한번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유일한 힘입니다. 무너진 현장의 조직력을 복원하는 것이 지금 노동운동과 진보진영의 유일한 생존전략이며, 따라서 민주노총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미 실패한 전술인 사회적 교섭 전략을 폐기하고 지금 당장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현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지금 당과 민주노총에 필요한 것은 활동영역과 방식을 둘러싼 의미 없는 논쟁이 아닙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의 문제를 공유하고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설득과 토론입니다. 민주주의는 힘들어도 설득과 토론으로 실현되는 것이지 형식적인 규율과 지침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도 동지의 의도처럼 논쟁을 위해서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습니다.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으며 노동해방의 전선에서 항상 함께 투쟁하기를 바랍니다.
원주시지역위원회 중앙위원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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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꾸자 ]-이석행동지. 차라리 재갈을 물리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