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탑 폭파’는 한반도 ‘냉전체제의 폭파’
<기고>‘냉각탑 폭파’의 정치적 의미와 한반도 정세전망
2008년 07월 01일 (화)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
2008년 6월27일 오후 5시경 마침내 높이 20여m의 영변 원자로 냉각탑이 짙은 흙먼지를 날리며 무너져 내렸다. 북한의 공식 초정으로 현장에 있던 주요 언론들은 이 ‘역사적 뉴스’를 전 세계에 긴급 타전했다.
영변원자로의 냉각탑 폭파는 북미 핵 대결의 한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 역사적 사건으로 한반도 냉전체제의 폭파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북한의 ‘냉각탑 폭파’가 갖는 정치적 의미와 향후 펼쳐질 한반도 정세를 분석해 본다.
1. 소위 ‘북핵문제’는 냉전의 산물
‘북핵문제’가 북한의 ‘핵 야욕의 산물’인가?
이렇게 보는 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올바로 인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냉각탑 폭파가 갖고 있는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리고 향후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
‘북핵문제’는 북한의 ‘핵 야욕의 산물’이 아니라, ‘한반도 냉전체제’의 필연적 귀결이며, 미국의 대한반도 핵전쟁 전략의 산물이다. ‘한반도 핵문제’는 미국이 반사회주의 핵 대결 전략과 대북 핵전쟁 전략에 따라 1958년도부터 한국 땅에 전술핵무기를 배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발생했다(1).
냉전체제 붕괴 이후 대사회주의 핵전략의 필요성이 소멸하자, 한반도 전술핵무기를 철수했지만, 여전히 대북 핵전쟁전략을 포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골적인 핵전쟁 위협을 오히려 확대했다(2).
반면에 북한으로서는 냉전체제 당시에는 소련의 대미 핵 방어망 안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대북핵공격에 대해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으나,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가 친미정책으로 방향선회하자, 미국의 핵 선제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능력이 상실되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전력의 절대적 열세에서 미국의 핵 선제공격에 고스란히 알몸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즉,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역학관계에서 북미간 핵전력의 전략적 균형이 파괴되고, 미국의 절대적 우세국면이 조성됐다. 이러한 조건을 놓칠 리 없는 미국은 핵 선제공격 전략을 무기로 대북 강경대결정책을 펼치게 됐는데, 이것이 소위 ‘북핵문제’의 본질이다.
따라서 북핵문제는 북미핵전력의 전략적 불균형의 필연적 귀결로서, 미국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문제이거나 백번 양보하더라도 미국의 실질적인 핵 선제공격 위협에 대한 자위적 대응조치일 따름이다.
2. 핵실험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북핵문제’
1990년대 이후 소위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핵 대결의 역사는 ‘북핵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과 입장의 대결전이었다. 한쪽은 북한의 핵개발 야욕의 산물로 보고, 북한의 선제행동(선핵폐기)을 통해 스스로 야욕을 포기하는 길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였고, 다른 한쪽은 대북적대정책의 산물이므로, ‘동시행동’을 통해 냉전적 대결상태(대북적대정책)를 해소하는 길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핵전력의 전략적 우세를 무기삼아 압력과 제재를 통한 북한의 굴복을 도모했지만, 북한의 강력한 반격에 번번이 좌절을 겪어야 했다. 1993-94년 제1차 북미 핵 대결전에서 미국은 북한의 동시행동노선에 동의하고, 북한이 핵동결을 유지하는 대신, 중유제공과 경수로 건설을 약속했다. 또한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약속했다. 이것이 바로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3)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정치경제적 위기상황에 직면하자, 제네바 합의 이행을 해태하고, 대북 제제와 압력노선으로 선회했다. 이것이 바로 1998년도 ‘금창리 사태’(4)이다. 미국의 새로운 제재와 압력에 대해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북한 측 주장은 인공위성) 발사로 맞대응했다.
북한의 군사적 반격에 놀란 미국은 윌리암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했고, 페리 전 국방장관은 1년여 걸친 검토 끝에 새로운 대북 포용정책을 담고 있는 페리프로세스를 발표했다. 미국은 페리의 정책 권고에 따라, 북미협상을 재개했고, 그 결과 조미공동 코뮤니케(5)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서 제2차 북미 핵대결전 역시 북한 측의 주장대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관철됨으로서 북한의 승리로 끝났다.
새롭게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는 클린턴 시절의 모든 외교정책을 부정하는 ABC 정책으로 일관했다. 따라서 북미합의사항도 대북정책 재조정이란 이름 하에 그 이행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대북제재와 압박정책을 모색하고 있던 중, 때마침 9.11 사태(뉴욕 미국 무역센터 폭파사태)가 터졌다.
부시 행정부는 9.11사태를 빌미삼아 대테러전쟁을 선포했고, 일방주의 외교정책과 군사적 패권주의 노선을 걸었다. 자연히 북핵문제에서도 클린턴 시절의 북미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선핵포기노선’이라 불리어지는 일방적 항복을 강요하는 대북 제재와 압박노선으로 일관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핵심은 대화하지 않고, 행동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으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포기를 요구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로서 좋게 발전하던 북미관계는 하루아침에 전면적 대결국면, 전쟁위기국면으로 발전했다. 이것이 바로 제3차 북미 핵 대결전이다.
제3차 북미 핵 대결전은 2006년 10월 9일 북 핵실험(6)으로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제1,2차 북미 핵대결전에서 미국이 번번이 북미합의정신을 깨고 대북 제재압박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핵전력의 전략적 우세에 대한 과신 때문이다. 미국은 ‘전쟁과 평화를 결정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으며, 언제라도 핵공격을 통해 북한을 지구상에서 날려버릴 수 있다’는 자만심 때문에 협상장에서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수용했으면서도, 협상장을 벗어나게 되면 대북제재와 압박노선을 되돌아감으로서 북미관계발전에 발목을 잡곤 했다.
하지만 북 핵실험은 이러한 북미관계를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았다. 북미 핵전력에서 미국의 일방적 우세(전략적 우세)가 깨지고, 전략적 균형관계가 만들어졌다. 북미 핵전력의 전략적 균형관계가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미국의 대북 군사적 봉쇄망이 붕괴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방적 제재와 압박노선은 더 이상 무력할 뿐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국제관계를 규정하는 기본요인은 양국의 정치군사적 역량관계이며, 그중에서도 현대적 전략무기 능력이 좌우한다. 북미관계도 여기서 예외로 될 수 없다. 미국은 북한 핵실험이 성공한 이상 이미 효용성을 상실한 기존 대북전략을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새로운 북미 힘의 역관계에 조응하는 대북전략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으며, 그것은 북미 평화공존을 허용하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북 핵실험이후 북미대화와 협상이 더욱 촉진되고,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오히려 촉진되고 있는 역설적인 현실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행동대 행동의 원칙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는 힘을 상실했다. 이것이 최근 전개되고 있는 북미관계의 비밀이다.
3. 냉각탑 폭파는 한반도 냉전체제의 폭파
<10.3합의>(9.19공동성명 2단계 행동조치)의 핵심은 테러지원국 명단삭제이다. 미국은 행동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북한이 핵시설의 불능화를 이행한다면, 그에 상응해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적 조처들인 테러지원국 명단과 대북적성국 교역금지법을 없애주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자발적 조치라기보다, 북한의 강력한 요구를 미국이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조건에서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조치가 갖는 국제정치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물론 이번 조치가 갖는 직접적 경제적 효과성은 제한적이다. 그 외에도 여전히 많은 대북 경제제재가 남아 있다. 일부언론에서는 이러한 점을 근거로 이번 조치의 의미를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경제적 효과성으로만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무식한 견해이다.
이번 조치의 핵심적 의미는 미국이 대북적대시 정책 포기를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 있다. 조선신보는 이에 대해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 포기를 실물로 보여주는 이번 조치는 조선반도비핵화의 실현을 위한 조미쌍방의 신뢰구축을 촉진시키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7)고 평가하고 있다.
즉, 이번 조치는 그것이 갖는 경제적 효과성보다는 북미 평화공존과 관계정상화의 새로운 한반도 질서 수립과정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역사적 의미에서 살펴봐야 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북미평화공존과 관계정상화의 기본 전제조건으로 되는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의 첫 번째 실질적 행동조치라는 데에 핵심포인트가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실천적 방향선회’, 이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선회는 현재의 북미정치군사적 역관계로 볼 때 불가역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북미관계 정상화의 결정적 물꼬가 트였다고 단정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조치가 갖는 경제적 효과성도 결코 작지 않다. 테러지원국 명단과 대북 적성국교역금지법은 다른 모든 제재의 법적 정치적 근거로 되며, 개별적 부분적 제재가 아니라 포괄적 전면적 제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즉 이 두 가지가 정치경제적 대북 적대정책의 핵심기둥인 것이다. 그런데 핵심기둥이 제거되었다는 것은 정치경제적 대북 적대정책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정치경제적 제재들도 머지않아 풀릴 수밖에 없다. 특히 테러지원국 명단삭제가 미국의 시혜적 조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강력한 압력에 의해 강제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흐름은 더욱 더 촉진될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존재한다. 북미관계는 군사적 적대관계가 기본을 이룬다. 그런데 미국의 대북 군사적 적대정책의 근본 골격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핵실험으로 변화된 군사적 힘의 역관계를 되돌려 놓기 위한 군사적 공세가 계속되고 있고, 한미군사동맹체제도 여전히 강고하다.
핵전력의 전략적 균형은 미국의 전략적 공세를 무디게 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대북 군사적 압박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잃어버린 전략적 우세를 되찾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주한미군 전력증강과 한미군사동맹체제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테러지원국 명단삭제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테러지원국 명단삭제가 갖고 있는 중대한 정치적 전략적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록 군사적 적대관계가 여전히 북미관계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한계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정치경제적 관계에서는 평화공존과 상호존중의 새로운 화해협력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것은 흡사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의 발전양상이 북미관계에서 재현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것이 일시적 효과만이 아니라 한반도 냉전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점도 명백하다.
북한이 냉각탑 폭파를 통해 전 세계에 보내려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냉각탑이란 한반도의 낡은 냉전적 대결의 상징으로, 냉각탑의 폭파는 한반도 냉전적 대결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북한이 자신 있게 냉각탑 폭파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현재 북미관계의 미래에 대한 북한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즉 대화와 협상, 평화공존과 긴장완화로 가는 현재의 기본 흐름을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데에 대한 자신감이다.
이제 전쟁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의 새로운 한반도 질서를 수립할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이러한 북한의 메시지를 미국 또한 익히 알고 있으며, 미국 역시 현재 북미관계의 발전방향을 인위적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4.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9.19공동성명 2단계 행동조치를 담고 있는 <10.3합의>는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의회통보로 거의 완성되었다. 실무적 기술적 조처들이 남아 있지만, 그것은 이미 문제로 되지 않는다. 또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완성되려면 45일간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지만, 미국이 지금까지 협상과정 전체를 부정하려 하지 않는 한 이것이 거꾸로 되돌려질 경우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다음단계로 돌려지고 있다. 조만간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한반도 비핵화 3단계 행동조치를 둘러싼 본격적인 협상이 펼쳐질 것이며, 이 협상결과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되는 결정적 국면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미국은 벌써부터 다음 단계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선전공세(8)를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강경대결세력들은 핵 신고 내용에 핵무기가 빠져있다는 점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9)을 드러내 놓고 있다. 미국 내 강경대결세력들의 이러한 불만표시는 북미관계 정상화 흐름에 대한 불안의 표현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다음 단계 북미 협상에서 미국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정치적 압박 성격이 강하다.
그들의 핵심적 요구사항은 명백하다. 그것은 선핵폐기 노선을 부활하고 이것을 관철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미 행정부는 이러한 반발세력들을 적절히 활용해 대북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북한의 양보를 끌어내려할 것이다.
핵프로그램 폐기단계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 비핵화 제 3단계 협상은 지금까지의 협상보다 몇 십 배 어렵고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이 협상에서는 지금까지 뒤로 미뤄 놓았던 쟁점들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진전될 수 없다. 현재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쟁점들을 살펴보면, 핵 폐기 범위와 대상문제, 경수로 제공문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 북미관계 정상화 문제, 북미군사회담 문제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핵 폐기 범위와 대상문제를 둘러싸고 북미 간에 첨예한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미국으로서는 핵 폐기 단계인 제3단계에서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 문제를 다루려 할 것이며, 북한으로서는 핵무기문제는 아직까지 협상할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하려 할 것이다.
이 문제는 미국 내의 정치적 압력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쟁점이다. 하지만 북미대화와 협상의 주도권을 틀어쥐고 있는 쪽은 북한이며, 특히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끝난 조건에서 시간은 북한 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조건에서 미국이 핵무기 문제를 의제화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북한 측 주장대로 협상이 흘러갈 공산이 높다.
다음으로, 경수로 제공 문제도 중심적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경수로 제공문제는 북한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다. 특히 핵 프로그램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경수로 제공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폐기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 북한 쪽의 기본입장이라는 점에서 난제중의 난제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경수로 제공문제에는 NPT 재가입과 핵무기 문제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9.19 공동성명보다 진전된 합의정도만 주어진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다음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 북미 군사회담 등의 쟁점들이 있는데, 이러한 북미 군사적 현안문제들이 어쩌면 3단계에서 핵심적 쟁점들로 부각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북한으로서는 정치경제적 대북 적대정책의 폐지 문제에서는 물꼬가 트였다고 보고, 이제는 군사적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 문제에 집중해야 될 때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즉,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가 핵심적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는 평화협정 체결과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을 통해서 완성될 것이지만, 다음단계 협상에서는 이러한 문제들 보다는 군사적 적대정책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 방도를 둘러싼 쟁점들이 더 부각될 것이다. 즉, 북미 군사회담 개최 문제, 종전선언을 위한 3,4자 정상회담 개최문제,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의 전력증강 문제 등의 구체적 현안문제들을 둘러싼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북미관계 정상화를 둘러싼 협상도 중심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대북적성국 교역금지법 적용종료라는 미국의 긍정적 조치를 높게 평가하면서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의 새로운 북미관계 구축을 향해 더욱 더 진전된 조치들을 요구할 것이다. 정치경제적 대북 적대시 정책의 완전 철폐를 요구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 해제, 경제 무역관계의 완전 정상화, 북미수교 등을 요구할 것이다.
핵 프로그램의 검증과 해체를 핵으로 하는 다음 단계 북미협상은 여러 가지 난제가 수두룩하게 가로놓여 있고, 부시 행정부의 임기 말이라는 악조건 때문에 크게 진전될 수 있겠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북미양측이 서로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해 ‘단계적 접근론’을 취할 경우 쉽게 해법이 도출될 수도 있다. 또한 다음 단계 행동조치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하더라도 현재의 대화와 협상, 평화공존과 긴장완화로 가는 기본 흐름은 결코 역전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향후 한반도 정세는 6.15 이후 남북관계처럼 평화공존과 긴장완화, 화해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향해 거침없이 앞으로 나갈 것이다.
5. 문제는 남북관계이다
미국이 2단계 행동조치를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은 전략적 선택을 끝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여러 가지 장애에도 불구하고, 북미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의 큰 물줄기는 결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치경제적 대북 적대시정책의 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문제도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군사적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 문제에서 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종전선언을 위한 3, 4자 정상회담’ 개최문제이다. 비단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북미 군사회담 개최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즉 한반도 군사문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문제가 북미 사이의 중요한 협상대상으로 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와 한국 민중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현재의 조건에서 한국정부의 입지는 과연 어떠한가? 지난 정부 당시에는 남북 화해협력정책을 토대로 형성된 남북간의 신뢰와 공조분위기 속에서 한국정부가 6자회담과 북미 협상공간에서 적극적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면서 한국의 정치적 외교적 입지를 확대했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면서부터 남북관계가 최악의 대결상태로 치달아가면서 6자회담과 북미협상과정에서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북미협상과 6자회담에서 한국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지극히 어리석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최근 일본의 처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기대를 갖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일미동맹에 기대 ‘납북자 문제 해결 없이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미국은 일본의 이러한 기대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말았다(10). 현재 일본은 미국의 지원만을 기대 대북 적대정책을 강경하게 밀고 나갔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6자회담과 동북아 질서 재편과정에서 외톨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어떤 발언력도, 개입력도 갖지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가련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 정부가 지금과 같은 대북 정책노선을 고집한다면, 향후 6자회담과 북미협상 과정에서 그 어떤 개입력과 발언력도 갖지 못한 채 제2의 일본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아니 일본보다 더 가련한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일본은 그래도 대북 에너지 지원에 참여할 수 없다는 배짱이라도 부려볼 수 없지만 이명박 정부는 일본처럼 그런 배짱도 부릴 수 없는 처지라서,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미국이 요구하는 재정부담 만을 일방적으로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일본은 ‘발언 없이 재정부담도 없다’는 입장을 견지할 수 있었던 반면, 한국정부는 ‘발언 없이 재정부담만을 지겠다’는 입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일방적 퍼주기의 전형으로 될 것이다.
이러한 가련한 처지에서 벗어나 6자회담과 북미협상에서 한국정부의 발언력과 개입력을 높여 향후 한반도 질서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시켜 나가려면 ‘비핵 개방 3000’으로 대표되는 대결주의적 대북 정책을 포기하고, 남북 화해협력정책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즉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10.4선언’ 이행의지를 내외에 천명하고 이를 위한 남북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 길이 외에 다른 길은 없다. 그리고 이것이 역사의 순리이며, 한국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며 소망이다. 이것을 외면한다면, 제2 제3의 촛불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의 중대한 전환적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미친 대북정책’을 끝장내고 남북 화해협력을 촉진시키기 위한 ‘화해와 협력’의 촛불을 들어야 할 때이다. ‘미친 교육’, ‘미친 소’, ‘미친 대운하’, ‘미친 공기업 민영화’뿐만 아니라 ‘미친 대북 정책’에 대한 반대와 규탄의 촛불을 높이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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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미국의 한반도 핵무기 배치는 1958년부터 시작되었다. 1957년 7월 미국은 주한미군의 핵무장화에 착수함을 밝히고 다음해인 1958년 1월 29일 주한유엔군 사령부는 한국에 핵무기를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식 발표하고 2월 3일에는 원자포와 지대지미사일 어네스트존을 공개했다. 91년 부시 전 대통령이 지상 전술핵 철수를 선언하기까지 미국은 이남내 미군기지에 약 1720여개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한반도 1백평방㎞(경기도 수원 크기)당 한 개씩, 동해에서 서해까지 200m에 하나씩 핵무기가 배치된 셈이다. 이는 핵무기가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4배가 넘는 밀도로 세계최고이다. 위력 면에서도 10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히로시마 급 핵폭탄의 1700배에 해당하며, 따라서 1억 7천만명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력이다(조재길, 『한반도 핵문제와 통일』, P. 60)(2003년 「한반도 핵문제 민간법정」 교양 자료집에서 재인용)
2) 미태평양함대소속 핵잠수함이 91년 전술핵 철수 선언 이후에도 진해의 해군기지에 정박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하였다. 월간 「말」지는 92년 8월호에서 전직 기지 관리인의 증언에 따라 부시 전 미대통령의 전술핵무기 철수 선언 이후에도 진해 소모도의 해군기지에 미국의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이 들어 왔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전술핵무기인 핵탄두 장착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것은 「로스엔젤레스」와 「스터전」 두 가지 형뿐인데, 「말」지에 따르면 이들 잠수함이 여러 번 기지를 출입했다는 것이다. 탄도미사일탑재 핵잠수함 한척에 실린 핵무기만으로도 이북의 주요 도시를 괴멸시킬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남에서 미국의 전술핵이 철수되었다고 해도 한국이 미 핵우산의 보호아래 있는 동안은 오키나와 미 공군기지와 미 해군태평양 함대가 보유한 막강한 핵무장이 여전히 이북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조재길, p. 62).(2003년 「한반도 핵문제 민간법정」 교양 자료집에서 재인용)
또한 미국은 90년대 이후에도 대북 핵선제타격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핵전쟁훈련을 펼쳤으며, 노골적인 핵 선제타격 위협을 가했다. 미국은 북한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판단하고 핵전쟁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군사적 준비태세를 갖추어 나갔던 것이다. 최근 미국이 북한의 지하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개발에 사활을 건 거나, 부시행정부가 핵태세검토보고서를 통해 대북 핵선제 타격계획을 작성한 것도 다 이를 반증해 준다.
3)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서 전문>
미합중국(이하 미국으로 호칭) 대표단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하 북한으로 호칭) 대표단은 1994년 9월23일부터 10월17일까지 제네바에서 한반도 핵문제의 전반적 해결을 위한 협상을 가졌다.쌍방은 비핵화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994년 8월12일 미국과 북한간의 합의발표문에 포함된 목표의 달성과 1993년 6월11일 미국과 북한간 공동발표문상의 원칙의 준수가 중요함을 재확인했다. 두나라는 핵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처들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1. 쌍방은 북한의 흑연감속 원자로 및 관련시설을 경수로 원자로발전소로 대체하기 위해 협력한다.
(1)미국 대통령의 1994년 10월20일자 보장서한에 의거하여, 미국은 2003년을 목표시한으로 총 발전용량 약 2천메가와트의 경수로를 북한에 제공하기 위한 조처를 주선할 책임을 진다.
①미국은 미국의 주도 아래 북한에 제공할 경수로의 재정조달 및 공급을 담당할 국제 콘소시엄을 구성한다. 미국은 이 국제 콘소시엄을 대표하여 경수로 사업을 위해 북한과의 주요한 접촉상대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②미국은 국제 콘소시엄을 대표하여 본 합의문 서명후 6개월내에 북한과 경수로 제공을 위한 공급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계약과 관련된 협상은 본 합의문 서명후 가능한 조속한 시일내 개시한다.
③필요한 경우 미국과 북한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분야에서의 협력을 위한 양자협정을 체결한다.
(2)1994년 10월20일자의 대체에너지 제공 관련 미국의 보장서한에 의거해 미국은 국제 콘소시엄을 대표해 북한의 흑연감속 원자로 동결에 따라 상실될 에너지를 첫번째 경수로 완공시까지 보전하기 위한 조처를 주선한다.
① 대체에너지는 난방과 전력 생산을 위해 중유로 공급된다.
②중유의 인도는 본 합의문 서명후 3개월내 개시되고 양쪽간 합의된 인도 일정에 따라 연간 50만t 규모까지 공급된다.
(3)경수로 및 대체에너지 제공에 대한 보장서한을 접수하면 북한은 흑연감속원자로 및 관련시설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이들을 해체한다.
① 북한의 흑연감속원자로 및 관련시설의 동결은 본 합의문 서명후 1개월내 완전 이행된다. 이 1개월 동안과 전체 동결기간중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러한 동결 상태를 감시하는 것이 허용되며, 이를 위해 북한은 원자력기구에 대해 전적인 협력을 제공한다.
②북한의 흑연감속원자로 및 관련시설의 해체는 경수로 사업이 완료될 때 완료된다.
③미국과 북한은 5메가와트 실험용 원자로에서 추출되는 사용후 핵연료봉을 경수로 건설기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하고, 북한내에서 재처리하지 않는 안전한 방법으로 이 사용후 연료가 처리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상호 협력한다.
(4)본 합의후 가능한 조속한 시일내에 미국과 북한의 전문가들은 두 종류의 전문가 협상을 갖는다.
① 한 협상에서 전문가들은 대체에너지와 흑연감속 원자로의 경수로로의 대체와 관련된 문제를 협의한다.
②다른 한 협상에서 전문가들은 사용후 핵연료 보관 및 궁극적 처리를 위한 구체적 조처를 협의한다.
2. 쌍방은 정치적, 경제적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로 나아간다.
(1)합의후 3개월내 쌍방은 통신 및 금융거래에 대한 제한을 포함한 무역 및 투자 제한을 완화시켜 나간다.
(2)쌍방은 전문가급 토의를 통해 여타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한 뒤에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
(3)미국과 북한은 상호 관심사항에 대한 진전이 이루어지는 데 맞추어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까지 격상시킨다.
3. 쌍방은 핵이 없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
(1)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위협 또는 불사용에 관한 공식 보장을 한다.
(2)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조처를 일관성 있게 취한다.
(3)본 합의문이 남북대화를 촉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줌에 따라 북한은 남·북 대화에 착수한다.
4. 쌍방은 국제적 핵비확산체제의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
(1)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으로 잔류하며 이 조약상의 안전조치협정의 이행을 허용한다.
(2)경수로 제공을 위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 핵활동동결 대상이 아닌 시설에 대하여 북한과 IAEA간 안전조치 협정에 따라 임시 및 일반사찰이 재개된다. 경수로 공급계약 체결까지, 안전조치의 연속성을 위해 IAEA가 요청하는 사찰은 동결 대상이 아닌 시설에서 계속된다.
(3)경수로 사업의 상당 부분이 완료될 때, 그러나 주요 부품의 인도 이전에, 북한은 북한내 모든 핵물질에 관한 최초보고서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검증하는 것과 관련하여 IAEA와의 협의를 거쳐 IAEA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조치를 포함하여 IAEA 안전조치 협정을 전면적으로 이행한다.
4) 김일성 주석의 서거와 자연재해로 북한이 정치경제적으로 위기상황에 처하게 되자, 미국은 제네바합의 이행을 지연시키면서 대북 압박 정책으로 선회할 구실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1998년 미 국방정보국 패트릭 휴즈 국장이 의도적으로 금창리에 대한 의혹을 언론에 유출시켰고, 이를 토대로 미국 언론들은 북한의 새로운 핵개발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언론에 보도된 의혹을 구실로 북한에게 해명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제2차 북미핵대결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새로운 공세에 대해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북한 측 주장 지구인공위성 백두산 1호)를 발사했다.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는 북한의 미사일능력이 매우 고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대북강경대결정책을 후퇴하였다. 미국은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 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해 새로운 대북 유화정책을 모색하였다.
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 합중국 사이의 공동코뮤니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인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조명록 차수가 2000년 10월9일부터 12일까지 미 합중국을 방문하였다. 방문기간 국방위원회 김정일 위원장께서 보내시는 친서와 조-미 관계에 대한 그이의 의사를 조명록 특사가 미 합중국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였다. 조명록 특사와 일행은 메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을 만나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폭넓은 의견교환을 진행하였다.
쌍방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 합중국 사이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들이 조성된 데 대하여 심도있게 검토하였다. 회담들은 진지하고 건설적이며 실무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이 과정을 통하여 서로의 관심사들에 대하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 합중국은 역사적인 북남 최고위급 상봉에 의하여 조선반도의 환경이 변화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강화하는 데 이롭게 두 나라 사이의 쌍무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들을 취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쌍방은 조선반도에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1953년의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어 조선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데서 4자회담 등 여러가지 방도들이 있다는 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과 미 합중국측은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국가들 사이의 관계에서 자연스러운 목표로 되며 관계개선이 21세기에 두나라 인민들에게 다같이 이익으로 되는 동시에 조선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도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쌍무관계에서 새로운 방약을 취할 용의가 있다고 선언하였다.
첫 중대조치로서 쌍방은 그 어느 정부도 타방에 대하여 적대적 의사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앞으로 과거의 적대감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공약을 확언하였다.
쌍방은 1993년 6월11일부 조-미 공동성명에 지적되고 1994년 10월21일부 기본합의문에서 재확인된 원칙들에 기초하여 불신을 해소하고 호상신뢰를 이룩하며 주의 관심사들을 건설적으로 다루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쌍방은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자주권에 대한 호상존중과 내정불간섭의 원칙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것을 재확언하면서 쌍무적 및 다무적 공간을 통한 외교적 접촉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유익하다는데 대하여 유의하였다.
쌍방은 호혜적인 경제협조와 교류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 쌍방은 두 나라 인민들에게 유익하고 동북아시아 전반에서의 경제적 협조를 확대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마련하는데 기여하게 될 무역 및 상업 가능성들을 담보하기 위하여 가까운 시일안에 경제무역 전문가들의 호상방문을 실현하는 문제를 토의하였다.
쌍방은 미사일 문제의 해결이 조-미 관계에 근본적인 개선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 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은 새로운 관계구축을 위한 또 하나의 노력으로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모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하여 미국측에 통보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이번 합의문에 따르는 자기들의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기 위한 공약과 노력을 배가할 것을 확약하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조선반도의 비핵평화와 안정을 이룩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굳게 확언하였다.
이를 위하여 쌍방은 기본합의문에 따르는 의무이행을 보다 명백히 할 데 관하여 견해를 같이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쌍방은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접근이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는데 유익하였다는데 대하여 유의하였다. 쌍방은 최근년간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인도주의 분야에서 협조사업이 시작되었다는 데 대하여 유의하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은 미 합중국이 식량 및 의약품 지원분야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인도주의적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의의있는 기여를 한데 대하여 사의를 표하였다. 미 합중국측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조선전쟁시기 실종된 미군병사들의 유골을 발굴하는데 협조하여 준데 대하여 사의를 표하였으며 쌍방은 실종자들의 행처를 가능한 최대로 조사 확인하는 사업을 신속히 진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 쌍방은 이상의 문제들과 기타 인도주의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한 접촉을 계속하기로 합의하였다.
쌍방은 2000년10월6일 공동성명에 지적된 바와 같이 테러를 반대하는 국제적 노력을 지지 고무하기로 합의하였다. 조명록 특사는 역사적인 북남 최고급 상봉결과를 비롯하여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북남 대화 상황에 대하여 미국 쪽에 통보하였다. 미 합중국 쪽은 현행 북남 대화의 계속적인 전진과 성과 그리고 안보대화의 강화를 포함한 북남 사이의 화해와 협조를 강화하기 위한 발기들의 실현을 위하여 모든 적절한 방법으로 협조할 자기의 확고한 공약을 표명하였다. 조명록 특사는 클린턴 대통령과 미국 인민이 방문기간 따뜻한 환대를 베풀어 준데 대하여 사의를 표하였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김정일 위원장께 윌리엄 클린턴 대통령의 의사를 직접 전달하며 미 합중국 대통령의 방문을 준비하기 위하여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가까운 시일에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하였다. 2000년 10월 12일
6) 2006년 10월 9일 북핵실험은 2006년 7월 4일에 있었던 북한 미사일 발사훈련과 함께 놓고 보아야 그 비밀이 완전히 밝혀질 수 있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미국의 핵공격에 대항하는 핵억지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군사적으로 핵억지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 상대방의 핵선제타격에 대항할 수 있는 반격능력(2격능력) ◇ 상대방의 전략적 참모부를 폭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운반능력(핵탑재능력과 운반능력) ◇ 핵무기 보유라는 3대 요소가 갖추어져야 한다. 즉 핵능력과 미사일능력 그리고 핵선제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북한은 이 세가지 요소를 갖추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측 주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는가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최근 북미대화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양상을 보면 북한 측 주장에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7) 연합뉴스 6월 30일 인터넷판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절차에 착수하고 북한에 대한 적성국교역법의 적용을 종식시킬 것을 선언한 것은 미국 대북 적대정책의 "포기를 실물로 보여주는" 것으로 비핵화의 실현을 위한 북미간 "신뢰구축을 촉진시키는 데서 중요한 의의"을 가진다고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30일 주장했다. 조선신보는 특히 "제재해제의 '경제적 혜택'에 초점을 맞춰 조선(북한)의 '목적'을 해설하는 언론들은 조선반도 핵문제의 본질을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겠다고 해놓고도 부시 행정부가 이행하지 않고 대북 압박과 제재를 강화했던 "그릇된 정책노선을 바로잡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번 조치의 "경제적 효과성은 제한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미국의 대조선 경제제재가 일정하게 완화되는 이번 조치로 하여 조선의 대외 경제활동을 둘러싼 환경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신문은 지난해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된 이후 북미가 양자 금융회담을 통해 "쌍방 사이의 금융관계 정상화와 조선측의 국제금융 체제 참여, 위법적인 금융활동의 방지문제 등을 논의했다"며 "이러한 협의에서 논의한 내용이 실현돼 나가려 해도 미국으로선 조선에 대한 제재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안됐다"고 말해 주목된다. 신문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 27일 "앞으로 중요한 것은 미국이 조선(북한)측의 핵 억제력을 산생시킨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근원적으로 송두리째 철회하는 것"이라고 밝힌 점을 상기시켰다”고 보도했다.
8)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성김 미국무부 한국과장은 28일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회견문에서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은 북핵보고서를 검증하고, 다음 단계이자 마지막 단계인 비핵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6자회담의) 다른 당사국들과 협력한다면 그 과제(3단계)를 완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히면서 부시임기 내에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받아낼 수 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것은 북한에게 조속히 핵무기 포기결단을 내리라는 압력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9) 뉴시스의 보도에 따르면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부시 대통령의 결정은 부끄러운 일이며 부시 행정부 외교정책의 최후의 몰락을 의미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이날 영국 BBC 방송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번 핵신고서에 담긴 플루토늄 생산량 등에 관한 정보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으며 서류를 받는 데 6년이 걸렸을 뿐"이라고 폄하했다. 볼튼 전 대사는 "영변 냉각탑 폭파도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없다"며 "문제는 영변 외에 다른 지역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을 핵시설의 존재"라고 역설했다. 일리아나 로스-레티넨 공화당 하원의원의 반응은 "망망한 실망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역시 공화당의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은 "45일 안에 이뤄질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서 유일하게 건질 것은 북한의 사기 행각을 추가로 보게 되는 것뿐"이라고 힐난했다.
10)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과 일본의 고무라 마사히코 외상이 냉각탑 폭파이후 회담을 갖고 북한핵문제는 물론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납북자 문제에 대한 협력에 대한 미국측 시각은 명백하다. 톰케이시 국무부대변인은 냉각탑 폭파이후 낸 논평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일본에 만족스로운 해결책을 내놓을 입장은 아니며, 미국의 역할은 문제해결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못 박고, 납북자 문제 해결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아니라 일본에 있다며 “우리는 이제까지 그랬듯이 일본의 납북자 문제 해결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의 시각과 입장은 명백하다. 그것은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이익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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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순>‘냉각탑 폭파’의 정치적 의미와 한반도 정세전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