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리를 찢어버리겠다” 이게 무슨 소린인지 아십니까?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만든 대형할인점의 25세 정규직 여직원이 30-40대의 비정규직
아줌마 수 십 명을 모아 놓고 협박하는 소리입니다. 내용인즉 사내 모과장과 여직원사이에
묘한 소문이 나돌자 이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지 못하도록 입막음을 하겠다는 겁니다.
저의 엄마를 통해 이 소리를 듣고 피가 거꾸로 솟구치더군요. 딸 같은 사람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그 누구 한 명 반박하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악착이라면 2등도 서러운 대한민국 아줌마가 자존심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그 잘난 정규직 여직원의 평가에 따라 재계약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횡포를 무마하기 위해서는 자존심 뭉개가며 반찬도 가져다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생일선물도 챙겨주어야 한답니다. 며칠 전 심한 감기가 걸려 조퇴를 하려 했더니 손님이 많다며 거절했다고 하더군요. 기침을 참을 수 없어 한 시간 후 다시 조퇴를 요구했더니 회사 그만 두려면 집으로 가라고 하더랍니다. 그냥 참고 일했답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유사한 일이 일어난답니다. 너무나 치욕적이라 차마 남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분을 삼키며 참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답니다. 이들은 파리 목숨 같은 비정규직이니까요.
저희 엄마 서울의 상급 대학 졸업하고 전업주부로만 있다가 이 회사 계산원으로 일합니다. 자식 같은 정규직 직원에게 반말 들어가며 꼬박 8시간 서서 일하고 받는 급여가 약 80만원정도입니다. 어깨에 파스가 사라질 날이 없고 다리는 항상 퉁퉁 부어 있답니다. 물론 상여금 없습니다. 명절 때 받는 5만원 상품권이 고작입니다. 일한 만큼 급여를 받는다고 보십니까? 이것이 정당한 노동의 댓가라고 여기나요?
정규직 직원들 급여만 2배정도라고 합니다. 상여금과 성과금은 별도고요.
명문대 출신인 저희 아버지도 비정규직입니다. 국내굴지의 은행차장을 마지막으로 IMF때 퇴직하고 두 번의 사업실패로 퇴직금 다 날리고 빚까지 지셨습니다. 공공근로도 하셨고 아파트 경비원도 하셨습니다. 쓰레기 처리 문제로 부녀회장과 다툰 것이 문제가 되어 용역회사로부터 퇴출되어 현재 대리운전하고 있습니다. 하루 3만원 정도 버시는 것 같더군요. 한 달에 대략 70만원 정도의 수입입니다. (토요일은 가끔 일하시고 일요일은 쉽니다). 기름기 흐르던 피부가 사라진지는 오래 되셨습니다. 손과 얼굴은 까칠해지셨고 트기까지 하셨습니다. 한 밤의 추위에 택시비 아끼려 걷고 또 걸으셨을겁니다. 얼마 전 한 숨 섞인 소리로 누구 아빠는 (아빠의 은행 입사 동기) 연봉이 8,000만원이라며 자기의 10배라고 푸념을 널어 놓으셨습니다.
저 역시 비정규직입니다. 지방의 모대학 3학기를 마치고 휴학하여 현재 은행의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재학중엔 학교에서 제공하는 근로알바와 수업후에 편의점 알바로 학비의 일부와 용돈을 조달했지만 이젠 역부족이라 결국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흔한 MP3도 구제 청바지도 없습니다. 짠순이 들어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학금 받아가며 학업을 계속하지 그러시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대학에서 주는 성적 우수 장학금은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의의 영상과 소리가 저장되는 노트북으로 필기를 대신하고 그 비싼 컬러잉크로 프린트된 보고서를 냅니다. 인터넷의 유료사이트에 자유롭게 접속하여 양질의 지식을 접합니다. 선배에게 과외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들과는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돈과 시간에서 자유스럽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도 엄마의 직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목이 아픈 것 외에는 신체적으로 힘든 것은 없지만 정규직인 팀장들의 비인간적 언어폭력과 회사에서 은연중에 ‘너희는 우리 회사 진짜 직원이 아니다’라는 느낌을 줄때의 소외감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일으킵니다. 급여는 같은 일을 하는 팀장과 비교해 반도 안 됩니다. 기본급 80만원 포함해 약110만원 입니다. 물론 여기도 회사에서 주는 복지혜택은 정규직에게만 해당됩니다.
구구절절 가슴 아픈 우리가족의 치부를 드러난 이유는 단지 푸념을 하고자함이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의 병인 양극화의 심화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 가족의 총 수입은 약 260만원 정도입니다. 시골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생활비로 50만원, 은행 대출이자 약 30만원,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생의 학비로 약 30만원, 10년 된 중고차 유지비로 약 10만원을 지출하고 제외한 140만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축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가족 4명중 3명이 개미처럼 악착같이 일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간신히 겨우 살아갑니다. 저희 아빠 친구는 혼자 벌어도 우리가족 3명 수입의 2.5배를 법니다. 노동의 강도는 그 반대일겁니다. 더 큰 문제는 희망이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만 있습니다. 가족 모두가 비정규직이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의 급여는 오르지 않습니다. 진급도 되지 않습니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모욕적인 일 당해도 참아야 합니다. 정말 화가 치밉니다. 현재의 한국사회는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설 수 없습니다. 기득권층이 일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 가족의 수입이 260만원 것은 현재가 최대일겁니다. 미래에는 이 보다 더 많아질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지지 않은 한 말입니다.
2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은행동에 날마다 촛불시위하러 갔습니다. 점심 굶은 돈으로 성금도 냈습니다. 강자에 의해 무너진 정의를 지키려고 간 것만은 아닙니다. 서민의 대통령이 여기서 무너지면 우리의 희망도 무너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끔 그 때 탄핵이 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나타났다면 지금보다야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2년 전에 비해 우리서민의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외식, 해외여행, 노트북같은 사치스런 생각은 접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 입만 뻥긋하면 비정규직문제, 양극화심화에 대해 말합니다. 그러나 실천의지는 안보입니다. 기득권층에게 양보 좀 하면 안되겠냐고 읊조리는 정도입니다. 부탁보다도 낮은 단계입니다. 국가는 강제력을 가진 거대 기관입니다. 권력은 이럴 때 쓰라고 국민들이 준겁니다. 정치인들은 서민들이 양극화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감성적으로만 느끼고 있습니다. 그 실체를 모릅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돈 많이 버는 변호사 출신이고 국회의원들 역시 수십억을 가진 부자들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양극화 심화 해결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러나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은 쉽습니다. 말로만 아니라 직접 비정규직 직원들을 만나 애환을 들어보고 정규직의 횡포는 없었는지 물어만 봐도 우리 서민들은 대통령이 우리편이라는 사실에 희망을 갖게 될겁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더 이상 자식 같은 정규직 직원에게 ‘아가리를 찢어 버리겠다’는 수모를 받아가며 일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님! 처음 우리가 당신에게 걸었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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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횡포 참아야 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