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 커피의 따뜻함으로 희망을 가져 봅니다!
어제 울산구치소로 넘어간 남편의 면회를 갔습니다. 그런데 누런 수인복을 입은 남편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들어왔습니다. 의자에 앉았지만 손등으로 연신 허리를 쳤습니다. 작년 6월 30일 현대자동차 5공장 535명 정리해고 철회투쟁으로 천막을 치고 조합원들이 본관에 항의서를 전달하러 간 사이 둘이서 천막을 지키다 버스를 타고 온 경비대에 의해 실컷 두들겨 맞아서 실신해서 응급실로 실려 갔을 때도, 작년 10월 26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전국비정규직노동자대회에 참여했다 눈앞에서 이용석열사가 분신하는 모습을 보고 오로지 분노하나로 거리에 나서 싸우다가 폭력경찰에 끌려가 죽도록 맞아서 응급실로 실려 갔었어도, 올 해 비정규직노조 임, 단협 투쟁하면서 현대자동차가 사용자성 인정하고 우리와 교섭한번 하자고 본관 앞에 갔다가 비정규직대오보다 2~3배 많은 우람한 현대자동차 경비들에게 두들겨 맞아도 허리 한번 아프다는 소릴 해본 적이 없는데 연행, 구속되고 며칠사이에 허리가 너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절뚝거리고 항상 웃는 얼굴인데 웃음끼 조차 없는 남편 모습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구치소 의무과 직원과 연락하여 바로 재진료 해 줄 것과 만약 상태가 호전이 없으면 외래진료를 요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구치소 문을 나서는데 마음이 천근만근 아파왔습니다. 종일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그래서 아픈 가슴으로 현대자동차 4공장문 앞에 섰습니다.
저녁 8시가 되자마자 쏟아져 나오는 노동자들,
저희 가족들이 호소에 한 번씩 눈길을 주고, 저희가 만들어 입은 피켓에도 눈을 고정시키고 교통신호가 바뀔 때 까지 안타깝게 저희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 모습에 저의 가족들 목소리에도 점점 힘이 들어가고...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누군가 저의 손목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따뜻한 캔커피 하나를 꼭 손에 쥐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옆에 있던 현경씨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리고 씩 웃으며 총총걸음으로 정문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작업복을 입은 나이가 지긋이 든 정규직노동자였습니다.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한 시간 내내 춥지 않았습니다. 제법 바람이 쌀쌀했는데 정말 선전전 끝날 때까지 하나도 춥지 않았습니다. 같이 했던 현경씨도 덩달아 하나도 춥지 않더라고 얘기를 합니다. 백만대군을 얻은 것처럼 정말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 한분이 “힘내십시오. 현대자동차 4만 노동자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주셨을 때처럼 짜아~한 감동이 물결쳤습니다.
그래서 저의 가족들 더 당당히 소리 높여 얘기 할 수 있었습니다. 더 당당히 현대자동차에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비정규직노동조합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중단하라! 고
불법파견 금지하고 비정규직노동자들 정규직화하라! 고
울산공장 101개 업체에 대한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을 더 이상 지연시키고 방해하지 마라! 고
현대자동차 구정문 앞이 쩌렁쩌렁 울리게 목청을 돋구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따뜻한 캔커피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 여러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가 진정했던 12개 업체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 현대자동차노조가 진정한 101개 업체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을 앞두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스스로 모이고 비정규직노조탄압에 대해 정규직노동자들이 마음으로 이렇게 지지를 해주고 정말 희망이 보입니다.
노동부가 지난 11월부터 불법파견판정을 계속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미루고 있지만 현자노조와 현자비정규직노조, 금속연맹, 아산사내하청지회, 전주 하청노동자연대투쟁위원회가 참여하는 현대자동차 연대회의에서는 이미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지자마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투쟁계획을 제출했다는 기쁜 소식까지 들려옵니다.
불법파견투쟁을 계기로 이렇게 형성되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노동자의 소중한 연대와 움직임이 끝까지 흔들리지 말고 점점 커져 나갈 수 있길 염원합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 여러분!
저의 가족들도 항상 당당히 싸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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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의 따뜻함으로 희망을 가져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