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항쟁'의 승리를 위하여 IV*
- 중요한 것은, 벽 자체가 아니라, 벽에 반응하는 우리들 자신이다.
1.
촛불은 승리했다? 그런데 요구는 하나도 관철되지 못했다? 한 희한한 승리로군!
쇠고기항쟁에서, 국민승리선언만큼 자가당착적인 것은 없다. '국민승리'는 주둥이로만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승리'란 이명박를 패배시킬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관념적 잠꼬대 환자가 아니라면, 실제의 승리는 상대편의 실제의 패배를 전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치 승리나 한 것처럼 들떠있는 착각이나 환상이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는 과학적 인식이다.
2.
벽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하나, 벽을 넘는다, 사다리. 둘, 벽을 부수어 무너뜨린다, 불도져. 셋, 벽에 구멍을 낸다, 포크레인. 넷, 돌아서 간다, 우회. 중요한 것은, 벽 자체가 아니라, 벽에 반응하는 우리들 자신이다.
독재정권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독재정권이 스스로를 파멸시킬 결정적인 과오를 범할 때까지 견디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패는 필연적이다. 자위적 차원에서, 그리고, 전술적 차원에서 게릴라성 폭력투쟁도 필연적이다. 문제는, 실패와 투쟁을 통해서 단련하여, 결정적인 때에 승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3.
쇠고기 항쟁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대중의 분노인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의 분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위선적인 최장집류, 진중권류 등 쁘띠부르주아적 지식인, 교수, 운동꾼, 정당인 등 브띠부르주아 세력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후자 -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의 분노 - 를 억압하고 있다, 이 항쟁이 부르주아 민주주의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훼방하고 있다. 이들은, 항쟁이 쁘띠부르주아적 이상으로 나아감에 의하여, 자신들의 쁘띠부르주아적 정체의 기만적 성격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4.
본질은, 재벌을 향한 이명박의 '짝사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그 자체가 사실상 재벌이라는 데 있다. 전두환이 자본을 지켜주고 키워주는 권력이었다면, 이명박은 권력이 된 자본 자체다.
노무현 정권이 진보세력과 쁘띠부르주아 세력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가, 그 사이에서 찌그러지고, 사이비 개혁세력으로 타락해 사라져간 것 처럼, 이명박 정권도 쁘띠부르주아 세력과 조중동 등 보수세력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이명박의 치명성이, 민주주의자에게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있다면, 사회주의자에게는 사회주의 노동자 운동의 전개조건의 위기에 있다.
우리 국민의 그동안의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저항과 전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이명박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었다. 지배세력과 통치배의 억압과 만행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인 동시에, 민주주의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그 이상의 것이기도 했다.
"MB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것은 사실 우리들 내면의 명박스러움이었다는 점"이라는 진중권의 말은 진똥개스럽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국민들에게 지배계급 중에서 통치배를 선택할 '권력'만을 주었을 뿐이다. 이런 조건하에서는 어차피, 권력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배계급과 통치배에게 있을 뿐이다.
각성된 국민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요구할 뿐이지만, 각성된 근로인민대중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를 요구한다.
5.
시기를 놓치는 것만큼이나 치명적인 것은 때이른 성급함이다. 진보가 더디오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물에 충분히 열을 가하지 않으면 물이 끓지 않는 것과 같다.
'자신의 알을 스스로 깨라'. 그러나, 조건이 성숙할 때까지 견디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조건이 성숙할 때, 그 때 자신의 알을 스스로 깨야 한다. 조건이 성숙할 때까지 가능성과 꿈을 간직해야 한다.
가장 생산적일 때는, 토론이나 대화가 변증법적일 때가 아닐까.
'출구없는 소모전'? '실험'이 '소모'될만큼 소모되어 쌓이면, '출구'가 생기는 법이다.
6.
경험과 과학은 대중에게 공동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단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준다. 그러나, 이것이 절박하고 근본적인 중요성을 갖는다는 것을 대중들이 인식하기까지는 더 많은 단련이 필요하다. 여기에 운동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대중들이 자각하고 각성하도록 돕는 일.
어디까지가 가능한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상상할 뿐이다. 그러나, 상상만으로는 부족하다. 과학적 분석과 결합된 상상력이야말로, 가능성을 현실성이게 한다.
남한사회에 대한 분석이 과학적이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사회로서의 일반적 성격과 한국만의 특수한 성격이 제대로 드러나야 한다.
문제는 가난이 어떤 식으로든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빛나는 전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가난이 불행한 것은, 그것이 단순히 양적인 결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를 파괴하는 비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에 대한 태도는 정직할 것, 진실될 것, 그리고 과학적일 것.
지금 우리에게 절박한 것은, 우리의 삶에 대한 '사유'의 근본적 전환뿐만 아니라, 실천 그 자체이다.
무엇보다도 부인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은, '과학'에 철저한 것만이 진실에 가장 충실하다는 것이다.
7.
물질적인 요구는 관념적인 수단에 의해 충족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물질적인 요구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물질적 수단에 의해서만 충족될 수 있다. 사람의 의식은 그 사람의 사회적 존재에 의해서 규정된다는 명제는 더욱 더 유효해지고 있다.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현실을 전복시키기 위해서는 그 현실을 물질적으로 - 관념적이 아니라 - 변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상품이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것이 상품이 된 현실을 냉정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이미 상품이 되어버린 세상을 인식 - 인정이 아니라!!! - 해야 한다. 그리고 왜 그렇게 되었는 지의 근본적인 원인을 성찰해야 한다. 그 근원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 돈, 자본이 인간적인 것, 인간적인 가치, 인간 그 자체를 지배하고 군림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그 거꾸로 선 관계를 다시 전복시켜 회복시킬 수 없다.
고통에 대한 처방이 고통뿐이라면 서서히 미쳐갈 것이다. 고통에 대한 처방으로서, 진통제, 환각제는 적당하지 않다. 고통에 대한 바른 처방은, 고통을 주는 원인과 정면 대결해보는 것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회적 고통의 원흉인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것만이 인간적인 것처럼.
8.
불행히도, '촛불'은 남한에서 민주주의의 성장통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성장통이 되어가고 있다.
너무나 많은. 과잉이 있다는 것은 결핍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잉은 결핍과 짝을 이룬다. 대부분의 과잉은 무지로 부터 비롯된다. 대부분의 비극과 불행은 무지와 결핍으로부터 비롯된다.
'불합리한 모순'. 모순에도 합리적인 것이 있고 불합리한 것이 있다니. 불합리한 모순이란 말은 합당한 표현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정체는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의 자본의 형태의 전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성격의 자본주의로의 발전은 자본주의의 생산력을 끝까지 전개하려는 몸부림인 동시에 자본주의가 생존하려는 몸부림이다.
고유가를 비롯한 국제적인 원자재의 수요의 증가, 가격의 상승은, 자본주의의적 생산력의 단계가 세계적 수준 -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을 포섭하여 - 으로 한층 더 발전한 것 - 그리고 그 생산력이 요구하는 원자재에 대한 수요의 증가와, 그 요구에 대한 공급측면에서의 결핍 - 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이 남한 사회의 다수적 현실이 된 것은 자본주의의 발전의 결과인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차라리 잘 된 일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가 더 이상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소수적 문제가 아니고, 자본주의의 틀안에서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는 자본주의 그 자체의 결함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해결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본주의를 극복하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동도 극복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비정규직 노동에 저항하고 그것을 철폐하는 투쟁을 전개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저항과 투쟁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9.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타락하고 추락하여 자본주의와 만난 지점에 제국주의가 있다. 국가나 민족을 '계급'으로 대체하는 것에 의해서만,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것에 의해서만, 제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일 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착취이기도 하다. 양자는 모두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에 대한 저항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저항이 아니면 안된다.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에 대한 저항으로 머무는 것, 이것이, 오늘날, 남한의 쁘띠부르주아적 운동의 한계인 것이다. 신자유주의적이지 않은 자본주의에서 잘먹고 잘 살 수 있으리라고 착각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사실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 필자의 다른 글 참조
- '쇠고기 항쟁'의 성격과 우리 운동이 나아갈 길 (2008.5.31)
- '쇠고기 항쟁'의 유발과 지속의 물질적 조건 (2008.6.18)
- '쇠고기 항쟁'의 '승리'를 위하여 (2008.6.23)
- '쇠고기 항쟁'의 승리를 위하여 II (2008.6.28)
- '쇠고기 항쟁'의 승리를 위하여 III (2008.7.17)
[원문]
http://www.hbyd.org/zboard/view.php?id=hbyd_freeboard&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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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항쟁'의 승리를 위하여 I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