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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6 04: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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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중부지역건설노조 |
 집회.gif (121.1 KB), Download : 17 |
 <추모>어느 건설노동자들의 죽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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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설노동자들의 죽음
"20년 노가다 인생"
죽음과 삶을 갈라 세우던 혹독한 노동의 시간들
죽어도 죽을 수 없는 그대 넋이 여기 있어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았던
절망과 좌절의 세월
어쩌면 죽음 같은 노동의 시간들을 파먹고 살았는지도 몰라
혹은 체념에 길들여진 체 죽은 듯 살아왔는지도
운명이라 생각하며 숙명처럼
고단한 하루의 노동을 소주한잔으로 달래며
살아왔는지도 몰라
20년 세월 공사판을 떠돌며 수없이 보아왔던
싸늘한 시신이 되어 실려 나가던 죽음을 보며
나도 어쩌면 저렇게 죽어 갈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도 못 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미친 듯이 미친 듯이 일에 매달리고
하루 일당도 돌아가지 않는 강제도급에 내몰려
미친 듯이 일을 하면 할수록 더욱 가난해지고
임금을 떼먹고 달아난 오야지를 잡으려 다닌다며
술에 취해 시뻘겋게 충혈 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저주와 분노뿐이었지
아무도 보아주는 사람이 없었고
아무도 들어 주는 사람이 없었고
아무도 대신 아파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하청 노동자 노가다 인생이었어!
"산재살인"
그날도 바로 그날도
마지막 호흡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도
아무리 불러도 불러보았어도
아무도 와 주지 않았던
좁고 어두운 어두웠던 임종의 시간
새벽밥 해주던 젖은 아내의 손길을 기억하며
아직은 함께 해야 할 많은 시간들을 남겨둔
가족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피가 멎고, 근육이 굳어가는 그 순간
나보다 먼저 떠난 동료들의 고통스러운 삶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다가 왔었다.
숨이 멎기 전
죽음을 맞이하기 전
이미 이 땅의 많은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두려웠다. 어둡고 좁은 엘리베이터 공간
헛발질이나 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안전수칙을 지켜야 하는 의무감 보다
하루 일당도 돌아가지 않는 강제 노동에 내 몰려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산재 사고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갈비뼈에 금이 가는 것쯤은
꿈자리가 뒤숭숭하거나, 재수 없는 날쯤으로 치부해왔다
그래 그렇게 팔다리가 부러지고 늑골이 나가는 것 쯤
대수롭지 않게 있어왔던 일쯤으로 하청회사에서 알아서
팀장이 알아서 공상으로 은폐되고
다친 놈만 재수 없는 놈이 되거나,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산재사고를 낸 것으로 하고
몇 푼의 치료비를 받고 쫓겨나야 했지 않았는가
핏자국을 지우고
피가 묻어 있었던 돌들이 나무들이
차가웠던 시멘트 바닥이 나의 마지막 순간을 증언해 줄
그 모든 것들이 감춰지고 깨끗하게 지워졌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이 멎을 듯한 신음소리마저 입을 막아버리고
아주 태연스럽게 술병이 있어, 지병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죽음의 환경 건설현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연사라고
살인자들은 나를 다시 난도질하고 있었지
현장 조사를 외면한 노동부는 살인자와 입을 맞추고
통제된 언론도 입을 닫아 버렸어
살인자들은 산업재해가 없는 현장을 만든다고
선안전 후시공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근로자를 가족처럼 한다고 목청을 돋웠지만
살인의 환경과 살인의 순간을 숨기기 위해서 일뿐
나의 죽음에 대해 아파하지도
애통해 하지도 않았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단지 살인자들은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시키려고 할 뿐이었지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한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갔는가?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 보상도 받지 못하고
일터에서 쫓겨나야 했는가
산재 경력이 전과자의 낙인이 되어 아예 취업마저 거부되었는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쫓겨나지 않는 내일의 일자리를 위해 숨죽여야 했던 그 오랜 시간
죽음의 덧을 쳐 놓고 가난한 노동자의 목숨 앗아갔다.
죽음과 삶을 갈라 세우던 혹독한 노동의 시간들
죽어도 죽을 수 없는 그대 넋이 여기 있어
죽음의 고통보다 힘겨웠던 시간
여름이 지나고, 낙엽지는 가을 길을 따라
고단한 삶을 마감하고 편히 가소서
다시는 이 모진 세상
마지막 피 한 방울 땀 한 방울 다 빨리는
2중 3중의 착취 구조 다단계하도급
강제 노동의 고통스러운 세월을 잊고
희망과 생산의 망치소리가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와 어우러지는
평화로운 세상 평등한 세상에서
그대의 노동이 이웃과 가족을 위한 아름다운 가치가되는 날
그날
오늘의 아픔이
그대의 탄식과 눈물을 모아 새롭게 건설할 것입니다.
고 유용만님과 건설자본의 이윤의 그늘에 희생되신 건설노동자들께 바칩니다.
- 노동자 시인 조선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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