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국가 수립을 목표로 노동운동의 혁명적 기개를 되살리자
노예가 노예인 것은
자기가 노예이면서 노예인 것을 깨닫지 못한 자야
깨닫고는 있으면서도 주인이 두려워서
노예이기를 거부하지 못하고 눌려사는 자나
주인이 던져주는 밥덩이의 크기에 배가 불러
돼지처럼 행복한 자야
그래서 노예는 노예시대에만 있었던 게 아냐
착취와 압박을 당하고 살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깨닫고는 있어도 노예이기를 거부하지 못한 자는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오늘날에도 노예인 거야
그 대신 착취와 압박을 당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게 부끄러워서 참지 못하고 싸우는 자
그는 이제 노예가 아닌 거야
해방자인 거야 해방자!
- 혁명시인 김남주의 시중에서
오늘 노동이 모욕당하는 현실에서 노동자로서 살아가며 착취와 억압을 느끼지 못하는 자는 노예들이다.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던져주는 협상의 떡고물에 허겁지겁 달려드는 자는 말을 할 줄 아는 기계이거나 옷을 입을 줄 아는 짐승들이다.
100년이 넘은 지난 그 때 8명의 미국노동자가 자본가들의 올가미에 목을 내놓았을 망정 인간의 존귀함을 지킬 줄 알았기에 오늘 수억의 노동자들의 길거리에 나와 꽃과 잎새들이 기를 쓰고 나오는 계절에 행진을 하는 것이다.
노동이 있기에 아지랑이 피워오르는 들판이 아름다운 것이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땀을 씻는 노동이 있기에 봄날 물냄새가 향기로운 것이다.
5월의 하늘이 시퍼렇게 푸른 것은 착취와 억압에 항거해 치켜세운 노동자의 목줄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오늘은 메이데이다.
세상을 해방시켜 우리 스스로 해방되는 노동자가 옛 전사들의 투쟁을 생각하고 패배와 승리와 피투성이의 날을 기약하는 그런 날이다.
역사의 길은 이런 포장도로가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앞으로 이어질 고비고비 험한 길을 향해 발을 딛는 날이다.
자본주의는 노동자에게 오로지 전복의 대상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그 어떤 억압과 착취체제보다 강력한 이유는 자신의 동조자를 자신의 파괴자 사이에 만들기 때문이다.
떡고물의 양을 차별해 피착취자들 사이에 반목을 조성하고, 호인이라 불리는 사람을 꼬드겨 동료들의 배신자로 만들고, 정직한 자에게 이기심을 심어 비겁한 방조자로 만드는 이 체제에서 용기는 언제나 고독하다.
자본주의는 변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착취당하며 풀칠하는 우리도 변해야 살 수 있다며 노동조합도 변하고 노동자의 정당도 변해야 한다고 말하며 과거 우리의 벗들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변하고 있다.
누군가 많이 배워 목소리에 기름기가 있고, 자본가와 흥정에 이골이 나 눈빛이 공손한 그들이, 세상사는 것이 모두 다 그런 것이라고 노동자! 당신의 등을 두드린다.
어찌 세상사가 투쟁이 능사이며, 자본에 대한 증오만으로 될 것이냐며 하루하루 일상에 지쳐있는 당신의 손을 잡는다.
그러나 동지들!
한집안에 정규직이 두 명이 나오면 ‘조상묘를 잘쓴탓’이라고 칭송받는 이 세상이 그리도 살만하던가?
손에 힘빠지고 머리세어 주차장 안내원으로 새출발하는 기분이 그리도 상쾌하던가?
아니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멀쩡하던 직장에서 밀려날 때 그리도 후련하던가?
학교에 순응하면 입시지옥의 덫에 걸리고 탈출하면 비행청소년으로 가는 우리 자식들은 행복하겠는가?
젊었을 땐 비정규직으로 몰려 살다가 잘되면 남편의 노예이고 운나쁘면 성매매방지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이 땅의 여성들이 자살 안하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이 무엇때문인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종교이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국시인 자본주의 사회가 이 모든 것의 원인이다.
지혜와 노동과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자본의 탐욕앞에서 기계보다 못한 존재가 되고, 절대빈곤이 넘쳐야 일을 열심히 할 거라는 악담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 놈의 자본주의가 모든 악의 근본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이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요하는 노동운동이든 그것은 자본주의와 함께하는 노동운동일 뿐이다.
노동자는 오월의 푸른하늘에 자본의 오점을 허용할 수 없다.
오로지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만인이 해방되는 나라, 노동자 국가수립을 위한 투쟁만이 노동자의 길이다.
노동자국가수립은 이제 희망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노동자국가는 노동자의 나라이고 만인을 위한 나라이다.
거기에는 착취와 억압이 없고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조소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생산수단(토지, 공장, 은행)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소유가 될 것이며 필요에 따른 소비와 여기에 맞는 생산이 계획될 것이다.
자본가와 노동자로 분열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평등이 보장되고,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기만이 아니라 세상을 움직이는 실제 원리로서 발전할 것이다.
아픈자는 무료로 치료받을 것이며 우리 자식들의 보육과 교육은 사회가 책임질 것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배려가 있을 것이고 사회활동에 당당히 참여할 수 있도록 모두가 팔을 벌릴 것이다.
환경은 노동의 최적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하는 모든 사람들에 의해 보존될 것이다.
노동에서 은퇴하는 자에게는 자신의 고된 노동의 보상으로 멋진 노년이 보장될 것이다.
여성은 수천년동안 이어져 온 노예신분에서 해방될 것이고 억압당한 여성으로서 강요된 인내가 아니라 해방자로서의 넉넉한 포용력으로 세상을 보다 훌륭한 곳으로 만드는 주체가 될 것이다.
자본주의하에서 필요이상으로 발전해온 생산력 덕분에 이런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조건은 이미 확보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세계적 차원에서 사회주의 사회는 공상이 아니라 가능한 현실인 것이다.
이런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 노동자는 스스로 권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투표함에 노동자들이 몰려가는 것으로 정치활동을 제한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사회주의 활동이 강화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모두 포괄되는 공장위원회 건설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생산을 통제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공장을 넘어 지역을 넘어 전국가의 통제를 자신이 세운 권력하에서 수립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는 정치권력획득을 목표로 하는 조직, 정당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혁명적인 노동자 정당건설을 목표로 투쟁해야 한다.
해방연대의 임무는 동지들과 함께 노사협조주의와 개량주의를 분쇄하고 혁명적 노동운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노동해방실천연대(이하 해방연대)는 민주노동당을 사회주의 정당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투쟁했던 동지들과 민주노조운동을 혁명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동지들의 결합으로 건설되고 있다.
해방연대는 최근 공개된 준비위 발족선언문을 통해 우리의 목표가 노동자국가수립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는 객관적으로 해방연대가 위로부터 강요된 노사협조주의와 노동조합관료들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노동자국가수립을 목표로 하는 노동운동, 혁명적 노동운동을 강화 발전시키는 임무를 갖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당면시기 혁명적 노동운동은 다음의 목표를 갖는다.
∥ 혁명적 노동운동은 대중투쟁을 강화해 오늘의 난관을 극복할 것을 주장한다.
그것이야말로 대중주체의 새로운 사회건설을 앞당기는 길이기 때문이다.
∥ 혁명적 노동운동은 반자본주의 투쟁을 전면적으로 전개하여 경제주의, 조합주의에 머물고 있는 현단계 노동운동을 정치적 노동운동, 혁명적 노동운동으로 강화 발전시킬 것이다.
그것은 대중투쟁을 절박한 요구로부터 사회주의를 위한 요구로 발전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위해 전국적 정치신문을 발간하고 대중정치투쟁을 조직할 것이다.
∥ 혁명적 노동운동은 우리의 시야를 일국내에 가두지 않고, 노동자 국제주의에 입각해 활동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전세계 혁명적 노동운동 진영과 굳건한 연대를 확보할 것이다.
∥ 혁명적 노동운동은 제국주의 세력에 대해 단호한 투쟁을 전개하여 미제의 한반도 전쟁기도를 막아내고 한반도를 노동자 국가로 통일시키는 것을 목표로 투쟁할 것이다.
해방연대는 전세계 노동자들과 함께 메이데이를 축하하며 120여년전 인간의 길을 당당히 갔던 선배노동자들의 삶의 교훈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우리의 전망을 현실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우리는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의 땀과 피가 당장의 보상으로 주어질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의 승리의 가능성이 실패의 가능성에 의해 압도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기에 우리의 노력이 후대들의 아름다운 삶으로 열매맺기를 희망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이 길로 매진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5년 5월 1일
(가칭)노동해방실천연대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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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