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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1 18:4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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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회의 |
 머슴이 주인말을 안듣는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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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이 넘도록 숱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외쳤다.
그러나 메아리는 없었다.
제 얼굴에 반해 완고히 연못만 쳐다보고 앉은 어떤 나르시스트는 그 호소를 진지하게 듣기는커녕 귓전에 들이지도 않았다.
그의 관심은 촛불을 든 이유가 아니라 무슨 돈으로 촛불을 샀는지였고 누가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시켰는가였다.
즉 배후가 누구인가였다.
그가 자임한 바 국민의 머슴 중 상머슴으로서 주인의 요구에 대고 그 배후를 캐는 무례함은 끝내 목노집 똥개에게도 주지 못할 제 버릇이라고 치자.
그러나 청계천 광장의 촛불의 일렁임들 뒤에 누군가의 끈이 분명히 도사리고 있고 그 끈들이 저 촛불들을 좌지우지한다고 굳게 믿는 망상장애는 어찌할 것인가. 시민들이 몸 던져 외치고 소리 높여 행하는 절규에 모르쇠 작전으로 일관하는 이 청맹과니를 대체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것은 소통(疎通)이 아니라 소통(燒通)이다.
통하도록 길을 틔움이 아니라 통하는 길을 불질러 없애 버림이다.
무능함의 섶 위에 오만함의 기름이 부어졌고 이제 야만이 불을 당겼다.
한 청년의 뒤통수를 강타하는 전경의 몽둥이에 새겨진 주인의 이름을 우리는 안다.
그 이름은 나이 스물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어쩔 수 없이 군복을 입고 동갑내기친구들 앞에서 악으로 깡으로 버티다가 분노를 폭발한 젊은 전경의 것이 아니다.
사람의 머리 바로 위에서 바퀴벌레 약 뿌리듯 물대포 직사포를 쏘아대는 경찰의 명찰을 확인하지는 못하였지만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안다.
사람이 죽어간다고 애절하게 호소해도 끝내 방패를 열어 주지 않던 그 무표정함이 사실은 앳된 전경의 얼굴이 아님을 안다.
그분께 저항하자.
시간 여행을 만끽케 해 주는 켸켸묵은 야만에 저항하자.
수 년 동안 위험하며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던 천덕꾸러기가 대통령의 1박을 전후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지닌 신데렐라로 거듭나는 잔혹동화를 집어던지라.
수십 차례 제 주인이 피맺히게 부르는 소리를 매미 울음소리만큼도 쳐 주지 않는 이 게으른 머슴 권력의 귀마개를 걷어 치우라.
지금 당신의 뒤통수는 안전한가.
당신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찍었던 그 머슴이 지금 누구 밭을 갈려 하는지, 어떤 주인을 왕따시키고 어떤 주인을 섬기는지 똑똑히 지켜보라.
그리고 내키지 않을라치면 서슴없이 머슴의 멱살을 잡아라.
목숨을 걸고 비장한 음악 흐르는 전장을 누비는 것이 저항인 시절은 지나갔다.
자유로이 이야기할 손바닥만한 공간을 위해 화염병을 수백 개 내지르고 최루탄에 콜록거려야 하던 시기는 이미 우리에게 추억이 되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놀라지 말자. 이 시대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 온 것이다.
이른바 닭장 투어는 문제의 닭장 안에서 피터지게 두들겨 맞으며 흔들리는 이빨을 움켜쥐었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모집이 가능한 것이다.
시대가 원하면 경찰서로 가리라는 넉넉함은 셋만 모여도 해산을 종용하던 엄혹함이 찢어 발겨지고서야 자라난 것이다.
그 과거를 되새김질하며 딱딱해진 어깨를 유연히 흔들며 움츠려진 가슴을 활짝 펴 즐겁게 저항하자.
주눅들지 말자.
막히면 돌아가고 지치면 술 한 잔 한 뒤 다시 나오자.
바쁜 일 있으면 그 할 일에 열중하고 여유가 있을 때에만 저항의 고삐를 잡아도 무방하리라.
그래서 제딴엔 부지런하나 무엇을 위한 부지런인지 모르는 머슴의 문지방에 대고 이리 오너라를 끈질기게 부르자.
그가 제발 이제 그만 부르라고 두 손 모아 비빌 때까지. 비록 지금 그가 우리의 물 위에 떠 있으나 우리가 노하면 그가 벌컥벌컥 해저로 가라앉아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깨우쳐 줄 필요가 있으리라.
저항하자.
우리가 주인임을 머슴에게 알리기 위하여,
그리고 우리의 명령이 그 귓바퀴에 꽂히게 하기 위하여.
어두웠던 밤 지나 새벽이 얼어붙은 땅 녹아 새싹이 피었으며, 그는 누구도 되돌릴 수 없음을 건방진 머슴이 깨닫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하기 위하여.
우리의 논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며, "머슴아! 썩 깨어 일어나라"라고 호령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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