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미터 고공농성... "가족들 애타게 기다려"
"조합원들, 문제 해결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
건설 조합원 3명이 올림픽대교 88미터 주탑에 올라가 농성을 벌인지 어제 날짜로 벌써 11일째가 되었네요. 그곳에 올라가 있는 건설조합원들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또 점거농성을 시작하던 날은 그래도 더위가 남아 추위를 느낄 수 없었을 것인데, 이제는 여름날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쌀쌀함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데 농성조합원들은 괜찮은 것일까?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어제는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올림픽대교 한강시민공원에서 건설조합원들과 농성중인 가족들이 떨리는 가슴으로 그 자리에 모였습니다. 주변에는 휴일나들이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농성장을 찾은 가족들은 휴일 날 그곳에 찾아와준 여러 노동자들에게 참으로 고맙다는 감사의 말을 눈물로 대신해 주변을 잠시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건설조합원들과 가족들의 마음은 고공농성중인 조합원들이 하루속히 문제가 해결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와 검찰은 아무런 태도변화가 없는 가운데 문제해결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노동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올림픽대교 한강시민공원에 설치된 농성장 현수막
▲ 올림픽대교 주탑이 건너다 보이는 한강시민공원에서는 매주 일요일 집회가 열리고 있다.
"월 60만원 조합비 받고 일한 남편 .. 갈취범 매도말라."
이날 집회에 참석한 가족들은 그동안의 상황을 설명하고 고공농성중인 노동자들이 정부의 공안탄압으로 정당한 노동자들의 요구이자 활동인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우고 공갈범, 갈취 범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양주지회장 허근영 지회장의 부인 이기원씨는 “남편은 정부의 탄압으로 수배 아닌 수배생활을 벌써 한 달을 넘게 이어왔었다. 올림픽대교에 올라갔다는 소식은 나중에 조합들을 통해서 듣고서 알게 되었다.”며 “남편이 내게 맡겨놓은 수첩 안에는 빈 통장 두개가 있었고, 그 빈 통장은 빠져나갈 돈이 있으니 채워달라는 짤막한 메모가 전부였다.”고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이기원씨는 “두 살배기 아이는 아침마다 아빠를 찾는다.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검찰이나 경찰, 고위공직자들이 금품수수나 뇌물로 처벌받고 구속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겨우 60만원 받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남편이 그런 사람들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는 현실이 저를 더욱 화나게 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습니다.
이어서 토목건축협의회 김호중 의장의 부인 이미영씨는 “앞서 말했던 이기원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말문을 열면서 “날이 추워지고 있는데 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두터운 외투라도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미영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노동조합이 전임자 임금을 지급받게 된 것이 IMF를 지나 2000년 때부터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2004년부터 노조가 전임비를 받는 것은 갈취범이란 말을 나돌았을 때, 공안탄압을 직감할 수 있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남편이 노동조합 활동을 11년 동안 해오면서 양심을 버리지 않고 활동해 왔지만 이렇게 갈취 범으로 몰아세우는 현 상황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노동탄압이다.”라고 강하게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 토목건축협의회 의장 김호중 - "여기에 올라와 보았더니 서울의 야경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저렇게 많은 건물이며, 다리며, 아파트며... 이 모든 건축물이 우리 건설노동자들의 피와 땀
으로 만들어졌는데... 왜, 우리는 숨쉬고 살아가는 것마져 빼앗기고 노예처럼 살라 하는가?"
(이날 전화기음성으로 목소리를 전달하며..)
▲ 허근영 지회장 부인 이기원씨 - 농성중인 올림픽대교 주탑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가족들의 걱정을 더하는 부분은 농성중인 조합원들의 음식물 반입이 원활하지 못하도록 경찰이 제한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가족들은 이날, 쌀쌀한 날씨에 반팔 옷을 걸치고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생각하여 전달할 옷가지를 준비하여 갔으나 경찰이 반입을 사전에 차단하여 그냥 돌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경찰의 태도에 대해서 가족들은 “갈취 범으로 몰아세운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최소한 인간으로 살아가야 할 인도적인 문제마저 공권력을 동원하여 가로막고 있다.”며 경찰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현재 이 같은 고공점거농성이 벌어진 것은 지난 달 23일 수원지검에서 노조간부 세 명을 공갈 및 갈취혐의로 구속하고, 아홉 명에 대해서 수배를 내린데 따른 것입니다. 특히 검찰은 노조전임자들이 건설업체의 안전시설 미비 등을 내세워 활동비를 요구한 것은 공갈행위와 노조 활동비를 받는 것은 금품수수라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서 밝힌바 있습니다.
"단체협상은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권리, ILO권고 이행하라."
이 같은 검찰의 입장에 대하여 토목건축협의회 조병규 부의장은 “정상적인 노동조합활동가운데 단체협약에 근거해서 지급된 노조 전임비를 가지고 금품갈취니 공갈협박이라 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은 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법 부당한 하도급이 건설현장에 판을 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고스란히 건설노동자들에게 전가되어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또 한 해 800여명의 노동자들이 산재로 죽어가고 있다.” 밝히면서 “건설노동자들의 요구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기본권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검찰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오히려 노동탄압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해법으로 제시되었던 국제노동기구 ILO에서의 권고안이었는데 이는 지난 2003년 원청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노조간부들이 구속되자 이 문제를 심의하여 올 해 3월 한국정부에 권고안을 보내온 것입니다.
권고안은 “건설노조의 원청과의 단체협약 체결과 전임비 요구는 정당한 요구로, 한국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탄압을 중단하고, 사법부는 판결을 재고하며, 건설노조 간부들이 입은 피해를 보장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국제노동기구 ILO의 권고안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검찰의 태도변화가 없는 가운데 건설노조원들의 강한 반발과 고공농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정부와 검찰의 노조탄압을 규탄하고 있다.
▲ 근로기준법도 없다는 건설현장 - 70년대 전태일 노동자가 청계천에서 몸을 불사르며
외쳤던 말이 떠오르는 문구다.
▲ 정부와 검찰의 이성적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조병규 토목건축협의회 부의장
▲ 고공농성중인 조합원들과 전화 통신 중, 망원경으로 주탑에 올라가 있는 조합원들의 모습을
살피고 있는 조합원
▲ "해결될 때까지내려오지 않겠다." 는 조합원들, 그리고 "차라리 내가 올라가고 말겠다."는
말로 가족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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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올림픽대교 고공농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