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만적인 ‘특고종사자법안’을 분쇄하고 노동해방의 기치를 높이 들자!
그 동안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을 우롱하는 정부안
2001년서부터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햇수로 7년이 지나서야 정부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의원입법의 형식으로 6월 임시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안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를 '특고종사자'로 정의하고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는데도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지 않아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고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 타인을 사용하지 않는 요건을 갖춘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요건을 모두 갖춘 자라 할지라도 대통령령으로 해당 직종이 특수고용이라고 정해지지 않으면 그 나마의 법 적용도 받을 수 없게 되어있다.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근로자로 간주하여 노동3권을 모두 인정하는 경우는 △노무제공 시간과 장소 및 업무내용이 사업주에 의해 결정되고 △사업주로부터 직간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경우 등 요건을 갖춘 자로 '간주근로자'에만 한정되어 있다. 이 같은 '간주근로자' 외의 특고종사자는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 결성권'이 인정되어 집단행동권(파업권)을 제외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2가지 권리만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요건도 까다롭기 짝이 없다. 특고종사자가 단체를 결성할 경우 종사자 중 과반수가 그 단체에 있음을 증명해야 하며, 사업주와 협의할 권한을 가진다. 분쟁 발생시에는 노동위원회의 조정 및 중재제도를 통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위원회에서 중재 회부 결정 등을 통해 해결하도록 함으로서 사실상 교섭력을 완전히 무력화 시켰다.
파업권 배제, 그 나마 화물·덤프기사는 해당사항 없음
정부안에 따르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파업까지 가능한 특고종사자는 골프장 경기보조원 정도이고, 그나마 노동2권이 보장되는 특고종사자는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레미콘 기사 등 소수에 그치고 70만에 이르는 화물차와 덤프 기사, 퀵서비스기사, 애니메이터, 간병인, 대리운전기사 등 나머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아예 제외됐다. 작년 10월 공정거래법과 보험업법 등 경제 관련법을 손질해 특수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게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생색을 냈던 정부가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도발을 획책한 것이다.
얼빠진 이 정부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는 노동권을 노동 3권이라고 부르니까 이들은 셋중에 두 개는 줄 수 있고, 세 개를 주는 것은 선심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헌법의 권리는 사람이 이 나라에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날 때, 손이나 발하나 정도는 유보하고 태어날 수 없는 것처럼 노동자의 권리도 이것저것 빼고 더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노동권은 언제든지 정부에 의해서 유보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 배짱 두둑한 노동부가 있는 한 대한민국 법률은 자본가 엉덩이에 깔려 있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보기에도 가관인 자본가들의 반발
그 동안 특수고용TFT에도 불참하는 등 관련 논의를 철저히 배제해 온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소위 경제5단체는 정부의 발표가 있자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해 노동법적 보호를 주요 골자로 하는 것으로, 관련 산업의 부담 증가는 물론 종사자들에게 소득 감소와 실업 같은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며 대량해고와 임금삭감을 의미하는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에게 노동3권이 보장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자 골프장 업주들은 “앞으로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을 한명도 고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입만 열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고, 광주와 같은 도시에서조차 기업인을 사랑한다고 커밍아웃하는데 여념이 없는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것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쩌면 나무에서 물고기 찾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동안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이용해 해당 사업주들은 특수한 이윤을 누리고 있었다. 자본가들은 멀쩡한 노동자에게 사업자 등록증을 하나씩 떼어 주고는 직접고용의 부담을 덜고, 경영부실의 부담을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지워 왔던 것이다. 덤프 노동자들 대부분이 생활고를 넘어 빚더미로 가장의 지위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은 이들에게 안중에도 없다. 말만 꺼내면 노사는 동반자적 관계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지만 노동자가 굶어죽는다 하더라도 눈 하나 까딱하기는커녕, 노동자의 빈곤과 고통을 자신들의 안락의 기초로 삼고 있는 자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이제 자본주의와 정면으로 치고받지 않는 한 단 한걸음의 전진도 없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존재는 이제 자본주의가 그 끝까지 갔다는 것이다. 자본가들이 자본을 동원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자본주의의 기본원리조차 부담스러워 한다면, 이제 자본주의는 생산력의 발전도, 인간의 최소한의 삶도 보장할 수 없는 체제라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다. 고용주라는 말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자본가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경제단체는 만들고, 자신들이 생산의 한 주체라는 말을 한다는 말인가?
전쟁이라도 확 났으면 좋겠다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동지들! 이미 전쟁은 시작된 지 오래고 전사자들은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자본의 탐욕에 몰려 목을 맨 우리의 동료들, 전기가 끊어진 집에서 굶어죽은 독거노인들, 부모들이 경제난으로 뿔뿔이 흩어지자 운명을 비관하고 자살한 어린 가장들,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탄압으로 몸에 불을 당긴 열사들, 이것이 전쟁터가 아니고 무엇인가?
투기로 하루아침에 수억을 벌고, 해외여행도 진력이 나서 깡패들 동원해 아들싸움에 폭력을 휘두르는 놈들이 한편이고, 몸뚱이 하나로 먹고 살다, 노동조합이라도 만들겠다면 감옥 끌려가 정부미 먹고 재수 없으면 전경한테 맞아 죽어야하는 노동자가 한편인 전쟁,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서 노동자계급의 적들은 우리의 목을 조이고, 허리춤을 붙잡고 삶의 낭떠러지로 끌고 가고 있다. 죽음의 위협에 맞서 고개 숙인 자들이 노예가 되는 것이다. 노예의 나락에서 벗어나는 길은 노예의 삶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길뿐이다. 노동자에게 온갖 이름을 갖다 붙여 서로를 찢어발기고 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자들에게 투쟁 말고 도대체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선의를 발휘해서 호의를 바랄 수 있는 것은 상대가 인간일 때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미 자본과 돈의 화신으로 이윤이라는 먹거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에게 법을 들이미는 일은 아둔한 짓이다. 자본주의에서 노동법은 노동자를 자본주의에 가두어 놓기 위해 쳐 놓은 소위 안전망이다. 그러나 이제 자본가들이 안전망을 거두어들였다면 노동자의 선택은 자본주의를 벗어나는 것이다. 우리의 상상력부터 우리의 행동까지 자본주의 시민의 허위를 벗어던져야 한다.
자본가들이 생산수단을 소유해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한다면, 이제 그들의 부담을 덜어줄 때가 온 것이다. 이제 개인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거나 생산물, 판매물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갖는 시대가 종식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안정된 일자리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본가들은 이제 박물관으로 물러나야 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선언할 때다. 노동자의 이름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를 말해야 할 때인 것이다.
생산수단을 사회가 소유하고 노동자가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하는 길만이 유일한 길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새빨간 거짓말인 국민의 행복추구권은 노동자가 권력을 장악한 노동자정부에서만이 비로소 말 같은 말이 될 것이다. 노동자의 투쟁은 이제 이 야만스러운 자본주의를 곧장 향해야 한다. 그 길만이 이 전쟁에서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길이다.
2007년 6월 18일
노 동 해 방 실 천 연 대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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