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건설 일용직 노동자에게 인권은 있는가?
지난 12월 18일 대구 동구 불로동에서 비정규직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김모씨의 장롱에서 그의 다섯 살 어린 아들이 굶어 죽은 시체로 발견된 사건은 우리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처음 언론에서는 아이가 굶어 죽은 것이 부모의 무능이나, 사회의 무관심으로 돌렸다. 경찰에서도 조사 후 부모의 신병처리는 정신 감정이후에 하겠다거나, 동사무소 직원들에게 그 화살이 돌아갔다. 그러나 그 사건은 단일 한 사건으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그보다 훨씬 비참하고 참혹한 일들이 건설 현장에서는 일상적인 일처럼 벌어지고 있으나, 정부도 언론도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21일 '2004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문현준 대표는 4년간 1600명의 노숙인이 거리에서 죽어갔다." 고 이야기 한다.
영등포 역
글쓴이 : 조선남 [해방글터 http://www.ptpen.com]
상처받은 짐승처럼
성치 못한 몸으로
삶의 의욕마저 꺾인 사람들이
자본의 어두운 그늘이 되어 있다
언젠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내 삶의 이정표처럼 보여
소름이 끼친다
겨우 붙어 있는 생명도
장기 매매상의 표적이 되거나
흔적도 없이 箏?날 사라졌을 때
또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꾸는
영등포역을 지날 때 마다
소름이 끼친다
다친 허리 통증에
일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철근공 허씨의 얼굴이
겹쳐져 떠오른다
현장을 옮겨 다니면서
오야지가 바뀌고 새 현장에 들어갈 때마다
21mm 장대를 매고 쓰러지지 말자고
그 독한 술을 점심대신
먹는다는 허씨의 얼굴이
영등포 역 앞 노숙자의 얼굴로 떠오른다.
영등포 역 앞에서 노숙자를 보며 쓴 시(詩)다.
그 노숙자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바로 건설 일용직 노동자였다는 것이다. 늘 고용이 불안한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돌아다니다가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경우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어 일자리를 찾을 동안만이라도 노숙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노숙자 생활은 일자리를 찾을 동안만이 아니라 삶의 체념과 무기력으로 다가서고, 거리에서 죽어간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실업이 개인의 무능력함이나,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99년 대비해서 51% 정도 건설 물량이 감소했고, 그것은 절반의 건설 노동자들이 실업상태라는 것을 말하고있다. 한 달에 10일 미반의 불안전고용(사실상 실업)까지 하면 거의 70%의 건설 노동자들이 실업자로 내 몰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그나마,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 돌 수 있다는 것은 젊은 축에 속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고 스스로 자수하여 교도소를 찾아 가는 사람들이나, 가족을 앞세워 동반자살을 하게 되는 생계형 자살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감각해 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루에 30명이 자살하는 사회, 신용불량자로 신체의 일부라도 떼어내어 팔고 싶은 그 절망의 벼랑 끝에서 누가 이들에게 인권을 말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아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아비의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이런 사회에서 인권을 말하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고달프고, 지쳐있지 않은가?
최근 비정규직의 문제가 노동계의 중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비정규직 건설 일용직은 비정규직 축에도 못 끼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인권은 무엇인가? 살아남는 것이다. 생존이 이들에게 최대의 인권이다. 그러나 외면당하고 있다.
비정규직 건설 노동자 그들은 누구인가?
처음부터 건설 노동자로 살아가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그만큼 건설 현장의 일은 고달프고,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일을 해 놓고도 임금이 떼이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고, 하루 일당도 돌아가지 않는 강제 도급에 목숨을 내놓고 일을 해야 한다.
지난 일 년간 건설 현장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하루 2명 800명이 건설 노동자들이 추락사 감전사 협착으로 죽어갔다. 이런 생지옥 같은 건설 현장에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평균 연령 48.1세 이들은 대부분은 다른 직장에서 구조조정으로 쫓겨나거나, 농사를 짓다가, 혹은 광산에서, 원양어선을 타다가, 사양산업인 섬유공장에서 들어 온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건설 노동자가 되어 살겠다고 들어 온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실패한 인생의 마지막 선택인지도 모르는 비정규직 건설 노동자 그들에게 숙명처럼 늘 따라 다니는 것이 있다.
고용불안/ 산재(죽음의 그림자)/ 임금체불
건설 산업은 주문자 생산방식 즉 수주산업이다. 그래서 일정한 지역에서 일을 하기보다 일을 찾아 늘 떠돌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고용구조가 인맥구조로 이루어 져 있어 늘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불법다단계하도급에 의해 건설 노동자들은 2중으로 3중으로 착취당할 수밖에 없다. 맨 마지막 단계인 현장 노동자들에게도 매사라고 해서 하루 일당도 돌아가지 않는 돈으로 강제도급을 강요한다.
마지막 피 한 방울 땀 한 방울까지 쥐어짜겠다는 돈내기 강제도급에 위험한 줄 알면서 미친듯이 일에 매달려야 하고, 강제도급을 거부하면 아에 취업의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스스로의 노동을 감시하고, 동료를 감시하고, 결국 자기 살을 뜯어 먹는 돈내기 강제하도급에 새벽부터 어둠이 질 때까지 어두워 작업이 불가능 할 때는 백열등을 켜놓고 일해야 한다. 일을 하다 다쳐도 다쳤다고 말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다음공사 현장에 일을 받지못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원청회사에서는 산재사고에 대해 철저하게 하청회사에 떠넘긴다. 물론 법적으로 원청회사에서 책임지게 되어있고, 4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경우 산재로 처리하게 되어있지만, 시공사인 원청회사에서는 전문업체로 하여금 산재발생시 공상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공상처리 비용까지 전문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포스코건설에서는 4주이상의 산재사고를 낸 전문건설업체에 대해서는 6개월간 현장설명회 기회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코오롱 건설에서는 6주 이상의 산재사고 시 1차 협력업체에서 제외시켜버린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전문건설업체에서는 산재사고가 나도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고 은폐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몰아넣고 있다. 대부분 원청 건설회사는 이렇게 산재사실을 은폐하고 현장의 노동자들은 사소한 산재사고에도 혼자서 치료를 하거나, 2차 산재의 위험이 있지만 고통을 참고 일을 해야 한다.
위험한 줄 알면서 위험을 무렵 쓰고 일해야 하는 건설 노동자 안전규칙 지킬 것 다 지키고 일하면 하루 일당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 뻔한데 어떻게 지킬 것 다지키냐, 누군들 다치고 싶고,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이 있느냐?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항변이다. 그렇다 이들에게는 죽음의 그림자는 늘 따라 다니지만 집에 있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죽음의 문턱에서도 미친듯이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일을 하고도 상습적인 체불임금에 시달린다. 한 달 동안 일을 하고 첫 임금을 다음 달에 가서야 겨우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매달 2개월씩 밀리는 상습체불임금(현장 언어로는 스메기리라고 함) 집단체불이 발생하면 그 액수는 감당할 수 없고, 또 당장에 생존을 위협 당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보호해야 할 노동청은 돈내기는 자영업자에 속한다고 체불임금 진정도 접수받지 않는다. 노동청 근로감독관들은 점잖은 목소리로 민사로 청구하라고 친절하게 말한다. 그러나 민사로 청구된 임금청산요구는 보통이 2년을 넘기기 일쑤이다. 말이야 소액재판 청구를 하라고 하지만 건설회사에서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 그 판결이 미뤄지기 마련이다.
대구 성서 계명대학교 학군단 신축공사의 문틀을 달았던 내장목수 정광돈씨는 2년 넘게 민사로 체불임금 소송을 하다가 신경쇠약증에 걸려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하루 하루 일을 해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가 민사재판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2년이 넘게 뛰어 다녀 겨우 승소판정을 받았지만 회사는 공탁을 걸어 그 돈을 찾기도 힘들게 해 버렸다. 분명하게 건설 일용직 노동자인데 노동청에서 해결을 하지 않았던 것은 도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도급은 자영업자라는 것이 근로감독관의 일반적인 견해다 물론 강제 도급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절 법적인 시비를 따지지 않고 오직 도급을 받았으면 민사로 처리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건설 노동자들은 체불임금이 발생하면 현장 노동자들은 노동청에 가서 진정을 하기보다는 극단적인 자해행위를 한다.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가 목숨을 내 걸고 체불임금 청산을 요구하는 농성을 하게 되거나, 현장 사무실에 휘발류를 사 들고 들어가 불을 지르거나, 극단적인 행위로 임금을 해결해 나간다.
정체불명의 사람들.......
산재 사고가 발생하거나, 체불임금이 발생하거나, 고용보험에 있어서도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고용사실관계의 확인이다.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바로 근로계약서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근로계약서가 없다. 아니 근로계약서는 작성하더라도, 사용자가 일괄적으로 근로계약서에 “임금, 근로시간”을 명시하지 않는 근로계약서에 싸인만 하라고 한다. 안전장구도, 신규채용자 건강검진도 물론 없다. 그렇게 허위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근로계약서라고 하고 일선 노동부의 점검 때 보여주지만 단 한 건도 근로계약서 허위작성이나, 미작성으로 처벌된 사실이 없다. 대구지방 노동청 정보공개 청구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노동조합에서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근로기준법 위반을 들어 진정을 내면 현장 확인 한번 없이 무혐으로 처리 해버렸다. 사용자가 제출한 허위 근로계약서만 가지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하면 일일 출력 명단을 대조하고, 근로사실이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확인을 하여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계약서란 당사자간에 서로 한 장씩 나눠야 하지만 건설회사에서는 일괄적으로 거둬 가버린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을 고용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많게는 다섯 단계, 적어도 세 단계 이상 불법다단계하도급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자신을 고요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2중 3중의 착취를 당하고 있는 건설 노동자들 묶고 있는 무거운 착취의 사슬은 바로 불법용역과, 불법다단계하도급이다. 이번에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에도 건설 노동자들에게는 파견을 할 수 없도록 했지만 대부분 불법 용역과 불법 파견되고 있다. 단순노무직이라고 불리는 일반 잡부들은 하루 6만원의 일당 중에서 매일 1만 5천원을 착취당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고용보험도, 근로계약서도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노동부에는 불법을 스스로 감추고 있다.
법은 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은 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도, 건설근로자보호등에관한 특별법도, 고용보험도 이들에게는 전혀 지켜지지 않는 법이다. 건설회사와 노동부의 유착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전 노동조합에서 안전장구 미지급에 대해 고발조치를 했다. 당사자의 이름을 사용자에게 공개하고, 사용자는 제보자에게 협박하여 결국 그 노동자는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증인이 되어 주겠는가?
상습 공갈갈취란 더러운 죄목으로........
이렇게 인권의 사각지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서 비정규직 건설 노동자도 인간이라는 단순한 신념으로 젊은 사람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현장 활동을 시작하고 현장을 변화시키고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건설현장의 불법 다단계하도급 구조 속에서 현장 노동자들에게 대한 작업지휘권이 있는 원청회사를 상대로 단체협상을 요구하고, 미비한 안전시설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고발등을 통하여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체불임금, 산재,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면 현장을 바꿔나갔다. 그러나 2003년 10월 대전에서 시작된 공안탄압은 이들에게 상습 공갈갈취라는 더러운 죄목을 씌워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민소득 2만불을 지향하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 건설 현장에 인권은 있는가?
하루 일당도 돌아가지 않는 강제 도급에 제살을 뜯어 먹는 돈내기에 미친듯이 매달려 일 해야 하고, 일을 하다 다쳐도 치료도, 보상도 못 받는 건설현장 그렇게 하루에 2명씩 죽어가, 일을 찾아 떠돌다가 거리의 노숙자로 죽어가고, 굶어죽고, 병들어 죽고, 가족을 앞세워 죽어가야 하는 건설 노동자에게 누가 인권을 이야기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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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이 : 건축토목노조협의회[준] http://www.local-uni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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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건설 일용직 노동자에게 인권은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