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장관의 '부라퀴 현실주의'
[손석춘 칼럼] 부자신문과 함께 부르는 '합창'
부라퀴. 순우리말이다.
'제게 이로운 일이면 영악하게 덤벼대는 사람'을 이른다.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신봉해온 한국사회에서 부라퀴들은 곳곳에 똬리 틀고 있다.
모든 걸 자신의 이해관계로 판단하는 부라퀴들은 그들보다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시기하고 깎아 내리는 데 이골이 나있다.
문제는 부라퀴들이 한국의 역사에서 언제나 어디서나 '주류'였다는 데 있다.
그래서다.
마땅히 '주류' 사회를 바꿔야 할 사람이 엉뚱하게 주류에 부닐고 있을 때, 우리의 분노는 정당하다.
어느새 '추억'이 되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 '탄생'에서 많은 사람들은 최소한 노동정책만은 바뀌길 기대했다.
김대중 정권이 남북화해정책을 현실화한 반면에 노동배제 정책으로 일관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노 정권의 노동정책은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
노동부에 김대환 장관이 취임할 때 조금은 나아지겠다는 기대도 환상임이 분명해졌다.
학술운동단체의 대표까지 거친 그는 되레 전임 장관들보다 더 굳어 있다.
학술운동단체 대표였던 장관의 '자기자랑'
<중앙일보>와 만난 김 장관은 "노동부가 2004년 정부 부처 업무 평가를 잘 받았다"며 "취임하면서 노사 양쪽에 치우치지 않는 가운데 무게중심을 잡고 균형 잡힌 정책을 펴자고 강조했고, 실제로 충실하게 지켜온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자랑했다.
노동부가 노사 사이에 균형을 잡는 부처라는 '노동부 장관'의 인식은 전임 장관의 사고와 비교하더라도 명백한 '후퇴'다.
조금 더 냉철하게 말하자.
사쪽에 편향된 경제부처들이 줄이어있는데 노동부가 노사균형이나 무게중심 따위를 거론하는 것은 '주제넘은 발언'이다.
김 장관은 또 "노사관계는 법과 원칙의 틀을 확고히 하면서 그 바탕 위에서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려고 애썼다"고 자평했다.
그가 악법을 휘두르거나 또 다른 악법을 만드는 데 '확고'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려고 애썼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그만의 착각이다.
노동현장의 누구도 장관 김대환이 대화에 "애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작 그의 문제는 노사 '균형'을 부르대면서 스스로 그걸 부정한다는 데 있다.
그는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법과 원칙의 축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노와 사, 특히 민주노총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장관 이전에 '사회과학자' 김대환에게 묻고 싶다.
과연 오늘 한국의 노사 관계에서 "특히" 변해야 할 게 민주노총인가, 전경련·경총인가, 정부인가. 태생 자체가 재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중앙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그가 언죽번죽 '현실주의'를 거론하는 것은 가장 역겹다.
그는 청와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과 갈등을 우려하는 질문에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참모는 이상을 얘기할 수도 있지만, 장관은 현실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우 위원장이 얼마나 이상을 이야기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김대환 장관의 현실주의에는 현실이 전혀 없다.
"정규직은 선(善)이고, 비정규직은 악(惡)이라는 식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하면 안 된다"는 김 장관의 현실론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살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현실론을 단호히 '부라퀴 현실주의'로 비판하는 까닭이다.
'부라퀴 현실주의'에는 현실이 없다
김 장관이 '기특'해서일까. 부자신문 <중앙일보>는 사설 '민노총, 분규 없는 한해 만들게 협조해야'(1월5일)에서 김 장관의 말을 '엄호'하고 나섰다.
심지어 사설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아예 민주노총에서 빠져나와 버렸다"며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과격한 노동운동은 더 이상 설 땅이 없게 됐다"고 주장한다.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비정규직 자살'을 모르쇠 한 이유로 제명 당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정반대로 뒤틀며 민주노총을 '사냥'하는 부자신문의 부라퀴들과 함께 불러대는 노동부 장관 김대환의 목 쉰 '합창'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
그 노래가 노동자들을 저주하는 '장송곡'으로 들리는 것은 과연 필자 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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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 칼럼에서 퍼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