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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6 14:59:08
유재운
다시 김주익 열사를 생각하며......
하 종강의 노동과 꿈 중 고 정은임 아나운서의 글

정은임 아나운서가 8년 6개월 만에 “청취율 사각지대”라는 새벽3시 프로그램으로 방송에 복귀한 뒤, 두 번째 방송을 했던 2003년 10월21일, 사람들은 정은임 아나운서의 오프닝 멘트를 들으면서 가슴이 떨렸습니다.

            새벽 세 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백여 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올 가을에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를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영화음악의 정은임 입니다.

고공 크레인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 중공업 노조위원장 고 김 주익 위원장의 이야기를 전하며 정은임 아나운서는 스스로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겨우 매달린 기분으로’ 청취자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최신 유행의 피곤한 수다로 점철되는 FM 방송에서는 물론, 여느 개혁적이라는 매체에서도 이처럼 애틋한 말을 들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의 말들은 싸구려 감수성으로 포장할 수 있는 깊이가 아니었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는 ‘말’지의 이 오성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굉장히 비난 많이 받았어요.
나더러 노동자에 대해 뭘 아느냐, 육체노동자로서의 노동자계급에 대해 뭘 아느냐고 이야기 하더군요.
거기에 방송이나 언론의 허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이 세상은 마이크나 펜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계급적 기반에 따라 모든 것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거야말로 정말 무시무시한 SF영화 같은 세상 아닌가요.
모든 것이 나의 물적 좌표에 따라 바둑판처럼 이미 짜여진 세상, 너는 중산층이고 한 달에 얼마 버니까 얼마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하라는 거죠.
그들을 동정하거나 연민하는 게 아니라 주위에 손배 가압류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 보면 괴롭고, 고민되고 그런 걸 이야기하고 다른 세상을 꿈 꿀 수 있는 거잖아요.
난 비록 잘 먹고 잘 살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한번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 할 수 없나요?
왜 ‘8학군 기자들’이야기가 나오겠어요.
방송국에도 정말 8학군 출신 기자들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점점 뉴스에서도 시선이 한쪽으로만 흐르게 돼요.
노동자, 농민 이야기는 그들의 생리나 환경과 맞지 않아서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 눈도 돌리지 않고 말은 심각하지만 그게 일상으로 들어가면 전혀 심각한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우리 옆에서 투명인간 화되어 버리는 청소하시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뿐인데.“

MBC입사와 관련해 정은임씨에게는 한 가지 일화가 있습니다.
그가 입사했던 1992년은 MBC가 방송민주화를 내걸고 한창 파업 중이던 시기였습니다.
수습사원들에게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각서가 강요됐고, 그는 입사동기 중 유일하게 방송사 간부의 요구를 거절하고 파업에 참여한 ‘강성’ 노동자 였습니다.
그리고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네 살배기 아이의 엄마이자 노동조합의 여성부장이었던 정은임 아나운서가 죽기 전까지 열심히 노력했던 일은 직장 탁아소를 설립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그 이가 관련 법률까지 직접 챙기며 일을 벌이자 주변에서 도움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MBC쯤 되는 거대 방송사조차 정은임씨와 같은 악바리 노조원이 나서지 않는 한 여느 직장과 다를 바 없는 노동현장인 것입니다.
여기서 2003년 11월18일 정은임 아나운서의 오프닝 멘트를 소개합니다.

193.000원
한 정치인에게는 한 끼 식사조차 해결할 수 없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입니다.

하지만
막걸리 한 사발에 김치 한보시기로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에게는
며칠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큰돈입니다.

그리고
한 아버지에게는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길에서조차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한,
짐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휠리스를 사주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일하는 아버지, 고 김주익씨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이 193.000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193.000원,
인라인스케이트 세 켤레 값입니다.
35m 상공에서 100여일도 혼자 꿋꿋하게 버텼지만
세 아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에는 아픈 마음을 숨기지 못한 아버지.

그 아버지를 대신해서
남겨진 아이들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준 사람이 있습니다.
부자도, 정치인도 아니구요.
그저 평범한, 한 일하는 어머니 였습니다.

유서 속에 그 휠리스 대목에 목이메인 이 분은요,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주머니를 털었습니다.
그리고 휠리스보다 덜 위험한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서,
아버지를 잃은,
이 위험한 세상에 남겨진 아이들에게 건넸습니다.

2003년 늦가을
대한민국의 노동귀족들이 사는 모습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은임씨는 자신이 슬프게 애도한 고 김주익 위원장을 하늘에서 만나 아마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부디 그곳에서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하 종강 선생님의 교안 중에서..............>



   얼마전 자결했다가 살아난 한원C.C원춘희 동지 글입니다.

유재운
2005/04/06

   한원cc투쟁속보[제272회차]

한원노조
200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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