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노동자 투쟁의 의미
1. 비정규직철폐! 정규직화 쟁취! -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2000년 당시 비정규직이란 말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조차 생경한 것이었다. 이 시기 이랜드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쟁취를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고, 전국을 돌며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이랜드투쟁에 대해 선전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이랜드노동조합이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쟁취라는 요구를 걸고 파업에 돌입한 것은 높은 계급적 의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겨울이면 냉동창고를 방불케하고, 여름이면 찜질방과 다름없는 부곡물류창고에서 단돈 51만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부곡물류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70만원 임금인상을 내걸고 이랜드신촌본사앞에 천막농성을 전개하려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관리자들에게 두들겨 맞는 모습을 결코 뒤로할 수 없었기에 합법적 쟁의절차도 거치지 못하고 자본가들이 이야기하는 불법파업을 강행하며 공동파업에 나선 것이다. 말그대로 누이벌 되고, 동생벌 되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고, 멸시당하는 모습을 같은 노동자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노동자계급의 양심에 행동으로 응답한 것이다.
265일이라는 장기파업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없이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높아 갔다. 자본가들은 이 틈을 결코 놓치지 않았고 자본가들의 의례적인 짓거리인 노동자들을 분회별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열시키려는 책동이 강화되었다. 어둠의 터널을 통과하듯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랜드노동조합은 끊임없이 분임토의와 전체 토론을 거쳐 노동자들의 분열을 해소하고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켜 나갔다.
2. 단결의 정신 -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하나된 투쟁
투쟁의 가장 어려운 시기,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진행된 전체 조합원 토론, 조합원들은 200일 넘게 투쟁했던 동지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실적 고통 또한 그 무게만큼이나 크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모든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속내를 다 털어놓았을 때조차 이랜드노동자들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해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요구를 버릴 수 없다"는 하나의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랜드노동자들은 생계투쟁을 결의했다. 그것도 개별적 방식이 아닌 집단적 방식으로. 우스게소리로 "이랜드노동조합은 팬티만 빼고 안 판게 없다"고 할 정도로 닥치는대로 재정사업을 했다. 신촌본사 천막은 가내수공업장처럼 조합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재정사업을 하며 생계를 해결해 나갔다.
그때가 되서야 이랜드자본은 백기를 들기 시작했다. 2년 이상(파업기간 포함) 비정규노동자의 정규직화 요구를 쟁취한 것이다. 물론 9명의 간부들에게 1개월에서 3개월까지 무급휴직이라는 징계가 떨어졌지만 단 한명의 해고자없이 파업은 끝났다.
3. 연대의 정신 - 전국 노동자들의 연대의 힘으로 승리한 투쟁
이랜드노동자투쟁이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전국의 노동자들의 연대의 힘이었다. 재정적 지원만이 아니라 이랜드 노동자들이 전국순회투쟁을 전개할 때, 지역의 동지들은 자신의 일처럼 이랜드노동자들을 맞이했고, 함께 고통을 나누었다. 그리고 12월 8일 2001아울렛 전산실 점거투쟁에 돌입했을 때 화섬연맹을 중심으로 전국의 노동자들은 이 투쟁을 엄호하기 위해 상경했고 서울, 수도권 지역의 동지들은 매주 있었던 집중투쟁에 300명이 넘게 연대해 주었다. 또한 이랜드노동자들은 최근 산업인력공단비정규직노조와 같이 투쟁하는 사업장에 소수라도 연대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생각으로 하나의 단위사업장을 넘어 업종을 넘어 지역을 넘어 끈끈한 연대의 힘으로 투쟁을 전개했다.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이랜드노동조합에게 한통계약직 노동자들의 연대는 용역깡패들로 둘러쌓이고 셔터가 내려진 매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힘이 되었고, 힘든 시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다시한번 연대투쟁의 의미에 대해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소수지만 아직까지 이랜드노동조합이 연대에 적극적일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투쟁을 통해 배웠던 연대의 정신 때문이다.
4. 투쟁의 정신 - 민주노조 운동의 전통을 계승한 비타협적 투쟁
비타협적인 투쟁의 정신이 구속자 몇명, 벌금 얼마, 손배가압류 얼마로 표현될 순 없지만 150명도 안되는 소수노조의 투쟁에서 9명의 구속자와 60명이 넘는 불구속, 수천만원의 벌금은 이랜드노동조합이 얼마나 치열하게 투쟁했는가를 보여주는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천막농성, 단식, 삭발투쟁, 쇠사슬을 묶고 주차장을 점거하고, 상복을 입고 매장을 순회하고, 매장내에서 청국장을 끓여 먹으며 교육을 진행하고, 스프레이와 밀가루 풍선을 터뜨리는 온갖 기획투쟁에서부터 물류창고 점거투쟁, 중앙전산실 점거투쟁에 이르기까지 해보지 않은 투쟁전술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강도높은 투쟁이 전개되었다.
이랜드노동자들이 자본과 공권력의 탄압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강도높은 투쟁을 전개할 수 있었던 건, 자신들의 투쟁이 갖는 너무도 정당한 의의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숱한 비리와 착취, 탄압을 일삼으며 사회를 혼란과 불합리, 불평등, 무정부 상태로 만들고 있다면 노동자들은 일한만큼 그 대가를 되찾아오겠다는 노동자적 합리성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를 수 없다는 평등의 원칙, 집단적 토론과 행동의 통일이라는 노동자의 규율을 세워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5년 전, 이랜드노동자투쟁의 정신은 현재 유실되어 가고 있는 민주노조 운동을 되돌아보고 어디로 어떻게 전진할 것인가를 깊이있게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다시한번 이랜드노동자투쟁을 전개했던 정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계급적으로 단결하여 자본에 맞서 강고히 투쟁하는 그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이남신 동지를 공식 추천하고 힘차게 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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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부위원장 기호5번 이남신동지를 추천하며-이랜드노동자 투쟁의 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