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민주노동당게
한국노총 지도부의 헛발질과 민주노동당의 혼란
글쓴이 : 김인식.
등록일 : 2007-11-21 12:26:45
조회 : 7
민주노동당-한국노총 정책연대를 둘러싼 논쟁
한국노총 지도부의 헛발질과 민주노동당의 혼란
김인식, 김문성
한국노총 지도부가 정책연대 총투표 대상에서 민주노동당을 최종 제외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유력한 진보적 노동자 정당을 배제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한국노총의 10대 요구에 대한 답변서를 보내지 않은 것이 표면적 사유가 됐다. 그러나 이미 지난 3월 한국노총 중앙정치위원회는 민주노동당 배제 방침을 공표한 바 있다. 그 뒤에도 이용득 위원장 등은 수차례 민주노동당 배제 방침을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선(先) 사과 요구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정부‧경총과 합의한 비정규직 법안은 올해 7월 시행되자마자 그 패혜가 명백히 입증됐다. 뉴코아-이랜드 투쟁이 대중적 지지를 받는 투쟁으로 부상한 것도 이를 증명한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이랜드노조 상암점 점거 농성장을 방문하려다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심지어 법안 통과 당시 한국노총 비정규직연대회의조차 한국노총 집행부에 항의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과 당 대표)의 한국노총 비판은 이처럼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서와 요구를 대변한 것이므로 완전히 정당한 것이었다. 표현의 문제는 완전히 부차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한국노총 이용득 집행부의 민주노동당 배제 또는 선 사과 후 정책연대 대상 포함이라는 결정은 절차뿐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노동운동의 대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노총 중앙정치위원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민주노동당 배제를 주장했던 자들은 한나라당 소속의 산별위원장들과 지역본부 의장들이었다.
그래서 한국노총 중앙정치위원회는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사용자 대항권 강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친기업 보수 정당의 후보들에 대해 아무 전제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
한국노총 정책연대 과정에서 유일한 검증 기회로 판단했던 TV토론이 이명박의 거부에 의해 무산됐고, 이회창은 답변서를 쓰지 않고 확약서만 보냈다. 그런데도 한국노총 중앙정치위원회는 이회창을 정책연대 대상에 포함시키고 이명박에게는 TV토론에 참여해 달라고 적극적 협상을 벌였다. 그래 놓고 민주노동당에게는 답변서를 보내라고 추가 요구도 하지 않았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애초부터 민주노동당을 정책연대에 포함시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한국노총 지도부의 이른바 “집권 가능한 보수정당 지지” 전략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나 1997년 한국노총 박인상 집행부의 김대중 지지 선언, 2002년 이용득 당시 금융노조위원장의 노무현 지지는 이 전략이 완전 파산했음을 입증한다.
게다가 한국노총 소속 민주노동당 당원이 2천여 명에 이르고 수천여 명이 민주노동당을 후원하는 세액공제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연대 총투표에서 민주노동당을 배제한 것은 조합원들의 정치적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가 한국노총에게 부적절한 사과를 한 것은 안타깝다. 한국노총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조차 한국노총의 비정규직법 입장을 불신하고 있고, 노사관계로드맵 노사정 합의는 명백한 야합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 대표가 공문을 통해 사과를 한 것은 수많은 투사들로 하여금 굴욕감을 느끼게 했음 직하다.
돌이켜 보면, 한국노총 이용득 집행부가 전임자 임금 지급과 맞바꾼 것은 복수노조 유예뿐만이 아니었다. 노사관계로드맵, 비정규직 법안이 모두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유예의 대상으로 거래됐다. 민주노동당 대표가 이런 잘못된 거래를 비판한 것은 정당했고 필요했다.
그 때문에 한국노총에 대한 문성현 대표의 사과 공문이 당의 비정규직 악법, 노사관계로드맵, 복수노조 관련 입장의 후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국노총에 사과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사과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을 넘어 아예 한국노총에 사과 철회 공문을 보내고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를 거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종파주의적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노동운동 내 우파 노조이기는 하지만 어용 노조는 아니다. 운동 안에서는 이 둘을 구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어용 노조는 정부가 만든 노조라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전신인 대한노총이 정확히 어용 노조라 할 수 있다. 한국노총도 1997년 1월 파업 이전까지는 대체로 어용 노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1997년 1월 파업을 전후해 한국노총은 아슬아슬하게 운동 내 우파 노조로 변신하는 중이다.
만약 어용 노조라면 당연히 정책연대를 해서는 안 된다. 아니 해체돼야 마땅하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선진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만들었듯이 말이다. 그러나 어용 노조가 아니라 노동운동 내 우파 노조라면 노조 기구 상층 간부들과 현장조합원들을 구별해야 한다. 보수적인 우파 노조 지도부는 ‘해체’될 필요가 있다(그래서 장차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으로 통합된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노총을 해체하라고 하는 것은 한국노총 현장 조합원들까지 싸잡아 배격하는 것이다. 사과 철회 공문 발송과 정책연대 거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결정적으로 한국노총 지도부와 현장 조합원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는 한국노총의 10대 요구 ‘수용’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10대 요구에 대한 ‘답변’을 기준으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다. 확약서는 정책연대 대상 후보의 답변을 기준으로 정책연대 협약 체결을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당 안팎에서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 질의에 대한 답변(정책연대 참여)마저 거부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결국 민주노동당이 한국노총 현장 조합원들에게 어떤 정치적 개입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셈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의 10대 요구에 대해 노동계급의 대의에 입각한 정책과 입장에 따라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지지할 것은 지지하는 답변서를 보내 현장 조합원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낼 기회로 활용했어야 했다.
가뜩이나 한국노총 집행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TV 토론이 이명박의 거부로 무산돼 처지가 매우 궁색해졌다. 이명박을 배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혀 정책연대에 성의를 보이지 않은 이명박을 후보로 포함시킬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마저 배제하는 것은 정책연대 방침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논란 끝에 사과 철회를 결정하고 정책연대 질의서에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당 안팎의 종파주의적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그 덕분에 한국노총 중앙정치위원회의 우파들은 간단하게 민주노동당을 배제할 수 있었다. 당 안팎의 종파주의가 한국노총 우파 지도자들에게 민주노동당을 배제할 명분을 준 것이다. 그리하여 민주노동당은 공식 경로를 통해 한국노총 조합원들에게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렸다.
한국노총 조합원들도 수천여 명이 민주노동당 세액공제에 참여하고 있다. 또, 전체 국민 평균 지지율보다 높은 비율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노총 지도부의 의도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간단하게 배격하는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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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한국노총이 어용노총이 아니라는 다함께의 김인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