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밟고라도 이길 수만 있다면 바랄게 없습니다"
[인터뷰] 노동탄압에 '자살' 기도한 한원C.C 원춘희 조합원
기사돌려보기 정인미 기자
4일 오후, 한원C.C 조합원 원춘희씨가 입원해 있는 오산 서울병원을 찾았다. 손목 인대와 실핏줄을 봉합하는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들어오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지치고 힘겨워보였다.
마취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간간히 흐느끼며 질문에 뭔가 말하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죽음도 불사한 이들의 상황이 얼마나 어렵고 절박한 것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눈조차 뜨지 못하고 오한에 온몸을 떨면서도 기자가 왔다는 말에 보이고 싶지 않을만도 한 자신의 아픈 모습을 촬영하는 것을 고개짓으로나마 허락하고 잠이 들었다. 약간이나마 기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려 어렵사리 그간의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차라리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 사측에 노동탄압에 자살을 기도한 한원CC 노조원 원춘희씨. 4일 손목봉합 수술을 마친 원 씨는 매우 힘들어 보였다. ⓒ민중의소리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법대로만 한다고 하고, 가압류 건도 그렇고...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죽었어야 하는데...왜 살려놨는지...내가 죽어야하는데.."
언제 자살을 결심했냐는 물음에 "그저께 비조합원 언니들 만나서는 울기만 했어요. 그때 비조합원들이 파업이라도 한 번 해준다면 될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결심을 했어요. 내가 이렇게라도 해서 가면(죽으면) 그 언니들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원춘희씨는 자살시도를 하기 직전에 동료 임미옥씨에게 '기자를 데리고 오라'라는 문자를 비롯해 그 동안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동료들에게 '도와달라'는 메세지를 보낸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죽음의 직전에서까지 그런 문자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나 하나 이슈화가 돼서 이겼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어요. 나를 밟고라도 이길 수만 있다면, 나를 밟고라도 다시 뭉칠 수만 있다면 바랄게 없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원춘희씨는 240여일간을 사측과 싸우고 있는 조합원 40여명은 하루벌어 하루를 버티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투쟁중에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알바'까지 해가며 간간히 버텨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든 사측의 횡포를 막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사측을 상대로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원춘희씨는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엄마한테 미안해요. (엄마는) 수면제를 처방 받아야 할 정도로 신경과민이 심하신 분인데. 이런 상황에 가압류까지 알아버리면 정말 쓰러지실까봐 두려웠어요. 이번 일을 준비하면서도 엄마 걱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원 씨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원춘희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돈벌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한원 C.C에 경기보조원(캐디)로 들어가 12년을 넘게 다녔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노조가 뭔지, 회사의 조건이 나쁜건지 좋은건지도 모르고 일만 열심히 했었다며 "어떻게 이런 나를 경기보조원을 용역으로 넘긴다는 것에 반대했다고 해고를 할 수 있냐"며 서러워했다.
그는 "지금 집도 태어나서 처음 갖는 집이었는데"라며 자신의 앞으로 청구된 가압류 2억여원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토로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일하러 가는것을 보는게 부러웠어요"라며 "다른거 말고 원직복직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한원C.C의 직원들도 경기보조원 관리가 용역업체로 넘어가게 되면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측의 "모든 일을 못하게 막아버리겠다"는 협박에 힘든 노조일에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원춘희씨는 "사측이 현재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노조 때문에 오히려 비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과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기서 우리 노조가 무너지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또한, 그는 지금 승리하지 못하면 "전국의 경기보조원들이 용역으로 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아픈 몸이지만 모범사례가 될 수 있게 투쟁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2005년03월05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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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밟고 가더라도....(한원C.C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