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현대중공업 불법파견 의혹
비정규직 근로자 인건비 70여억원 지급을 둘러싼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들간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수년 동안 불법파견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달 23일 울산지방법원에서 4개 협력업체들이 현대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소송 증인심문에서다.
원고(협력업체)측이 신청한 증인 가운데 현대중공업 해양생산부 소속 김모 씨는 2002년에 협력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다른 팀으로 지원나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인력지원은 해당업체에 통보한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현대중공업 일부 협력업체들은 현대중공업이 수년 동안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불법파견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H기업 총무 정기영(35.가명)씨는 현대중공업이 요구하는 인원을 매일 오전 7시 40분까지 모집하면 현대중공업 담당직원들이 나와 인원점검을 실시하고 각 작업장에 근로자들을 배치해 왔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일출면일보를 제시했고 인원점검과 불법파견은 2004년까지 계속돼 왔다고 주장했다.
일일출면일보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이름과 출퇴근 시각, 각 공사별 담당팀장의 이름과 함께 현대중공업 담당부서 차장결재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이에대해 현대중공업측 관계자는 협력업체와는 도급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인원점검을 따로 할 필요는 없고 계약을 맺은 해당 공사에만 인원을 투입한다고 밝혀 불법파견을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또 매일 아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모이는 것은 체조와 함께 점심식사 인원을 점검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양사업부 아침조회(사진)에는 60여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 주위를 현대중공업 직원 6명이 둘러싸고 있고 앞쪽에 있는 24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만 쪼그린채 앉아 있어 체조와 점심식사 인원을 체크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비정규직노조(조성웅)는 현대중공업측의 이같은 해명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노조는 해양사업부는 지난해까지 아침마다 출근체크를 해왔고 작업장 투입은 현대중공업측 직원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작업장에서 더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해도 임금은 턱없이 적은데다가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비정규직 인력관리에 대한 협력업체들의 불만은 이같은 불법파견과 이미 논란이된 부당감액에 그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노조와 일부 협력업체들은 현대중공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출입증 발급 심사를 빌미로 각종 테스트와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채용에서부터 개입한다고 폭로했다.
현대중공업 협력사지원부가 지난 1월 19일 각 협력업체에 보낸 문건에는 기량테스트와 출입증발급심사, 안전교육 일정이 포함돼 있는데 협력업체들은 심사과정에서 서류는 물론 직전 근무지와 노조가입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출입증 발급여부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비정규직 관리에 대한 문제점은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도 논란거리다.
지난 2002년 8월 30일 현대중공업 생산부 과장급 이상 워크샾에 참석한 정모 상무는 워크샾에서 제기된 주요 내용과 개선점을 조목조목 정리해 사내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글에서 정씨는 업체관리가 인원을 관리하는 제도에만 초점을 맞추어 인원의 급조, 동원 등 조정역할이 전부이며 업체의 목표나 비젼에 대해서는 비중을 두지않음 이라며 회사의 비정규직 인력관리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워크샾에서 논의된 내용에서도 느끼겠지만 생산부관리자들은 <물량계약을 어떻게 하면 잘 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서도 어째서 물량계약제를 할 수 없는가라는 점을 주로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의 의견을 따져보면 글을 올린 시기인 2002년 9월 9일까지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들이 물량계약(도급계약)이 아닌 용역계약 형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 회사측의 해명은 더욱 궁색해진다.
한편 노동부는 지난해 3월부터 4월 사이에 현대중공업에 대한 점검을 벌였지만 조선사업부 관할 20여개 협력업체만 상대로 조사를 벌였기 때문에 불법파견 사실을 찾지 못했다고 밝히고 해양사업부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BS울산방송 장영 기자
2005-03-03 오전 10: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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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불법 파견 의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