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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8 07:2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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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
 “남의 일 아니죠, 우리 회사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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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gjdream.com 2005년 1월 18일
“남의 일 아니죠, 우리 회사인데요”
2004년 4월29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비정규직 처우와 관련된 노사 합의안이 조인됐다.
당시 이 합의는 광주 뿐만 아니라 전국의 노동운동에서 의미있는 일로 평가받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금호타이어노조의 성과는 지금 투쟁평가서로 자료화돼 다른 사업장으로 전파되고 있다.
비정규직 282명 중 128명 정규직화, 154명 직접고용. 광주지방노동청이 불법파견으로 시정을 요구한 도급업체 직원에 대해 고용형태의 전환이 이뤄졌다.
그후 45명이 추가로 정규직화해 금호타이어의 직접생산 공정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거의 사라졌다.
다만 경비·미화·식당·운수 등 협력업체 80여 명이 아직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는 상태.
정규직으로 전환 8개월째. 당시 비정규직들의 노동환경은 지금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지난 14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찾았다. 노조사무실 앞 펼침막의 구호들이 어지럽다.
아직 `완전한 희망’을 말하기엔 이른 것인가.
<직접고용자 단체협약 적용하라> <일방적 재도급화 중단하라>. 당시 합의내용이 완전하게 지켜지지 않고 있어 노사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했다.
“정규직 1호봉이랍니다”-용역업체 소속으로 금호타이어 공장내에서 10년 여간 근무한 홍성호(몰드 교체)씨는 이제 정규직 1호봉이다.
지난해 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이었던 홍씨는 정규직이 되면서 가장 큰 변화로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을 들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는 일은 똑같지만 임금은 2배 정도 늘었다.
정규직과 같은 단협안이 적용되면서 도급업체 소속 당시엔 받지 못했었던 상여금을 포함한 각종 수당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지금껏 비정규직의 처우가 얼마나 열악했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후생복지도 훨씬 좋아졌다. 학자금·의료비 등 지원이 똑같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남 일 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내 일이고, 우리 회사 일이라는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생겼습니다.
” 홍씨는 “회사측은 비용부담이 늘었다고 볼멘소리지만, 노동자들의 자발적 열정이라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이득을 얻었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노사합의안에 따라 128명이 이렇게 현저하게 달라진 고용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어정쩡한 직접고용- 정규직화된 128명과는 달리 154명은 아직 완전한 신분보장을 이루지 못했다.
`직접고용’이라는 어정쩡한 처지에 놓인 이들은 스스로를 `중규직’(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이라 부른다.
직접고용이란 소속이 용역업체에서 금호타이어로 옮겨진 것.
이 또한 작지않은 성과지만 완전한 권리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사측은 이들에게 단체협약 적용을 배제해 상여금 등이 지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어정쩡한 고용형태는 사측이 정규직화를 받아들이는 데 부담을 느껴, 지난해 이뤘던 노사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154명이 속한 직무는 상차(완제품을 차에 싣는 일)·선별·포장 등. 다른 직무보다 노동강도가 훨씬 쎈 곳이다.
사측은 이런 직무가 정규직화해 노조원들이 투입되면 열악한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의 투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고용안정은 보장할 테니 힘든 일은 비정규직의 자리로 남겨두자는 것이 사측의 논리. 지금 금호타이어 노조는 회사측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동반자’ 인식-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하는 금호타이어 사례에선 배울 점이 많다.
가장 크게 평가받아야 할 것은 정규직들의 관심과 동참. 지난해 정규직 노조 기획실장을 맡았던 윤철희씨는
“`연대’가 아니라 `함께’였다”고 말한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문제를 시혜자로서가 아니라 동반자라는 인식에서 접근했다는 것.
실제로 금호타이어노조는 비정규직노조 창립을 주도했다.
처음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으로 설정하고 초동주체를 집중교육시켰다.
“지금껏 비정규직 문제를 풀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이 `정규직 이기주의’였습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해 그만큼 자신들에게 손해가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죠.”
윤씨는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한 정규직 역시 고용불안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설득했다”면서 “노조사무실을 같이 쓰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정기적으로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등 관계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인식변화에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금호타이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또 있다. 단순히 사람의 정규직화가 아니라, 직무의 정규직화를 이룬 것. 이는 비정규직 일부가 정규직화된 후 그 자리에 또다시 비정규직이 투입되는 그동안의 한계를 극복한 것. 이들 공정에서 비정규직이 양성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법파견을 시정하라’는 노동청의 명령에서 촉발된 금호타이어 노사합의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해법풀이의 단초로 풀이될 만 하다.
하지만 이 성과물에 대해 회사측이 곤혹스러워 한다는 것이 우리 노동현실이다.
경영자단체 등에선 `나쁜 선례’라며 마뜩찮아 했다는 것. 노동자 개인, 노동조합 하나의 힘만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에는 사회의 벽은 너무도 견고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한 현실 탓에 미래를 얘기하지 못한다. 그들의 손에 맡겨진 산업현장에서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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