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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8 13:5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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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 |
 "더이상 참지 않겠다, 더이상 기다리지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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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참지 않겠다, 더이상 기다리지 않겠다"
[레이버투데이 2006-02-08 10:58]
7일 낮 12시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90여명을 태운 버스 두 대가 서울 강남 논현역 앞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6시 전라남도 순천에서 출발해 장장 여섯 시간 동안 차량을 타고 이동한 이들이 서울 상경투쟁에 나선 이유는 민중연대 주최로 열린 ‘확약서 이행 및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촉구하는 삼보일배 투쟁에 결합하기 위한 것.
진눈깨비가 비가 되고 우박이 되는, 누군가의 말처럼 ‘사나운 날씨’ 속에 이들의 삼보일배가 시작됐다. 아스팔트 위에 쌓였던 눈이 녹아 질펀해진 도로 위에서 ‘확·약·서·이·행’ 다섯 글자를 소리 내 외치며 현대하이스코 본사를 향해 한발 한발을 옮기고 허리 숙여 절을 한다.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객원사진기자
오후 1시께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뒤로 ‘확약서 이행’을 촉구하는 줄이 늘어난다. 이날 삼보일배 투쟁에는 금속노조 서울, 경기, 인천지부 등 수도권 조합원들도 대거 참여했으며,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KM&I분회 조합원들도 10여개의 만장을 들고 뒤따랐다. 시민사회단체의 중재로 현재 사태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40여명의 모습도 보인다. 이날로 7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김창한 위원장도 맨 선두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쳤다.
벌써 두번째다. 지난해 10월에도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순천시내 거리에서 해고자 복직 및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당시 막막했던 이들의 투쟁은 결국 10월24일 61명의 비정규직노동자가 크레인 고공농성이라는 고강도 투쟁을 선택했고, 11일간의 이들의 점거농성은 ‘노조인정 및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확약서 도출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했다.
“해고자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죽음을 각오하고 벌였던 고공농성이었습니다. 지도부가 확약서를 들고 와서 현대하이스코가 사태해결에 나서기로 했다며 아직 복직되지는 않았지만 내려가자 할 때 왠지 못미덥더니 결국 현대하이스코는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아니 66명 조합원들에게 72억원의 손배가압류를 청구하고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를 일삼고 있으니….”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객원사진기자
확약서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현대하이스코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이날 삼보일배에 참여한 이아무개 조합원은 당시 투쟁을 매듭짓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의 책망하고 있었다.
삼보일배 맨 앞줄 유모차에 딸 다은(3)이를 태우고 행진을 하고 있는 정지은(26)씨도 착잡한 표정이 역력했다. 남편 김재섭(30)씨가 11일간의 크레인 농성 후 무사히 내려왔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해결된 것마냥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지은씨는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가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하루하루가 무섭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내 문제였다면 딸 다은이랑 아내를 이 먼 곳까지 데려 왔겠느냐”고 말하는 재섭씨의 마음도 무겁다. 재섭씨는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더 깊이 허리 숙여 절을 하는 것으로, 더 힘있게 ‘확약서 이행’을 촉구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들 모두가 수백번의 절을 하고 수백번의 ‘확약서 이행’을 외치고 나서야 현대하이스코 본사에 다다른다. 확약서 이행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이라 믿었지만 현대하이스코는 2개월간 아무 말도 없었다. “우리 회사에 엎드려 빌라고 올라온 것 아닙니다. 그동안 참고 기다려왔고 이제 당신들이 답을 할 때라고, 그 답을 하지 않으면 투쟁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다시 알릴 것이라고, 오늘 삼보일배를 시작으로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이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당하고 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올라온 것입니다.”
2시간여, 2.5km를 행진이 아닌 삼보일배 투쟁을 벌인 이들 조합원들은 가뿐 숨을 몰아쉬며 현대하이스코를 향해 외친다. 더이상 당신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더이상 참지 않겠다고 말이다.
마영선 leftsu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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