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억압과 불평등 없는 곳에서 고이 쉬소서, 열사여 !
- 비정규노동열사 건설노동자 故 정해진 동지를 보내며 -
“죽음을 통해서만 이 지긋지긋한 비정규노동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는 사회” “자본가들에게는 무한한 자유와 권리를 부여하고, 노동자들에겐 무한한 책임과 의무만 부과하는 최고의 불평등 사회”
오늘 우리는 지난 10월27일 “전기원파업 정당하다” “단체협약 체결하라” “유해성을 구속하라”고 외치며 분신·산화해가신 정해진 열사를 가슴에 묻으며, 오늘의 한국 사회를 이렇게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절차 다 거친 합법파업이 정당하다고, 폭력행위 사주한 악질 자본가 처벌하라는 지극히 정당한 얘기를 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 이곳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가 바로 그러하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이러한 투쟁과정에서 구속된 노동자가 1천명을 훌쩍 넘었는데, 자본가들은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등의 불법행위로 구속된 수가 얼마나 될까? 놀라지 마시라. 올해 구속된 자본가는 단 1명 뿐이었다.
대구 달성공단 내 ECS코리아에서 관리자로 일하던 박해덕 씨가 회사의 지시로 노조와해 공작의 임무를 받고 조합원 탈퇴공작을 벌이던 중, 이러한 부당노동행위로 동료 노조원들과의 마찰과 사측의 외면으로 심한 스트레스 끝에, 인화물질인 아세톤을 뒤집어쓰고 분신,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람이 죽고 나서야, 그것도 관리자가 회사의 불법행위 사주로 양심을 속일 수 없다는 고백을 자결로 표현한 후에야, 수사가 시작되어 6월에 사업주가 구속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구속노동자와 구속자본가의 숫자로만 보자면, 이 나라는 20 : 80의 사회도, 10 : 90의 사회도 아니라 1 : 1000의 사회가 되어 있다.
어디 그뿐인가! 법의 적용 또한 언제나 자본가들의 편이다. 행정부가 ‘불법파견’을 판정해도 자본가들은 아무런 방해없이 영업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자본가들은 언제나 “우리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는 불법파견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버틴다. 3~4년 걸려 대법원이 불법파견 확정판결을 해도 영업과 사업이 방해받는 것이 아니며, 벌금 몇 푼 내고 면죄부 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파업은 어떠한가? 합법파업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한국 사회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파업투쟁에 돌입하면 행정부와 검찰은 어김없이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공권력을 투입한다. 검찰은 불법이라 우기지만 법원에서 ‘합법파업’으로 인정받은 사례들(만도기계 등)도 있었지만, 이 나라 권력은 한번 불법이라 판단하면 무조건 노동자들에게 몽둥이를 휘둘러오지 않았던가!
해고는 또 어떠한가! 자본가들이 해고를 하면 그것이 정당한가 아닌가를 묻지 않고 곧바로 해고의 효력(임금지급 중단, 회사출입 금지 등)이 발생한다.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라고 판정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해고를 철회하지 않는다.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에 대해 자본가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부여하는 자들이 최소한 “법 앞의 평등”이란 말을 입에 올리려면,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불법’임을 확정판결 할 때까지는 ‘불법 엄단’을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노동자 해고에 대해서도 대법원 확정판결 시까지 효력을 정지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도 못하겠다면 철도·화물의 파업이 아니라 코스콤의 불법파견에 공권력을 투입하라! 부당노동행위·부당해고·폭력행위를 자행하는 이랜드 박성수와 영진전업 유해성부터 구속하라!
그러나 가진 자들의 권력과 정당들은 이것도 모자라 지난해 노사관계 로드맵 강행통과로 근로기준법에서 부당해고에 대한 처벌조항마저 삭제해 버렸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산화해가신 이래 만 37년이 지나는 동안,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제 도입, 자본가 형사처벌조항 삭제 등으로 온통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누더기가 되어버린 법조차 자본가들이 지키지 않아 여전히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나라 권력이 자본가들의 권력이며, 이 나라 법률을 자본가들의 법률이라고 주장한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악취가 진동하는 이놈의 사회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겠다고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의 행렬은 결코 멈춰지지 않을 것이다.
억압과 불평등이 없는 곳에서 고이 쉬소서, 정해진 열사여! 열사의 외침은 이제 산자들의 몫,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여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쉼없이 나아가겠습니다.
2007년 11월 14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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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억압과 불평등 없는 곳에서 고이 쉬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