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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4 18:0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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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 |
 당직제도 개선에 대한 전진의 입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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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제도 개선에 대한 전진의 입장
‘당직공직분리제’와 ‘투표제도’를 중심으로
당직제도개선위원회가 최고위원회 1년 활동을 평가하면서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 핵심은 당직공직분리제의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것과 최고위원 선출 투표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전진은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제출한다.
1. 노선과 사람의 실패를 제도의 문제로 호도하면 안된다.
최근 열린 최고위원회 워크샵에서, 다수의 최고위원들은 지난 1년의 활동을 평가하며 당직공직분리제 폐지를 주장했다.
알다시피 당직공직분리제는 당발전특별위원회의 발의와 전국적인 당원토론을 거쳐 2004년 5월 6일 제4기 7차 중앙위원회에서 의결된 당의 핵심제도이다. 그런데 겨우 1년을 갓 넘긴 시점에서 이러한 핵심제도의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제도를 폐지하려 한다면 그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엇이었으며, 그 제도로부터 어떠한 문제들이 발생했는가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결정된 당의 핵심제도라면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당은 원내진입이라는 영광스러운 순간도 있었으나, 참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었다. 그런데 대다수 당원들이 인정하듯이 그 어려움은 상당부분 준비되지 않고, 학습하지도 않은 최고위원들의 무능과 노선상의 실패에 기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직공직분리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이러한 최고위원회의 무능과 노선적 실패를 덮어두고 제도가 문제였던 양,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밖에 없다.
첫째, 우리는 최고위원회가 노선과 정책의 오류를 범했고, 그로 인해 정치적 지도력을 형성하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 2중대 논란’, ‘부유세 도입을 위한 조세개혁안 파동’, 군대배치와 독도개발을 주장한 ‘독도사태’, 당이 굳건하게 견지해왔던 ‘한반도 비핵화’ 당론에 대한 거부 등은 그동안 당을 정치적 혼란 상태로 몰고 갔던 주요 정치적 사건이었다. 우리는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최고위원회가 있었으며, 이는 곧 당 내외 정치적 지도력의 실추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최고위원회의 이러한 일련의 노선적 오류와 정치적 실패가 당직과 공직의 분리제도 때문에 생긴 문제들인가?
둘째, 우리는 또한 최고위원회가 심각한 무능력을 노정했다고 생각한다.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당론결정은 문제가 종료된 시점에서 이루어진 뒷북치기의 전형이었다. 2005년 초, 한 해를 관통할 전당적 전략사업으로 ‘무상의료’, ‘무상교육’ 사업을 전개하기로 결정하였음에도, 무상의료 사업은 지금까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당을 극도의 혼란과 불신으로 몰고 갔던 ‘기관지위원회 사태’에서도 당의 최고기관은 어떠한 조정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중앙위원회의 ‘노동위원장 인준거부 파동’은 일부 최고위원이 당 공식기관에 대해 얼마나 권위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 결정적 사례였으나, 그 사태에 대해 해당 최고위원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최고위원회는 시군구위원회로 지역조직을 개편하고자 하는 지구당의 압도적인 주장을 별다른 이유 없이 반대했다.
당 조직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당적 사업의 집행을 위해 구성된 ‘확대간부회의’는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했으며, 당 조직 전체는 동맥경화 상태에 있다. 당의 재정은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할 정도로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최고위원회의 무능력이 과연 당직공직의 분리제도 때문에 생긴 문제인가?
셋째, 당직공직분리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동지들은 최고위원회와 의원단의 ‘이중권력’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중권력’이라고 한다면 의원단이 최고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런 일이 있었던가?
의원단총회가 중앙위원회 직속기구이고, 또 원내 활동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문제에 대해 최고위원회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분쟁이 아니라, 올바른 입장을 만들어가기 위한 창조적 긴장관계로 이해하는 것이 올바르다.
최고위원회에 국회의원이 참여하지 않아 의회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따라서 의정활동에 대한 적절한 지도가 어렵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의원단대표가 당연직으로 최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주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최고위원회-국회의원단 연석회의가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들로 어느 경우에든 지난 1년 동안 최고위원회의 어려움을 당직공직분리제도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최고위원회의 무능력과 실패가 ‘제도’가 아닌,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로부터 발생했다고 확신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모든 것을 ‘제도’의 탓으로 돌린다면, 문제의 본질을 감추고 최고위원회의 무능력을 제도의 탓으로 돌려 당원들을 호도하려는 ‘국면전환용’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이제 1년 된 당직공직분리제도는 당 활동으로부터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아직 제도의 존폐를 논의해야할 시기가 아니고, 핵심제도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해야 할 때는 더 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2. 다시, 당직공직분리제의 의미를 되새긴다.
당직공직분리제는 당의 정치활동이 의회주의로 경도되는 것에 반대하고, 원내정당이 아닌 사회운동적 대중정당을 건설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결정된 당의 핵심 조직노선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 제도에 대해서 검토해보자.
첫째, 당직공직분리제는 ‘진보정치’를 ‘의회정치’로 협소화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기성정당들은 원내정당을 지향한다. 일상적인 정치활동과 당론 및 정책결정을 모두 원내 조직이 한다. 의원총회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기성정당들은 모두 국회의원 중심의 정당이다.
우리 당은 이것에 반대한다. 지역조직, 부문조직 그리고 평당원들 중심의 정당운영을 지향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고투해왔다. 국회의원들이 최고위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국회의원 중심의 당 운영에 반대하며, 당의 정치활동이 국회의 운영 싸이클에 갇힐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국회가 정치, 경제, 사회적인 갈등과 쟁점들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온전하게 수렴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만일 우리 당이 의원중심으로 운영된다면 의회중심의 활동으로 매몰되고, 원외의 지역 및 부문 조직과 평당원들은 의회정치활동의 구경꾼 혹은 부속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당직공직분리제는 대중투쟁과 의회활동의 유기적 통일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 기획에서 비롯되었다.
원내진출과 더불어서 당이 채택한 소위 ‘거대한 소수’ 전략이 그 기획이다. 민주노동당이 원내에서는 소수이지만 원외에서는 민중·시민사회운동 진영과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거대정당이라는 것이고, 이를 원내 의정활동과 연계하여 국회를 압박하는 동력을 형성해서 보수정치에 파열구를 내고 전복시켜내겠다는 구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중심을 철저하게 원내가 아니라 원외의 지역조직, 부문조직에 둠으로써 지역과 현장의 쟁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중운동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원내와 원외가 긴밀하게 결합되어 움직여야 한다. 이를 위해 현행 당직공직분리제도는 의회 활동계획을 당에 보고하고, 동시에 당의 결정사항을 ‘의원단총회’를 통해 관철시켜나가는 매개자로서 의원단대표(의원직을 가진 당 대표가 아니라)를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두고 있는 것이다.
셋째, 당직공직분리제는 권력분산을 통해 지역과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을 새로운 지도자 군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이다.
집권을 향한 도정에서 당은 수많은 지도자 군을 발굴하고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정치’ 뿐만 아니라 ‘지방정치’에 있어서도 다수의 공직자와 당직자들을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소수의 정치지도자들이 당직과 공직을 독점할 수 있다면 적극적인 지도자군 육성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당의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등장할 것이다.
3. 집단지도체제의 정신은 1인1표다.
최고위원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당원들의 뜻을 최고위원회 구성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기 최고위원 선거가 끝난 후, 대부분의 당원들이 현행 투표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최고위원회는 단일지도체제가 아니라, 집단지도체제이다. 집단지도체제의 생명은 ‘민주성’과 ‘다양성’이다. 당내의 다양한 정치적 경향성과 진보적 가치가 최고위원회로 수렴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투표제도는 집단지도체제와는 정반대의 원리에 입각한 제도이다.
현재의 제도는 1인이 최고위원 정수와 동일한 총12표(대표-1, 사무총장-1, 정책위의장-1, 일반명부-3, 여성명부-4, 노동할당-찬반투표, 농민할당-찬반투표)를 행사하게 함으로서 특정한 정치적 경향(혹은 유사경향들의 담합)의 독식가능성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특히 일반명부와 여성명부에서 그러하다. 기존 제도를 약간 변형하여 ‘1인 7표제 이내’(일반명부-1인 3표 이내, 여성명부-1인4표 이내)를 주장하는 입장은 다수파의 독식 가능성의 측면에서 현행의 제도와 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우리는 현행 최고위원회의 정수와 구성방식에 변동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 다양한 경향과 가치의 대표자들이 최고위원에 당선될 수 있도록 여성명부와 일반명부에 각 1표씩 행사하는 제도를 채택할 것을 주장한다. 1인 1표제는 각 후보가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득표순에 따라 당선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사표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후보들이 최고위원이 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1인 1표제는 동시에 다수의사의 형성 가능성을 열어놓는 제도이기도 하다. 여성명부와 일반명부에서 각각 1인 1표제가 채택된다 하더라도, 한 당원이 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포함 총7표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는 당의 최고집행기관이다. 최고위원들은 당원들의 정치적 선택에 의해 선출된 동등한 지도자들이다. 이 지도자들은 자신을 지지해준 당원들의 뜻에 따라 최고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책임있게 발언하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책임있게 집행하고 평가받는 역동적 지도력이 되어야 한다. 투표제도는 새롭게 구성될 최고위원회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제도가 될 것이다.
4. 당 지도부와 의견그룹들에 제안한다.
위에서 밝혔듯이 당직공직분리제는 당이 합의한 중장기적인 당 조직 설계도다. 2003년 하반기 당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수개월 동안의 전국 순회토론회와 공청회, 두 차례의 중앙위원회를 거쳐서 결정한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너무 쉽게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먼저 현재의 지도부에 요구한다.
몇 번의 형식적인 토론이 아니라 실질적인 당원토론이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제출하라. 뒤늦게 홈페이지에 보고서 제출하고, 당원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기 어려운 권역별 토론회 몇 차례 개최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한 것이 아니다. 아울러 10월 8일 중앙위원회는 표결에 목메는 회의가 아니라, 중앙위원들의 실질적인 토론회가 될 수 있도록 기획하길 바란다.
다음으로 당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투쟁하는 모든 의견그룹 동지들에게도 정중히 제안한다.
의견그룹들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당직제도개선토론회를 개최하자. 많은 당원들이 모여서 당의 활동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당의 앞날을 밝힐 수 있는 의미 있는 토론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2005년 9월 14일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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