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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15:3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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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운 |
 http://www.katu.co.kr |
 [주장] 민주노총, 서민이 호응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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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빠진 민주노총... 그 해법은?
민주노총은 고립되어 있다.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기아자동차 노조 비리사건 때문만이 아니다.
진즉부터 그랬다.
신자유주의가 시작된 직후부터 고립되기 시작했다.
대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불만이 많다.
비정규직보다 쉬운 일을 하면서 월급은 훨씬 많이 받아간다는 것이다.
복지혜택까지 누린다는 것이다.
정규직은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다.
또 대기업 비정규직이라도 중소기업 노동자들이나 몰락해 가는 자영업자, 실업자들에겐 선망의 자리이다.
그러기에 대기업 비정규직 모집시 경쟁률이 50 : 1에 이르고 수천만원을 주고 취업부탁을 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자본과 권력의 공격은 너무나 손쉽다.
'연봉 7천만원이 임금인상 파업!'이란 문구에 서민대중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보수언론의 악선전 탓만은 아니다.
가장 극심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엘지정유 파업의 경우 회사가 단체협상을 십여 차례나 기피하며 노조를 탄압했다.
여기에 공익적 가치인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위한 것이고 임금인상은 회사의 막대한 순이익에 대한 정당한 요구라고 알려봐야 서민대중에겐 부러운 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뿐이었다.
대기업 노조의 파업이 기업 단위에서는 정당할 수 있으나 서민대중에게 격렬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 노조의 파업이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한 까닭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그나마 파업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마저 부족했다.
왜 그만한 조직력과 자금 동원력을 가진 민주노총이 인터넷신문 하나 만들지 못 하는지 의문이다).
지금 이 사회는 철저하게 분리분열되어 있다.
분리분열의 의미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분리분열은 제국주의 식민지 통치술이다.
지금은 뜸하지만 80년대에 인도 벵갈 지방 시크교도와 힌두교도간의 유혈 참극이 자주 외신으로 전해지곤 했다.
인도인들 간의 종교분쟁 같지만 근본 원인은 영국 식민지 시절로 올라간다.
벵갈 지방은 영국의 인도 식민지가 시작된 곳이다.
식민지 통치경험이 풍부한 영국은 벵갈 지방에 분리분열정책을 시도했다.
방법은 차별대우다.
식민지 점령과정에서 저항한 시크교도를 차별하고 힌두교도를 대우해 중간계층으로 포섭했다. 때문에 영국 제국주의로 향해야 할 분노는 1차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힌두교도들에게로 향했다. 유혈참극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3·1운동의 원인이 된 무단통치는 식민지 통치 경험이 없는 일제의 오류였다.
이후 실시한 문화통치의 본질이 바로 분리분열 정책이다.
독립운동사의 최대 비극인 민생단 사건도 일제의 분리분열 정책이 근본 원인이다.
일제는 만주국에서 조선인을 2등 국민으로 중국인을 3등 국민으로 차별했다.
만주국의 중간계층은 조선인이었다.
조선인에 대한 중국인들의 근본적 불신이 원인이었다.
분리분열 통치는 봉건 지배계급의 통치 수단이기도 하다.
옛 속담에 “지주보다 마름이 더 밉다”라는 말이 있다."
농민봉기가 일어나면 분노는 1차적으로 소작인 마을에 함께 살며 지주의 심부름꾼에게 불과한 마름에게 향했다.
박정희의 지역감정 조장도 분리분열 통치라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 계급 간, 민중 간의 극심한 분리분열을 동반하고 있다.
때문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통받는 서민대중의 분노는 상대적으로 혜택받는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 파업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노총이 사면초가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이다.
여기서 민주노총은 전체 노동자 계급과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려 하고 있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투쟁하고 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알고 있다.
민주노총 집회는 언제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막연히 자본과 권력을 향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는 당위적 구호는 서민대중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무언가 비정규직과 서민대중의 절박한 현실을 반영하고 그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
그것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대안일 수밖에 없다.
그런 공격적 대안을 내놓고 거대한 부를 독점한 재벌과 자산가들에게 더 많은 양보를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노동시간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은 어떤가?
대기업 정규직들이 무리한 잔업특근으로 6천만원의 연봉을 가져간다면 주 44시간 이상 노동금지법을 만들어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주는 것은 어떤가?
그래야 주5일제를 쟁취한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연봉 상하한제는 어떤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월급 평균이 70~80만원이라는데 생산직 노동자의 연봉이 7천만원이나 되는 것은 지독한 불평등이다.
사회협약을 통해 임금의 상한제와 하한제를 마련하는 것은 어떤가?
노동자들 간의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과 산별 노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이것을 자본과 권력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노조에서 아쉽게 부결된 이후 별다른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이의 실현을 위해 총파업을 시도하는 것은 어떤가?
절대적 이해가 달린 미조직 노동자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할 것이고 서민대중도 박수를 보낼 것이 아닌가?
민주노총은 노사정 협약에 참여해 공격적인 대안으로 사회협약을 이끌어내야 한다.
다만 98년처럼 자본과 권력이 약속을 안 지키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를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
참고>
1. 영국 제국주의의 향수가 배인 영화 <인도로 가는 길>에서 영국인은 교양인으로, 힌두인은 좋은 사람으로 시크교도는 야만인으로 묘사된다.
2. 민생단 사건 - 3년간 일제의 총에 의해 죽은 항일운동가보다 일제의 밀정이란 누명을 쓰고 중국인 항일운동가의 손에 죽은 이들이 더 많았다.
김일성과 김산도 사형선고를 받고 간신히 살아났다고 한다.
민생단은 일제의 혜택을 받은 친일조선인들이 만든 밀정 조직이다.
3. 지금 그나마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민주노조건설 투쟁을 이끈 노동운동가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이대로 고립된다면 민주노총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적 이해만을 대변하는 이기적 조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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