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교사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규탄 성명서>
현실부적합성과 무능함을 드러낸 대법원의 판단을 규탄한다.
특수고용 문제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
노동기본권 보장을 전제로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다.
2005년 11월 24일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법원은 또 한번 자신의 현실부적합성과 무능함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웅진씽크빅지부가 단체교섭 거부 등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를 이유로 사용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학습지 교사의 노동자성을 부정한 원심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노동부로부터 신고필증을 교부받고 5년째 노동조합 활동을 해 온 전국학습지산업노조는 적법성을 부정당했으며 학습지 교사들은 또 한번 ‘사장님’으로서의 자기지위를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판례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대법원의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적 판단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소위 얘기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해 계약의 형식만을 중요하게 판단하여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판례를 계속적으로 내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판례의 대상인 학습지 교사 뿐만 아니라 보험모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 운전기사, 방송작가, 에니메이션 기사 등 노동자 아닌 노동자가 법원을 통해 양산되어 왔다.
이번 판례에서 학습지 교사의 노동자성이 부정된 주요 근거로 ‘위탁계약에 따른 최소한의 교육을 받을 의무만 있을 뿐 업무의 내용이나 수행방법 등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아니한 점, 다른 곳의 취업에도 특별한 제한이 없는 점, 수수료는 근로의 내용이나 시간과는 관계없는 회비의 수금실적’이라는 내용들을 들고 있다. 반면, 노사정위원회에서 2002년 학습지 교사에 대해 실태조사한 결과에는 ‘위탁직 변경 후 출근 등이 다양화되었지만 근무강도의 실제내용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음, 주 5일 수업으로 겸업이 사실상 불가능함, 회사가 지정하는 구역내에서만 업무를 수행, 복장 및 교실관리 시간 등에 대한 통제가 있음’으로 나타나 있다. 두 가지 내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결국 전통적 고용관계에서 보여지는 구체적, 직접적 지휘감독을 중심으로 고용관계를 파악할 것인가, 아니면 표상은 얼마든지 위장할 수 있지만 실질은 변하지 않은 종속관계를 중심으로 파악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전자의 입장에서 ‘과거로, 과거로’를 외치고 있다. 스스로 시대적 무능함을 과시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 판례인 것이다.
대법원 자신이 온몸으로 얘기하고 있듯 특수고용 노동자의 권리박탈 문제는 입법적 방법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하다.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사용자들의 일방적 탈법행위를 법원이 규제하지 못한다면 무능한 법원의 눈높이에 맞춰서 보다 분명한 규제책을 입법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이 즈음에서 4년간 특수고용문제를 다뤄온 노사정위원회의 소위 ‘공익위원 검토의견’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노사정위 논의를 핑계대며 소임을 방기하고 있는 노동부는 말할 것도 없고, 4년간의 논의를 통해 내놓은 검토의견이 고작 노동자성 부정을 전제로 한 있으나 마나한 보호장치 몇 가지가 전부인 노사정위는 자기 존재이유를 이렇게 극적으로 부정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노사정위 검토의견은 입법을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결코 될 수 없다. 2003년 논의수준에서 조차도 계속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노사정위의 입장은 국가기관으로서 존속하는 것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를 던지고 있을 뿐이다.
위장된 사업자로서 노동자 권리를 박탈당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수년간 이어져 왔다. 이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이제는 사회적 차원에서 대답을 해야 한다. 그 대답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조속한 입법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대법원의 무능한 판단을 규탄하며, 조속히 입법이 이뤄질 수 있기를 정부와 여당에 촉구한다.
2005. 12. 15.
(사)한국비정규노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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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교사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규탄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