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채용비리 사태는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운동을 탄압하는 정권의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무기가 되고 있다. 친자본 언론은 기아차에서 드러난 부패와 비리의 진원이 대공장 정규직노조의 '권력화'에 있다며 정규직 노조를 대다수 중소사업장 비정규직, 미노조 노동대중으로부터 고립시키는데 금번 사태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노조관료들의 부패는 관료주의에 찌든 대공장 노동운동의 추악한 단면이다. 02년 기아차 강호동 노조사무장의 금품수수 사태처럼 노조관료집단의 뇌물거래, 인사비리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며 이는 단순히 일부 노조간부의 도덕적 타락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대공장을 중심으로 자본에의 종속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남한 민주노조운동이 내부로부터 혁파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다. 마치 관행처럼 굳어져온 이러한 노사간 결탁행위가 돌연 '참사'로 지칭되고 대공장 노조가 언론과 정치권에게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고 있는 현 상황은 노사관계 로드맵으로 집약되는 자본의 정규직운동 해체전략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민노당과 민주노총이 도덕성 이데올로기에 수그리며 '노조 징계'와 '자정결의대회' 등으로 우회하고 있고 소위 진보진영 마저도 '자성과 환골탈퇴'를 부르짖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번사태를 정규직노조의 기득권 양보를 자발적으로 끌어내 로드맵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2. 노조에서 비정규직 채용을 알선했다는 사실은 대기업 독점자본과 초과착취의 떡고물을 나눠먹는 대공장노조의 '노사 합작물'라고 규정하는 충분한 근거가 되고 있다. 사실 비정규직 투입에 대한 허용과 갖가지 노사협력□화합선언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대공장 노조에서 수도 없이 이루어져 왔다. 적극적인 경영참가를 외치며 우리사주제와 사회공헌기금 도입에 앞장섰던 박홍귀 기아차 노조위원장을 필두로 하여 수사기관으로 줄줄이 끌려가는 노조간부들의 모습은 노사타협의 산물이 자신의 관료적 지위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노사협조주의의 파멸적인 결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상생이란 미명아래 자본의 하위파트너로 전락하는 현실을 극복하고 대공장 정규직노조가 민주노조운동을 선진부대로 다시 서는 것은 오로지 하나의 길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무조건적인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번 위기를 통해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반동적이고 담합적인 노사관계를 척결하고 현장에서부터 계급적 연대의 질서와 기풍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3.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외치며 한 노동자가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등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 건 투쟁이 울산공장을 중심으로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대차 자본은 이 투쟁의 파급력이 기아차, 대우차 등 자동차 사업장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고 이 기회에 아예 비정규직 노조를 밟아죽이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한 광폭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불파투쟁이 놓인 이러한 급박한 상황은 정규직 노조의 적극적인 방어와 지원투쟁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자 이상욱 집행부는 사측의 대체인력투입에 대해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침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원하청 연대회의' 구성을 놓고 불파투쟁을 자신의 통제아래 두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불파투쟁을 임단협 시기로 늦추자는 주장까지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이러한 이상욱 집행부의 태도는 비정규직 투쟁대오에게 배신감으로 불러일으키고 관리자에 맞서 불파투쟁에 헌신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정규직 활동가들의 진을 빼놓고 있다.
자본은 불법적으로 파견인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동안 정규직 노조가 일부작업에 대한 전환배치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이번기회를 통해 대공장 정규직 노조의 힘과 조직성을 해체시키겠다는 의미이다. 즉 불파판정을 계기로 생산공정을 완전도급화하려면 대규모 전환배치가 필요한데 이를 순조롭게 진행시키기 위해 그간 일상적 노사협의회 구조를 통해 정규직 조합원들의 고용을 방어해왔던 정규직 노조의 합의권한을 양보하라는 협박인 것이다. 나아가 이는 대공장 정규직 노조가 쥐고있는 '권력'을 무력화시키고 정규직 고용을 유연화 시키겠다는 선포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자본의 주장 앞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간 이해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규직-비정규직 대립구도의 실체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욕구에 기반하여 비정규직 투입에 대한 협조를 유도하는 자본의 분절화 정책이며 이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계급적 단결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정규직 노조의 조합주의가 노동운동을 자멸의 길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로드맵 공격은 이미 개시됐고 불파투쟁을 둘러싼 긴박한 상황은 정규직 노조에게 '민주노조운동의 공멸이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공동투쟁이냐'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상욱 집행부는 '모든 대체인력투입 금지'를 지침으로 내리고 임단투 운운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비정규직 투쟁주체들에게 쏟아지는 징계, 해고, 손배, 고소고발 등을 총력을 다해 막아냄으로써 원하청 공투를 실천으로 증명해보여야 한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과 그들의 요구를 선도적으로 방어할 때만이 대공장 정규직 노동운동이 기아 사태로 인한 수세적 상황을 돌파할 수 있으며 이상욱 집행부는 이러한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4. 자본은 '불법파견'을 '부패한 노조'로 되받아치고 대공장노조와 민주노총을 코너에 몰아넣어 노사정위, 사회협약 등 노사관계의 핵심쟁점을 둘러싼 구도를 자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들 것이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시기적절하게도 "노.사.정이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노조에 대한 사회적 장치 마련 등을 협의하"(1.28)자고 발언함으로써 지난 민주노총 정기대대가 유회되면서 폐기된 사회적 교섭 건에 대한 이수호 집행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은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현대차 자본에게 생산타격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탄압에 의해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다 비정규법개악안의 국회통과가 코앞에 놓여있는 절박하고도 엄중한 정세이다. 그러나 2월 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이수호 집행부는 불파투쟁에 대한 지원․엄호방안과 비정규법개악안을 철회시키기 위한 2월 총파업 계획은 뒷전이고 '사회적 교섭' 안건을 재상정 시키는데만 골몰하고 있다.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불파와 비정규법안을 둘러싼 첨예한 계급대립전선을 희석시키는 기아 사태를 비롯한 모든 시도에 맞서 민주노조운동을 공세적으로 방어하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2월 총파업으로 반드시 연계, 확대시켜야 한다. 민주노조를 무력화시켜 노동운동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하려는 자본의 책동은 오로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모범적인 실천과 굳건한 결속으로만 박살낼 수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2월 1일 임시대대에서 사회적교섭 안건을 반드시 폐기시켜야 한다. 또한 현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핀 투쟁의 불씨를 '파견법 철폐'와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으로 확대시키고 이를 전체노동자들의 싸움으로 만들기 위해 1월20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2월 총파업을 실질화시키는 행동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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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공멸이냐 공동투쟁이냐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부쳐(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