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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3 17:50: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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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운 |
 비정규직법과 시행령 ‘그 아버지와 그 아들(노사저널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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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간이 파견으로 일하고 싶어 하나요?
파견직으로 일하는 사람 심정이 어떤지 알아요?
법을 만들 때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2년 넘게 목이 터져라 억울하다고 울부짖었는데,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 주냐구요.
이법으로 내가 보호되는지 분명히 얘기해주세요.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는데 왜 복직이 안 되나요.
사장은 벌금으로 달랑 500만원만 내고 버티고 있어요. 정말 이법으로 보호가 됩니까.”
------------비정규직 반발에 비정규법공청회 무산--------------------
지난 3일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 중회의실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해고돼 2년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한 조합원은 오열했다.
바로 노동부가 주최한 ‘비정규직법 하위규정 입법 공개토론회’ 자리에서였다.
“공개토론회에서 건설적인 내용이 제시돼 입법취지가 구현될 수 있길 바란다”던 장의성 근로기준국장의 여는 말은 비정규직들의 울분 섞인 목소리에 묻혔고, 이내 토론회는 토론 없이 끝이 나고 말았다.
“비정규직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와 남용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사용자의 남용행위를 규제하고자 한다”던 비정규법. 태생부터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더니 결국 시행령 입법예고를 앞두고는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분을 샀다.
일각에서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시행령이 아니라 모법(母法)이 문제”---------------------
지난 8일 오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3인이 ‘대선 경선후보 공동선언문 발표 및 협약식’을 가졌다.
협약 들머리에 ‘한미FTA 반대’와 함께 제시된 내용이 바로 ‘비정규법시행령 반대’였다.
그런데 이를 두고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쓴 웃음을 지었다.
“왜 비정규법 반대가 아니고 비정규법 시행령 반대냐”는 것이다.
이런 민주노동당의 태도는 민주노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3일 열린 토론회 자리에 민주노총 정책실장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장의성 국장과 논쟁을 벌이자 한국노총, 경총 발제자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이런 흐름은 비정규직을 민주노총 집행부와 다른 행보를 하도록 만들었다.
8일 전교조 회의실에서 ‘비정규악법 폐기와 비정규 투쟁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다.
동시에 이 자리에서 ‘비정규악법 폐기와 비정규투쟁 승리를 위한 연석회의’가 제안됐다.
이 토론회에서 오민규 비정규직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비정규법 투쟁기조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본법 자체가 문제인데 시행령 논의에 개입한다는 명분으로 노동부가 소집한 노사정 정책협의회에 들어간 문제나 특수고용 관련 노사정 TFT 제안을 덥석 받아온 과정은 원칙과 목표를 분명히 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또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공식 의결단위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도 제기됐다.
-----------------허술한 법에 구멍까지 뚫린 시행령--------------------
이들 비정규직들이 비정규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실제로 현실에서 고용불안 위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 시행 이전부터 그동안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문제없이 반복 갱신되어 오던 기간제 노동자가 해고되고 있다는 증언은 곳곳에서 들려온다.
기간제법 등 ‘비정규직 보호법’이 이를 보호할 방법은 전혀 없다.
게다가 파견업종 확대로 기간제로 2년 쓰다가 해고하고, 다시 파견제로 2년 고용한 이후 해고하더라도 법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이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파견업종이 아닌 사업장에서 파견근무를 하더라도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 파견과 도급 구별기준에 따라 불법파견 판정을 받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아도 2년이 경과되지 않으면 직접고용의무가 없어 다시 기간제로 바꾸면 된다. 그야말로 신분은 그대로인데 고용만 불안해진 셈이 됐다.
그런데 이렇게 허술한 법에 구멍이 숭숭 뚫린 시행령까지 만들어 놨으니 당장 정규직들도 고용위협을 받게 생겼다.
-------------------박사·전문직이니까 평생 비정규직으로------------------------
지난달 20일 ‘40주년 과학의 날’에 과학기술 노동자들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모여 결의대회를 열었다.
상경 결의대회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혜선 공공연구노조 집행위원장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비율이 25%인데 정부 출연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은 47.5%”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출연기관에 대한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간제법 시행령에서 2년을 넘게 고용해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에 박사학위자가 포함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실제로 공공연구노조가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직 실태를 조사했더니 박사학위자의 50%가 비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임금은 정규직의 53%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1년 단위나 사업단위로 계약을 하고 있어 고용이 불안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울 좋은 박사인 셈이다.
기간제법 개정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전문적 지식, 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라는 조항이 불완전 고용된 박사들을 영원한 비정규직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변호사, 노무사 등 전문자격증을 가진 16개 자격자도 2년 이상 기간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적 지식 덕에 11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고 ‘보따리 장사’를 하고 있는 시간강사도 안정된 일자리는 다른 나라 일이 됐다.
지난해 국공립대 시간강사의 43.4%, 사립대·전문대의 70~85%가 박사학위 소지자였다.
애초 2년 이상 초과해서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토록 하고 있는 기간제법은 실효성을 놓고 노동계의 반발을 낳았다.
2년이 되기 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기간제법 시행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전문적 지식, 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를 포함해 모두 6가지 예외 사유를 정했다.
애초 전문 기술에는 16개 자격증 외에도 조종사나 간호사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계획했다가 조정과정에서 빠지기도 했다.
애매한 규정을 넣으면 적용할 수 있는 방정식은 그만큼 늘어난다는 명제를 이용한 것이다.
--------------------월급많은 정규직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이런 애매모호한 예외조항은 또 있다.
‘1호 내지 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소득수준 이상의 대분류 0, 1, 2에 속하는 모든 직업 종사자’는 두고두고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분류 0, 1, 2에 속하는 직업종사자가 사실상 거의 모든 직업군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분류 ‘0’은 의회의원과 고위임직원 및 관리자이고 ‘1’은 전문가, ‘2’는 기술공 및 준전문가 그룹이다.
‘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수준 이상’은 6,900만원 이상을 의미한다.
애초 6,000만원 이상 급여로 잡았는데 이 기준대로 노동부가 조사한 ‘2005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보고서’에 대입하면 무려 그 수가 197만명에 육박한다.
민주노총이 포함 업종을 추산했더니 간호사나 판매종사원 등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종이 모두 포함됐다.
관리자 업무, 교육 계통, 컴퓨터 관련 업무, 건설회사·자동차회사·조선업·전자회사·발전회사·통신회사·화학·정유업종의 기술직, 금융·증권·보험 업종, 간호사 직종, 판매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모두 여기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이들 업종에서 정규직으로 입사했더라도 일정한 소득 이상이 되면 퇴사 뒤 재입사하라는 압력을 받거나 기간제 계약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복지정책, 실업대책 등에 의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라는 예외조항의 경우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일자리 정책의 본질을 드러내준다.
‘국민의 직업능력 개발, 취업 촉진 및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 제공’, ‘생활이 어려운 자의 생활 보장 및 자활’, ‘산업교육기관 졸업생의 취업알선과 기술향상’, ‘제대군인의 고용증진 및 생활이익’ 등인데 ‘비전 2030’ 등 복지정책이나 실업대책에 따른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채울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파견대상 500만명으로 늘어------------------------
비정규법을 입법하면서 노동부는 비정규직 보호를 통한 노동시장 안정과 그와 대비되는 유연성을 제시했다.
이른 바 ‘유연 안정성’이라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파견법 시행령은 정부의 태도를 유연성 중심으로 명확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예상대로 허용 업종이 대폭 늘어났다.
애초 파견법이 ‘기업에서 예외적이거나 일시적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하고, 상시적 업무는 직접고용하라’는 원칙에서 제정된 것을 감안하면 유연 안정성이라는 개념은 독약인 셈이다.
실제로 먼저 허용업무에 ‘전문지식·기술, 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라는 규정, 즉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이라는 문장이 포함됐다.
이를 빌미로 기간제법 예외조항에 전문지식·기술이라는 말을 넣은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여기에 지난 2000년 개편한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라 소분류 체계로 전환하면서 범위 확장을 도왔다.
결국 파견허용 업종은 기존에 26개 업무 138개 직종은 29개 업무 187개 직종으로 늘어났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은 늘어난 사실 자체가 노동부가 국회와 했던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회의록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역시 ‘업무의 성질’이 문제가 됐는데 김성중 노동부차관이 이를 설명하면서 대상업무를 26개 업무에서 확대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김성중 차관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26개도 지키겠습니다.
26개도 지키되, 이 분류를 소분류 정도로 하든지 세분류 정도로 하든지 해서 뭔가 통일을 기하고 이것을 합리적으로 조정은 할 수 있는 여지를 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달라”는 이유로 넣은 ‘업무의 성질’ 때문에 컴퓨터 업무, 각종 기술공 및 기사, 일반 사무지원 업무, 기자를 포함한 문화예술영역, 안내 및 접수사무, 가사보조원 및 청소세탁, 배달운반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애초 현재 26개인 파견대상 업무를 소분류 체계로 개편만 해도 120개 직종이 새로 포함되고 이 직업에 해당하는 노동자가 5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노동부의 분석이었다.
대부분의 기간제가 파견직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따라가기, 전업종 파견허용 향해--------------------------
여기에 특히 일반사무 보조원과 사무용기기 조작원, 자료입력사무원이 포함돼 사무직에도 파견이 대폭 확산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을 대체할 가능성도 당연히 제기된다.
‘기타 소매업체 판매원’이 노동부 시행령 초안과 달리 입법예고 안에 추가됐는데 특히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분석에 따르면 화장품, 건설자재, 연탄, 가정용 유류, 벽지, 시계, 귀금속, 운동용품, 오락게임용구, 장난감, 예술품, 자전거, 음반판매원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정규직을 대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민간서비스연맹 로레알코리아(LOK)노조 조합원 가운데 600여명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처럼 화장품 판매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가 수천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이런 현상은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는데 바로 일본의 행보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노동부가 현행 포지티브리스트 방식을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으로 바꾸려다 노동계의 반발로 이를 포기했던 것도 의심을 사고 있다.
일본은 국내에서처럼 파견대상을 점차 확대해오다 지난 99년 파견대상 업무를 전업종에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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