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오마이 뉴스
울산 플랜트노조 보도를 지켜보며 / 최완(kordow) 기자
98년 여름, 현대자동차노조 정리해고 반대투쟁으로 전국 언론의 이목이 울산에 집중되고 있던 때다.
노동법 개정 후 ‘정리해고제’의 최초 적용 사업장이었던 까닭에 정부도 노조도 사용자 측도 상호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던 상황.
당시 대학신문기자였던 필자도 현대차 공장에 한 달 가까이 머물며 취재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공권력 투입이 오늘, 내일 하던 시기, 기성언론 기자들의 팔에 ‘보도’라고 적힌 완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권력 투입시 기자들과 노조원들을 구별하기 위해 경찰 측이 제공한 완장이었다.
98년 필자에게 고민을 던졌던 그 ‘보도’ 완장을 어제 울산건설플랜트노조 파업 관련 방송 보도에서 다시 만났다.
98년 당시, 긴장감과 두려움에 그 완장을 한 번 구해볼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곧 포기했다.
완장 착용으로 필자는 보호될지 몰라도, 취재 대상(노조든 경찰이든)에게 견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 였다.
또 경찰이 대학신문기자에게 완장을 줄 리도 만무했다.
당시 ‘보도’ 완장을 찬 기자들이 쓴 기사와 칼럼은 이러했다.
‘경제적 손실이 크니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서둘러라.’
물론 모든 보도가 그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다수 대표 언론들의 보도 방향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건설플랜트 노조 관련 보도 행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도 관련 취재를 몇 번 했던지라 지역신문과 방송보도를 유심히 모니터링 해왔다.
노조의 기본적 요구 사항을 제대로 다룬 보도는 거의 없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통해 지역 신문사 기사를 재검색해 보았으나, 찾기 힘들다.
다른 사안에 비해 기사와 칼럼 수는 방대했지만, 파업 장기화로 오는 '경제적 손실'이나 노조의 '폭력시위'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이 대부분이고, 노조의 입장을 소개한 글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유가 있다.
언론관, 세계관 등 거창한 철학적 차이를 논하기 앞서 취재방식에서 오는 차이다.
일례로 지난 1일 노조원 3명이 SK 정유탑 점거 고공농성에 들어가던 날,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 4시간여 동안 집회장에서 시민기자인 나와
‘울산노동뉴스’
기자를 제외하곤 기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 측 향후 대응을 취재할 때서야 의문이 풀렸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바로 그 인근에 상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 파악에 있어 경찰 측의 정보가 다소 유용한 것을 부정하진 않겠다.
그러나 오전 집회가 해산되는 4시간여 동안 단 한 명의 기자도 노조 측에 취재를 오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노조의 과격, 폭력 시위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폭력시위’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 폭력의 ‘이유’를 적시하는 것 역시 기자의 책임과 의무가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필자는 갈등한다. 향후 취재과정에서 만날 선배 기자들에 대한 아마추어적 비판인 까닭이 하나고, 나 역시 경찰과 사용자 측 보다 노조의 입장을 더 들고 있진 않았을까 하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선배기자들의 아량과 품이 넓을 것이라는 믿음과 ‘중립’과 ‘공정’의 갈등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것이 더 옳다는 나의 언론관에서 용기를 얻어 본다.
2005/05/19 오후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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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플랜트노조 보도를 지켜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