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생존권 보장 요구와 정책관련 대화 창구 개설 요구 받아들여야
경찰청장의 사표 제출로 11.15경찰폭력사건은 일단락됐다.
작년 11월 15일 농민대회에서의 중상으로 죽음에 이른 두 농민의 삶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들이 바란 ‘농업의 근본적 회생’을 기치로 민중들은 열사투쟁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보수제도언론에서는 ‘폭력시위’ 운운하며 경찰청장 사퇴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정부가 과격시위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는 이내 ‘평화적 집회 보장은 과격폭력시위 추방으로부터’ 식의 논리로 이어진다.
그리고 시위에 나선 사람들에게 ‘대화로 풀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들은 왜 폭력시위를 할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해선 침묵한다.
생존권의 벼랑에 내몰린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한 평화시위란 그저 공허한 이상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민중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에 국회와 정부는 대화조차 거부했다
정부-국회-농민단체가 함께하는 3자협의체를 만들자며 대화를 요구하는 농민들에게 정부는 충분한 대화 창구를 보장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간담회 1회, 공청회 1회를 열긴 했지만 ‘단순히 대화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입막음식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게 참여했던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그들은 ‘대화 자리에 불러놓고 대화는 안 하고 정부의 입장만 피력한 뒤 끝났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농민들의 생존권 요구를 분출시킨 WTO 협정의 경우, 미국은 자국 농업을 중심으로 WTO 협정을 재해석하고 필요하다면 어겨 왔지만, 한국 정부는 몇 달만 미뤄달라는 국회 비준을 끝내 통과시켰다.
국회비준까지 1년도 안 걸린 한국과 달리 미국은 2000년 12월까지 맺은 투자협정(BIT) 45개의 비준기간이 평균 3년에서 길게는 10년이나 된다.
WTO 협상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미국은 자국 쌀 협회 관계자들의 요구를 한국과의 협상에 적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쌀 협회(USA Rice Federation)는 ‘성과적인 한국과의 쌀 협상 결과에 대해 미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자축했을 정도다.
미국은 자국 농민들과의 협의 뒤 한국 정부와의 회의에 임했다.
회의 전에 한국 측 입장을 미리 알려줄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미국 쌀 협회와 협의를 미리 거쳐야 미국 정부의 입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자국 농민을 대하는 한국 정부의 자세에 농민 심기가 뒤틀릴 이유는 충분했다.
미국은 전체 농가수의 0.5%(9000여 호) 쌀 농가를 위해 다른 나라의 협상안까지 협상과정에 모두 공개하며 의견을 수렴했는데, 한국 정부는 전체 농가의 75%(945000여 호)가 쌀농사를 짓는데도 ‘국가 간 신뢰성’ 운운하며 협상 타결 뒤에도 협상 전문 공개조차 꺼렸다.
경찰의 폭력만행으로 전용철 열사가 부상을 당했던 11.15 농민대회는 이런 과정에서 발생했다.
농민들의 3자협의체 요구는 번번이 묵살 당했고, 급기야 농민대회 일주일쯤 뒤에는 쌀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리고 그 날 방청을 하겠다고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하려던 농민단체 대표자들은 국회 경위에게 끌려 나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발생했다.
정권, 신자유주의 추진에 따른 민중적 저항 막기 위해 강력한 경찰력 동원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민중의소리>와의 지난 인터뷰에서 전용철 사망사건이 신자유주의 추진과 그에 대한 저항 사이에서 일어나는 필연적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는 정부가 경찰국가화 되는 특징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은 이해 당사자인 노동자, 농민 등의 격렬한 저항이 동반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찰력을 동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대규모 시위시 거리로 나선 민중들 역시 비슷한 얘기를 한다.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과 경찰의 공권력 집행 기저에는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이라는 본질적 함수관계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경찰 저지선에 막힐 때마다 민중들은 ‘민중생존권 투쟁의 전장에 경찰을 앞세워 놓고, 뒤쪽에서 저항세력 없이 유유히 정책을 추진하는 정권’을 강력히 비난해 왔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저항 없이 추진하기 위한 정권의 노림수에 젊은 전·의경과 벼랑 끝에 몰린 민중들의 피 흘림은 지속되고 있다.
경찰을 앞세워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정권의 공권력 남용이 계속되는 이상 끝나지 않을 비명이다.
정부가 초기 참여정부로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민중의 생존권 보장 요구와 정책관련 대화 창구 개설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
|
|
6499
325
27
폭력의 본질은 귀 막고 눈멀은 정권에 있다.(민중의 소리 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