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규모 시위부른 고용법(CPE) 결국 폐기
빌팽 총리, 제일 큰 타격 입어.. 사임론까지 제기
임은경 기자
프랑스 정부가 대규모 학생과 노동자 시위를 초래한 최초고용계약법(CPE)을 마침내 폐기한 가운데, 법안을 주도한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의 사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관저인 엘리제 궁에서 "기회균등법에 포함된 8조(CPE 조항)"를 폐기하고 실업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른 조치들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라크 대통령의 발표는 10일 오전 빌팽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대표들을 잇따라 만난 뒤에 나온 것이다.
학생 대표와 노조측도 이를 만족스런 조치로 평가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노조들은 "CPE 완전철폐"를 요구사항으로 내세워 정부와의 타협의 여지를 거부해왔다.
학생계와 노동계는 지난 5일 '부활절 휴가가 시작되는 오는 17일 전까지 CPE 법안을 철폐하지 않으면 새로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회동해 향후 대처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UNSA, FSU 등 일부 학생과 노조 조직은 시위의 승리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빌팽 총리는 엘리제궁의 발표 뒤 대국민 연설에서, 새 고용조치에 대한 대중의 이해 부족에 유감을 나타내는 한편 치솟는 청년 실업률을 신속히 감소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빌팽 총리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9%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을 감소시키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CPE 법안의 추락으로, 총리 자신의 지지도도 함께 추락하고 말았다.
고용주가 26세 미만 사원을 채용한 뒤 첫 2년간은 아무 사유없이도 해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위 '노동시장 유연화'를 도모한 CPE 법안은 거꾸로 학생을 중심으로 한 예비취업자들에게 "우리가 일회용 화장지냐"는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학생계와 노동계는 지난 3월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를 일으켰으며, 많은 대학과 고등학교들이 휴업상태에 들어가기도 했다.
현재 빌팽 총리와 시라크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로 취임 후 최저 수준이다. 대신 5월 내년 대선에서 빌팽 총리의 라이벌이 될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최대의 수혜자로 급부상했다.
집권 여당인 UMP 총재직을 겸하고 있는 사르코지는 빌팽 총리의 지지율 하락으로 어부지리를 얻은데다, 이미 신뢰를 상실한 빌팽 총리 대신 학생·노동계와의 대화에 직접 나서는 등 CPE 법안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사르코지는 지난해 프랑스를 휩쓴 무슬림 이민자들의 시위 당시 극도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않던 극우파이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세를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내년 대선판에서 빌팽이 탈락한 가운데 여당의 사르코지(극우파)와 야당인 사회당의 50대 여성 의원 세골렌 루아얄(좌파)의 대결이 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6년04월10일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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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결국 "최초고용계약법(CPE)" 민중의 격렬한 항의에 밀려 폐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