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비연 추천후보 낙선 관련 이남신 선거투쟁본부 성명
우리 [비정규 선거투쟁본부]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대표자 및 간부들은, 지난 2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임원선거 결과를 접하며 실로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지난해 본조직 출범 이후 비정규법 개악저지와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투쟁에 집중해 왔으며, 연말연초 집중논의를 거쳐 다가올 4기 임원보궐선거에 부위원장 후보 1명을 공식 추천하기로 결정하고 내부검증작업을 거친 후, ‘정규직-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의 상징인 이랜드노조 260일 파업투쟁의 주역 이남신 동지(現 서울비정규연대회의 사무국장)를 전비연 공식 후보로 추대하였다.
위원장-사무총장 선거 후보는 각 정파-계파별로 후보를 추대하였으나, 전비연 추천 후보만큼은 어느 정파-계파에도 속하지 않는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선거투쟁’을 펼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물론 전비연 내부에는 기호 1번, 기호 2번, 기호 3번을 지지하는 동지들이 모두 섞여있지만, 비정규직 투쟁만큼은 그런 정파와 계파를 뛰어넘어야 한다는데 모든 대표자들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일 대의원대회 투표 결과, 전비연 추천 이남신 후보가 332표를 얻어 낙선(과반 시작점 344표에 12표 미달)이라는 결과를 접하고, 과연 우리 민주노조운동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제대로 끌어안으며 ‘혁신’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선거결과는 분열과 대립을 넘어 ‘정규직-비정규직의 계급적 단결’을 외치고 실천에 옮겨온 전비연에 대한 민주노총 파견대의원들의 평가라는 점에서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남신 후보의 낙선은 개인의 낙선이 아니라 전비연 공식추천후보, 즉 전비연의 낙선에 다름아니다.
지난해 10월16일, 전비연 본조직 출범은 단지 몇몇 비정규노조가 모인 발족식이 아니라,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조운동진영 전체의 공식 환영과 격려 속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민주노총 내 비정규노조들의 명실상부한 대표체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또한 선거투쟁기간 내내 정파와 계파를 넘어 ‘비정규개악법안 저지와 권리입법 쟁취’라는 대의를 위해 전비연은 전체 운동진영의 단결과 연대,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했다. 전비연은 2월7일 국회 개악강행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선거를 2주일 동안만 잠정 중단하고 개악저지투쟁을 힘있게 벌인 후, 2월24일 대의원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힘있게 선출하자”는 입장을 결정했지만, 선거연기에 대한 민주노총 내부의 의견이 통일되지 못하자 “선거연기에 대한 입장이 상이하다고 해서 개악저지를 위한 공동투쟁, 공동행동까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 하에 각 선거대책본부의 공동투쟁을 기획·집행했다.
2월7일 개악강행에 맞서 열린우리당 의장선거에 출마한 김근태·정동영 선거사무소 항의농성투쟁 및 국회 앞 천막농성투쟁을 각 선대본에 제안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과 내부 진통이 있었지만 ‘비정규직 투쟁만큼은 전체 운동이 단결해야 한다’는 확신으로 공동행동을 조직했다. 특히, 2월7~9일을 넘어가더라도 2월중순경에 또다시 개악강행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농성투쟁은 2월16일까지 지속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으나, “2월10일 대의원대회는 정상적으로 열려야 한다”는 일부 후보와 선대본의 주장이 있었기에 무엇보다 ‘공동행동’이 최우선이라는 입장 속에 우리의 ‘원칙’마저 수정한 바 있다.
각 선대본과 공동 간담회 자리에서 상이한 입장을 통일시키고 단결시키는 과정에서, ‘전체 운동의 단결’보다 ‘차이를 드러내는 경쟁과 감정적 대립’이 난무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비정규노조 대표자들의 가슴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들 가슴의 상처보다 모든 선대본이 동참하는 ‘공동행동’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기에 ‘원칙’마저 수정하고 공동투쟁 조직에 모든 힘을 쏟았다.
우리 스스로 ‘선거 잠정중단’을 주장해놓고 선거운동을 벌여서는 안된다는 판단 하에 2월2일부터 8일까지 선거투쟁을 중단했으며, 2월10일 대의원대회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21일로 연기된 상황에서도 이남신 선거투쟁본부와 전비연은 선거에 힘을 쏟기보다 2월18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앞 항의농성투쟁 등 비정규법안 강행통과 저지와 권리입법투쟁에 ‘올인’해왔다.
선거를 앞둔 2월20일부터는 한국노총 소속 비정규노조들과 합심연대하여 한비연·전비연 의장단을 포함해 비정규노조 대표자들 공동단식농성 돌입을 선포했다. 비정규법안이 강행통과되는 마당에 부위원장 당선이 어찌 즐겁고 축하할 일이겠는가! 단 며칠간의 선거운동이 무에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러나 전비연과 이남신 선거투쟁본부가 벌인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거결과는 ‘전비연 낙선’이었다. 2년 전 4기 임원선거에서 당시 전비연(준)이 공식 추천했던 홍준표 후보의 낙선 이후 또다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더욱 참담하다. 게다가 지난 2년간 개악저지에 맞서 민주노총 총파업투쟁 조직의 한점 불꽃이 되고자 열린우리당 의장실 점거농성,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국회 안 기습시위 등 수많은 선도적 투쟁을 전개하며 비정규노조의 구심으로 성장해온 후의 결과라는 점에서 비통할 뿐이다.
‘비정규 할당제’가 논의되고 누구나 ‘비정규직’을 운운하며 ‘혁신’을 부르짖는 마당에 나온 선거결과가 이것이란 말인가!
다음으로, 투표에서 드러난 폐해적인 행태에 우리는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좋든 싫든 전비연 추천 후보가 낙선했다는 책임의 분명한 일주체는 전비연 스스로이며, 낙선에 대한 참담하고 비통한 심경에도 불구하고, 전비연과 이남신 선거투쟁본부는 “우리가 어떤 점에서 부족했을까”를 고민하고 한계를 극복해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투표에서 드러난 폐해적인 행태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하게 지적해 두고자 한다. 4명을 선택하게 되어 있는 일반 부위원장 명부 선거에서, 단 2명만을 선택한 무더기 투표용지를 바라보며 “이게 우리 민주노총의 현실이란 말인가” 하며 대성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남신 후보와 전비연은 선거기간 내내 파견대의원들에게 “절대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맙시다. 7명 부위원장 모두 채워서 힘있게 민주노총 바로 세워냅시다! 일반명부 4명, 여성명부 3명 모두 기표합시다!”라고 호소해왔다. 비정규직 파견대의원들 역시 그러한 입장을 실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번 투표결과는 또다시 정파-계파의 이른바 ‘세팅 투표’로 드러났고, 결국 부위원장 7명 모두를 채우지 못하고 6명만 뽑히는 결과로 드러나게 되었다.
우리는 단 2명만을 선택한 동지들에게 감히 묻지 않을 수 없다. 강승규 前 수석 비리와 일부 대기업노조 취업비리 등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노총, 비리사건으로 인한 지도부 총사퇴 이후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 민주노총을 바로 세우는데 있어서, 동지들은 단 2명의 부위원장으로 그 과업이 수행가능하다고 믿었단 말인가! 혹여 “우리 사람만 당선시키면 되지”라는 심정으로 기표소에 들어갔던 것은 아닌가! ‘혁신’ ‘혁신’ 누구나 말로 외치면서 과연 우리 민주노조운동은 제대로 된 ‘혁신’의 길을 가고 있는가!
참담함과 비통함에도 불구하고, 이남신 선거투쟁본부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우리에게 부과된 임무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설 것이다.
야 4당이 비정규법안을 차기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는 하나, 개악안 강행통과는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우리 운동이 제대로 전선을 치지 못하고 있기에 그저 처리를 지연시키는데 온힘을 쏟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2월28일 오후 1시 국회 앞에서 총력결의대회를 갖고 개악저지와 함께 우리의 절실한 요구인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선포식을 갖는다.
또한 이남신 선거투쟁본부가 내세운 5대 정책공약은, 이미 누차 강조해온 바와 같이 이남신 후보 당락과 무관하게 전비연이 반드시 올해 안에 해내겠다고 결의한 사안인 만큼, 비정규투쟁의 전략참모부를 만들고 당·의원실·민주노총·전비연을 아우르는 입법투쟁기획단을 구성하며 특수고용 입법을 올해 안에 쟁취하고 1,360명에 달하는 비정규 해고자들의 중앙집중투쟁 및 지역 비정규장기투쟁사업장에 희망을 주는 투쟁을 올 1년 중점 사업으로 기획, 집행해갈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이라는 대과업 역시 비정규노조들이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다. 이미 대의원대회 등에서 제기되어온 ‘파견대의원 직선’과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와 관련해서도 비정규노조들이 앞장서서 실천할 것을 결의한다. 무엇보다 확실한 ‘혁신’의 방법은, 정파와 계파를 넘어 민주노조운동 최대의 과제인 비정규투쟁을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사업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점을 굳게 확신하며, 당사자이자 주체로서 비정규노조들이 그 사업의 주체로 우뚝 설 것임을 약속한다.
우리는 오늘의 낙선을 가슴 속에 묻을 것이다. ‘비정규투쟁’과 ‘혁신’이 민주노조운동의 화두가 되어있는 시점에, 우리 운동은 과연 혁신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비정규투쟁으로 하나되는 단결의 과제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이번 선거결과를 토대로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광범한 평가와 토론작업이 병행되기를 기원한다. 우리는 우리의 입장이 옳다고 무조건 강변하지 않을 것이며, 입장의 차이를 주장하는 동지들과 충분하고 공정하게 토론에 임할 것이다.
2006년 2월 24일
이남신 후보 비정규선거투쟁본부
|
|
|
6499
325
29
[성명] 전비연 추천 이남신 후보 낙선 관련 입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