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글쟁글 내리쪼이는 햇볕에 빨간꽃, 노란꽃, 분홍꽃들이 다투어 피는 어느 봄날. 노루, 사슴, 면양 셋이 령너머 이웃마을로 놀러 떠났습니다.
그들이 징검다리를 건너고 들을 지나 수림이 듬성듬성한 높은 령길에 접어들었을 때였어요.
뜻밖에도 범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그들을 향해 마주오고 있었습니다.
험상궂은 상판에 톱날같이 날카로운 이빨을 떡떡 쪼으며 내려오는 폼이 여간만 심술궂고 흉맹하지를 않았지요.
“아니 저 봐, 범이 아니냐?”
노루의 말에 “옳아, 범놈이구나.” 사슴이 이렇게 맞받자 “참, 이를 어찌한담?” 하고 면양은 활랑거리는 가슴을 꼭 부여잡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습니다.
그들 셋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게 되었습니다.
“암만해도 안 되겠어. 옆으로 내빼자!”
노루의 말에 면양이 말했습니다.
“그래, 얼른 내뛰는 게 상수야!”
그러자 이때 골똘히 생각하던 사슴이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과단성있게 말했습니다.
“아니다, 범이란 놈이 언녕 우리를 해치자고 저렇게 험상궂은 상판으로 다가오는 이상 우리가 뛰면 어디로 뛴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어?”
“그럼 어쩌잔 말이냐?”
노루와 면양이 안절부절 못하며 다급히 물었습니다.
“우리 저놈과 생사결단 맞단들잔 말이다!”
“맞다들자구?”
“아무렴, 맞다들구 말구!
성질 사납고 심보가 새까만 저따위 무도한 놈과는 맞다들어야 해!”
아무리 생각해 보아야 사슴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노루와 면양은 사슴을 따라 두 뿔을 꼿꼿이 세워가지고 범을 맞받아 ‘으악~’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나갔습니다.
이 세 놈이야말로 독안에 든 쥐요, 하루 세끼 깨고소한 때거리라고 자신만만히 다가오던 범이 가만히 보니까 노루와 사슴, 면양이 뿔을 곤두세우고 눈에 불을 펄펄 날리며 생사결단 맞받아 올라오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야 공연히 잡아먹자고 달려들었다가는 도리어 큰코를 다칠 것이 뻔하였습니다.
이에 범은 기겁하여 얼른 돌아서서 꼬리 빳빳이 내빼고 말았습니다.
비록 연약한 짐승들인 사슴, 노루, 면양이었지만 포악한 범 앞에서 겁을 먹지 않고 일심단결하여 용감히 달려드니 범이 무서워 도망간 이야기입니다.
무슨 일이나 여럿이 힘을 합치기만 하면 무서운 위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처럼 미약한 것이라도 많이 모이면 큰 힘을 낼 수 있음을 비겨 말할 때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난다’라는 속담으로 형용합니다.
* 이 글은 연변 인민출판사에서 청소년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펴낸 《속담이야기 100컬레》 (정해철·김흠 편저, 1994)에서 뽑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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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