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되는데
- 조 선 남(필명)
한 마디도 못하고
면회장에서 울기만 하다가 돌아간 사람
보는 것 만으로도 슬픔이 되는데
같이 손잡고 돌아가야 할 길
눈물 뿌리며 돌아서는
포항가는 길
밤이 깊을수록
더욱 눈부신 하얀 밤
열쇠소리
철문 여닫는 소리
순찰 도는 교도관의 구두발 소리가
무겁게 복도를 울리고
가슴을 내리찍는 소리가 된다
아!
미치게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아
당신에게 만큼은 내가 죄인이다
이 몹쓸 세상에
노동자로 태언난 것이
몸부림치고 발부둥 친 것이
인간으로 일어서고 싶었던
그 징거러운 세월이
그것이 죄인이다
당신 앞에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되는 사람아
보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되는 사람아
이제 그 먼 길
다시는 오지마라
눈물 뿌리며 돌아서
외롭게 가야할 길
이제는 오지마라
사랑하는 사람아
감옥문이 열리고
덩실 어깨 춤 절로 나는
노동자에게도 한 번 희망을 가져 볼
그날이 오면
당신을 엎고서라도 춤추며
돌아갈 그날까지
기다림은 또 다시 투쟁의 시작이다
사랑하는 사람아
2006년 12월 21일. 포항 건설 노동자들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9명에 대해 2년,2년 6월,3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선고공판이 있기 며칠전부터 항소심 27명 중 한 두명을 제외하고 모두 집행유예로 석방될 것이라 생각하고 운동시간 30분 짧은 만남에도 석방되면 할 일들을 서로 의논하기도 하며 서로의 마음을 달래기도 하였습니다.
재판이 있던 날 아침,
출정을 가면서 일부러 들러 뜨겁게 손 잡고 그동안 고생하셨다, 조금만 더 고생하시라,
밖에서 만나 다시 투쟁의 거리에서 만나자는 인사를 기분 좋게 나누었고 쓰던 면도기를 주고 가는 동지, 겨울 옷 하나를 물려주고 가는 동지...... 만나지 말아야 할 장소(감옥)에서 만났지만 동지애를 확인하고 저들의 탄압에 맞설 수 있는 것은 단일 조직 건설 뿐이라는 생각을 서로 확인하면서 힘이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포항 동지들......
그러나
점심시간이 다 되어 돌아온 동지는 눈시울이 붉고 재판결과는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겨우 말랐던 눈물이 나를 보자 다시 서러움이 복받쳤던지 눈물이 흘러 내립니다.
이제 아이가 겨우 4살이라는 동지, 딸 아이가 21살인데 자신의 구속으로 공부도 중단해야 했다는 이야기 한 사람, 한 사람 맺힌 사연들은 더욱 기가 막히고 이제는 동지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질까 두려워 합니다.
지금이야 그래도 잊혀지지 않지만 1개월도 못돼 사람들은 잊게 될 것이라고 사실 구속 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전노협 때와 비교하면 구속 노동자들을 방치하는 수준이지요. 편지 한 장 쓰는 것이 그렇게 인색하고 면회 한 번 오는 것이 그렇게 인색합니다. 그나마 기결수가 되면 그 실낯 같은 관심마저 끊어진다는 것입니다.
운동장에서 3명의 동지가 만났습니다.
이제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출력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징역살이를 하여 가석방을 바라볼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다른 동지를 위로하고 달랩니다. 상고를 포기할 것인지 말 것인지도 서로 의견을 나눕니다. 옆에서 들어 주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인 듯 듣고만 있습니다. 분노가 솟구쳐도 가슴을 쓸어내릴 뿐입니다.
포항건설노조 노동조합 차로 같이 면회 오기 때문에 면회장에서 가끔 포항 동지들을 만납니다. 면회를 마치고 나오는 동지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첫날(21일 오후)은 면회 온 아내가 계속 울기만 해서 한마디도 못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면회 온 아내를 보고 동지가 울었다고 합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바라보기만 해도 슬픔이고 바라보기만 해도 아픔인 것을 2년 6개월 노동자의 가정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우리가 사람을 죽었습니까? 강도짓을 했습니까? 수십억씩 고의로 부도내고 들어와도 징역 10월에 석방되는데...
동지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성탄절 특사로 기업인들을 석방시키라고 떠들더니 성탄절을 앞두고 9명의 건설 노동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나라의 법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내리 찍는 것 같습니다.
12월 어느 날
- 조 선 남(필명)
재판을 마치고 포승에 묶여
호송차에 실려 교도소로 돌아가는 길
날씨 탓인지 맨살에 채워진 수갑이 차갑다
크리스마스에 들뜬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다
앞 산 순환 도로를 우회하여 돌아가는 길
고가도로 위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야경은
투명한 슬픈 풍경이 된다
12월 어느 날
굶어 죽은 아이의 시신의 장롱에서 발견된
12월 그 어느 날
아이의 죽음은 무능한 노가다 꾼
아비 탓으로 돌리고
일용직 노동자의 삶은 변한 것이 없다
어미의 슬픈 울부짖음은 세월에 묻히고
굶어 죽은 아이의 저주는
도시의 어둠으로 묻히는가
12월 어느 날
수배중이던 동지가 구속되었다고 한다
일용직 노동자도 인간이라고 소리쳤던
젊은 아비는
오라에 묶여
차가운 수갑의 냉기에 온 몸을 떨며
감옥으로 끌려갔다
12월 어느 날
대구경북지역 건설노조 김진용 비대위원장의 구속에 이어 강우성 대의원도 구속되었다고 합니다.
구속노동자후원회 이광열 사무국장님!
존경의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전국노동자대회 때 일일 주점에 오셨던 동지들, 후원을 아끼지 않고 계시는 모든 동지들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구속기간 동안 “구속노동자후원회”가 가장 큰 힘이 되었고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31명의 구속자를 내었던 대구경북지역건설노조를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투쟁!
2006년 12월 26일
조 기 현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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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온 편지] 대구경북건설노조 조기현 위원장(06-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