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말><만화 전두환>의 작가 백무현(44) 화백
“광주하면 빨갱이들, 폭도 아니냐?”
예전에는 술자리 등에서 공공연하게 내뱉던 말을 이제는 조심해야 한다.
광주민주화항쟁(광주항쟁)을 재연한 영화 <화려한 휴가>, 그리고 역사 속의 진실을 폭로하는 만화 <만화 전두환>이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휴가>가 ‘광주항쟁의 진실 알기’의 윤곽을 그렸다면, <만화 전두환>은 본격적인 광주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한 작품이다.
<화려한 휴가>를 보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진실이 있다’라고 깨닫는다면, <만화 전두환>에서 그려진 광주항쟁의 진실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만화 전두환>을 통해 국민 시인이라 칭송받던 조병화씨가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쓰고, 기독교계의 큰 인물인 한경직 목사가 전두환을 위한 기도회를 열고, 인권의 상징이라는 카터 미 대통령이 전두환을 지지했던 것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미국이 5.18때 국민을 학살한 군대를 지지하는 것과 87년 6월 항쟁때 정권이 넘어가려 하니 다시 미국이 개입해서 6.29 선언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미국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되묻게 된다.
” 저자의 설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광주항쟁은 국사 교과서에 단 몇 줄로 소개 돼 있는 게 전부다.
그나마도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고 적혀있다.
인터넷 유명 포털을 검색해보면 전두환은 올림픽을 유치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고 무역 흑자를 이룬 대통령으로 나온다.
7년 단임제를 실천했다고 나오기도 한다.
화가 나기도 하고,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저희 세대가 광주하고는 뗄 수 없는 세대입니다.
광주 때문에 의식의 혁명적인 전환도 있었고요. 광주에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거예요.”
<만화 전두환>의 작가 백무현(44) 화백에게 광주는 갚지 못한 빚이자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다.
기억을 잊는다면 큰 죄악이 되는 성지(聖地)나 마찬가지다.
“빚이 많다보니까 언젠가 광주의 진실을 꼭 한번 알려야 겠다는 생각을 10년 정도는 해왔던 것 같습니다.
광주 5월의 영령들이 볼 때는 제 작품이 하찮게 보이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제 방식대로 광주의 진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사명이자 소명이기도 하죠.”
그는 <만화 전두환> 두 권 안에 광주의 진실이 전부 담기기에는 부족했다고 말한다.
이것저것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늘을 두루말이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담아내기 힘들다.
그러나 광주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 축약, 또 축약했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한계가 있을 법 한데도 <만화 전두환>을 단숨에 두 권 모두 읽고 마지막에 수필처럼 담긴 한 광주 시민의 기억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책을 덮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화려한 휴가>에 쏟아지던 비평들이 <만화 전두환>에는 없었다.
오히려 “재밌다” “그 많은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 등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비평 아닌 불평이라면 “왜 두 권밖에 안 냈냐, 5권쯤 써버리지” 정도다.
백 화백은 <만화 전두환>으로 현대사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고쳐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말한다.
교과서나 인터넷을 통해 그릇된 시각을 갖게 될 아이들의 미래, 그릇된 시각이 만들어가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담하고 슬프다.
그래서 그는 책머리에 밝혔다.
‘전두환의 역사’와 맞짱을 뜨겠노라고.
“갈수록 광주는 잊혀져 갈 것입니다.
망각의 5월, 망각의 광주…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거든요.
때문에 광주의 진실은 또 다시 재현되어야 하고 또 다시 기록되어야 하고 그것을 통해 광주와 계속 만나야 합니다.
계속 기억해 내면서 기억 투쟁을 해야 합니다.”
2007년08월30일 ⓒ민중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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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전두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