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민주주의는 살아 숨쉬는가
[손석춘 칼럼] 재벌과 참여정부의 '노동자 탄압'
"현장에서 비정규직 대의원들이나 활동가들을 사측에서는 뭐라고 얘기하냐면 '저 놈들은 죽여도 되니까 끄집어내서 발로 차든 뇌진탕에 걸려서 뒤지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끄집어내라' 이런 말까지 들었어요. 사람이 할 짓이 아니죠."
현대자동차에서 지난 1월 분신을 시도한 비정규직 노동자 최남선이 병상에서 토로한 말이다.
고백하거니와 필자는 <민중의 소리>에서 그의 절규를 읽으며 '의심'했다.
아무려면 현대자동차 경영진이 그 정도로 야만적이겠는가.
하지만 보라. <오마이뉴스>가 보도했듯이 현대자동차는 2월13일 파업을 벌이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안기호 위원장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전격 경찰에 넘겼다.
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경비대는 점심을 먹으려고 농성장에서 식당으로 가는 안 위원장 일행을 '기습'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량으로 '납치'했다.
이어 공장 정문으로 차를 몰고 간 뒤, 공장 밖에 있던 경찰 차에 넘겼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경비대는 노조위원장의 얼굴은 물론이고 온 몸을 폭행했다.
파업중인 비정규노조 위원장에 폭력행사
비정규직 노조의 주장에 현대자동차 경영진은 납치와 폭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실을 날조했다면, 그렇지 않아도 노동자들에 '마녀사냥'이 횡행하고 있는 시류를 십분 '활용'할 일이다.
하지만 납치와 폭행을 해놓고 언구럭을 부리는 것이라면 이는 간단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더러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납치'나 '폭행'의 표현은 지나치지 않는가 반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냉철하게 짚어볼 일이다.
과연 일터에서 파업중인 노동조합의 위원장을 기습하고 폭력으로 자유를 구속해도 괜찮은가.
명백한 인권유린 아닌가.
또는 "불법파업을 용인하란 말인가"라고 눈 흘기는 '준법주의자들'의 항변도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차분하게 톺아볼 일이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벌였는가.
저 '노동부'조차 인정했듯이, 현대자동차가 줄곧 불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왔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판정된 뒤, 해가 넘어가도록 사쪽의 불법은 모르쇠하고 있는 '참여정부'가 그 불법을 고치라며 파업을 벌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그렇다. 얼굴 돌리지 말기 바란다.
바로 이것이 노무현 정권의 현실이다.
그것은 실용주의도 개혁도 아니다.
만일 그것이 울산 동부 경찰서만의 '판단'이었다면, 곧장 경찰서장을 파면할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비정규직 노조위원장 체포과정에서 누가 어떤 폭력을 저질렀는지 낱낱이 진상을 규명해야 옳다.
기실 거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
현재 노동부는 파견을 모든 업종으로 확대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확대하는 정책을 버젓이 '비정규직 보호법안'으로 내놓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데도 강행하겠다고 으름장이다.
그래서다. 묻고 싶다.
과연 이 땅에 민주주의가 숨쉬고 있는가.
'과장'이라고 매도하지 말기 바란다.
오히려 성찰해 볼 것은 우리의 무감각이다.
삼성그룹이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해도 침묵한 결과다.
버젓이 저질러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권유린을 언제까지 모르쇠 할 터인가.
비정규직 인권 유린에 침묵하는 부자신문
참으로 가관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명분'으로 정규직을 살천스레 난타하던 부자신문의 침묵이다.
과연 그들이 비정규직 '권익'을 내세운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지금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조의 투쟁을 줄기차게 지원하고 있다.
비단 현대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이 절실한 상황이다.
분신을 시도한 최남선도 강조했다.
"이번에 정말 큰 싸움을 벌여서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전국의 동지들에게 알려줍시다.
말로만 무성했던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정말로 보여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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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 민주주의는 살아 숨쉬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