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활동가조직’을 추진하는 동지들에게 몇가지 의견을 전합니다.
동지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듯이 지난 해에 ‘전국좌파활동가조직’건설이 추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전국좌파활동가조직건설이 추진되던 초기에 강승규민주노총수석부위원장비리사건이 발생하여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히 필요하게 되고 이수호집행부의 사퇴이후에는 비정규직법개악저지투쟁에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전국좌파활동가조직건설추진은 힘있게 진행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우리는 전국좌파활동가조직이 다시 추진된다는 연락을 받고 작년에 잠정적으로 중단된 조직추진이 다시 재개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의 구체적 추진과정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는 일의 추진이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하나는, 작년 9월10일 전국좌파활동가조직토론회에서 결정되어 일의 추진과 관련하여 조직적 논의를 수임받은 준비팀(이경수, 정윤광, 허영구, 김태연, 조건준, 박병규, 양한웅, 고영주 등 8명)의 활동보고와 평가가 누락된 채 지난 토론회와는 무관하게 임의적으로 새롭게 조직건설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일의 추진은 지난 해의 논의와는 무관하게 새로운 조직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지난 추진과정에 대한 태도를 분명하게 하지 않은 채 이런 방식으로 일이 추진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지만 만약 일의 추진이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라면 9월 10일 토론회에 참석한 동지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 보다 더 크게 의문을 야기한 것은 ‘전국활동가조직’추진주체에 작년에 고류기혁열사와 관련하여 열사논쟁을 벌여 민주노조운동내에서 커다란 지탄의 대상이 된 현대자동차 현장조직 민투위의 회원이 당당히 한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은 솔직히 말씀드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을 주요과제로 설정하는 조직의 초기건설주체에 혁신의 대상이 참여한다는 것은 스스로 ‘혁신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미 작년에 비상시국회의, 활동가대회, 현투단에 현자민투위의 주체참여를 이유로 불참이라는 곤혹스러운 결정을 했던 우리로서는 이 문제가 전국활동가조직에서 다시 되풀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황당함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접하고 우리는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적 원칙과 기풍을 훼손한 자는 조직의 회원이 될 수없다는 원칙을 조직건설과정에서부터 세워야 한다’는 것과 ‘이러한 이유로 현자민투위회원들의 회원참여는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국활동가조직 준비모임의 소집권자인 이경수동지와 기획팀원인 김태연 동지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몇차례의 접촉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 문제를 준비모임의 몇몇 개별회원과의 접촉속에서 협의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고 이 문제를 공론화하여 현재 준비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동지들과 앞으로 참여하려는 동지들에게 판단을 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1. 우리가 공개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제출하는 이유
현자민투위회원의 참여문제는 하나의 부분적 문제이지만 이 문제를 둘러싸고 세칭 좌파의 현상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자민투위 회원의 참여문제는 좌파노동운동과 이 노동운동에 참여하는 좌파 활동가들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때문에 이 문제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중심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만약 민투위당사자들이 작년에 발생한 문제를 진정으로 반성하고 자신들이 ‘전국활동가조직’에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스스로가 판단하고 이에 맞게 처신했다면 이 문제는 애초에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며 조직건설에 부담을 주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집요하게 참여를 고집하고 이의 부적절함을 비판하는 소리에 겸허하게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들의 태도는 민투위회원참여문제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좌파활동가들의 태도와 맞물리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아마 현재 ‘전국활동가조직’에 같이 하는 동지들이나 같이 하려는 동지들중에 작년에 발생한 열사논쟁에서 민투위가 취한 태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동지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판단을 하는 동지들 중 일부가 ‘좌파가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민투위조차 안고 가야한다거나 좌파의 세력결집이 우선이기 때문에 민투위의 참여문제가 논란이 될 경우 민투위참여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문제로 처리해야 한다거나 하는 무원칙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세력형성이라는 현실적 이해관계 때문에 민투위에 대해서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태도가 문제의 심각성을 확대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무원칙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기도 합니다.
만약 민투위회원참여문제를 올바로 처리하지 않고 조직 결성을 추진할 경우, 이 조직이 ‘혁신’을 말할 때 이 혁신주장은 활동가대중으로부터 냉소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노동자대중으로부터도 냉소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결국 이 조직은 노동운동내에 존재하는 패거리조직 중 하나로 격하되어 인식될 것이며 출발에서부터 발전의 기세를 잃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전국활동가조직’준비모임의 개별회원과의 접촉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이러한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동지들과 함께 심각하게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고 안일하게 움직이면 동지들은 과거 노동자의 힘동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민투위문제로 헤어날 수 없는 진창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자족적인 시각에 머물지 않고 노동자대중과 활동가대중을 바라보며 자신들이 어떠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지를 냉정히 인식하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2. 민투위는 무엇을 잘못했고 민투위회원참여는 왜 허용될 수 없는가?
작년 현대자동차노동조합집행부는 고류기혁열사가 열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함으로써 어처구니없는 논란을 야기하였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집행부의 망언은 열사의 죽음을 모욕하고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사이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시키기는 커녕 이를 급속하게 파괴하였으며 전체노동운동을 자괴감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있을 수 없는 현대자동차 집행부의 행태에 대하여 민투위는 집행부를 세운 현장조직으로서 집행부를 비판함과 함께 자신의 회원인 이상욱위원장과 김태곤 수석부위원장 등을 징계해야 했음에도 오히려 이들을 비호하고, 내부회원들의 징계요구조차 묵살하였습니다. 이로써 현대자동자민투위는 노동조합집행부와 함께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원칙과 기풍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잘못을 범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 오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투위는 공식적으로 한번도 자기비판과 반성을 하지 않은 채 이제는 혁신의 주체로 자신을 내세우는 염치없는 태도조차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투위의 회원을, 혁신을 과제로 설정하는 조직건설의 한 주체로 허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기본적인 사리분별력을 갖는 사람이라면 동의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민투위 회원들을 조직건설의 한 주체로 허용하는 것은 자신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부류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어리석은 행동을 동지들이 해야 할 하등의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3. 민투위문제에 대한 잘못된 대응은 왜 노동자의 힘을 정치적 곤경으로 몰아넣었는가?
민투위는 자신들의 잘못으로 자신들만 망친 것이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활동가나 조직조차 망쳤습니다. 그 내부에 민투위의 핵심회원을 자신의 회원으로 갖고 있는 노동자의 힘은 열사논쟁과 관련이 있는 회원들에 대한 처리를 둘러싸고 논란만 벌인 채 이를 올바로 마무리하지 못함으로써 자신내부를 정화하는 데 실패하고 이는 결국 노동자의 힘을 정치적 곤경으로 몰고 갔습니다. 노동자의 힘이 자체의 힘으로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여기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이것은 ‘전국활동가조직’으로까지 확대재생산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국활동가조직이 결성초기에 이 문제를 안일하게 처리하면 전국활동가조직 역시 헤어날 수 없는 곤경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차례차례 민투위는 전체운동을 망쳐가고 있는 것입니다.
4.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은 내부반성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은 동지들도 이미 동의하듯이 내부의 혁신없이는 한발짝도 앞으로 전진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 혁신은 자기를 뺀 나머지에게만 요구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동지들과 우리들에게도 요구되는 것입니다. 최근의 혁신운동이 힘있게 전개되지 못하는 이유는 혁신을 주장하는 사람과 세력들이 혁신문제에서 다른 사람과 세력에게는 엄격한 반면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기 때문이며, 종파적으로 혁신의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민투위문제조차 올바로 처리하지 못하면 좌파활동가들의 혁신주장은 아무런 호소력도 갖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민투위문제의 올바른 해결은 전체 혁신과제중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것일 뿐입니다. 민투위문제해결은 당연히 제기되어야 하는 한 사례에 불과할 뿐이며 앞으로 전국활동가조직이 힘있게 서기 위해서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기풍을 다시 세워내는 더욱 포괄적인 과제를 자신의 과제로 설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민투위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은 이러한 원칙을 세우는 과제를 공론화하려고 하던 차에 이 문제가 예기치 않게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작년에 강승규수석비리문제발생이후 민투위가 혁신의 한 주체로 나설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는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원칙을 세우는 과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동지들이 향후 건설될 조직의 과제로 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논의의 과정에서 당연히 제출되었어야 할 과제입니다. 민투위문제는 그 자체로 처리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노동자계급적 원칙과 기풍을 세우는 과제를 앞으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과제로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5. 동지들의 진지한 고민과 행동을 기대합니다.
이미 언급하였듯이 민투위회원의 참여문제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어야 할 문제입니다. 지금 민투위회원들이 해야 할 것은 왜 자신들이 계속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억울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철저하게 비판하고 반성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상식은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전국활동가조직 역시, 이 문제에 대한 단호한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이 문제에 말려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지들께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기풍을 다시 세우는 과제에 긴장감있게 임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여 제안합니다. 모든 일은 출발시기에 뜻을 분명히 세워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전국활동가조직건설은 출발 초기에 그 뜻이 분명히 서지 못하는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동지들의 진지한 고민과 행동이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기풍을 다시 세우는 보다 포괄적인 과제를 동지들과 함께 논의하고 실천해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보충글 : 앞으로 건설될 조직에 단체들이 아니라 활동가개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게 될 텐데 해방연대(준)이 조직단위로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적절한가하는 의견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의견제출단위문제는 실질적 내용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판단되고 해방연대(준)회원들의 문제의식을 온전히 전달하려는 취지에서 의견제출을 해방연대(준) 명의로 했습니다. 이에 대한 양해를 구합니다.
2006.6.1
노동해방실천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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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활동가조직'준비모임에 보낸 해방연대 의견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