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정규직노동조합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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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4 17:37:17
유재운
http://www.katu.co.kr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리려는 정부의 배짱(하종강의 노동과 꿈에서 펌)
방송에 출연할 일이 있어 한 방송사에 갔을 때, 촬영장에서 조명기구를 들고 다니는 사람에게 “혹시 정규직이세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저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계약직만 돼도 좋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용역회사에서 방송국에 파견된 노동자였던 것입니다.
계약직이라도 되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파견 노동자들은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그 짧은 대답으로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노동자 파견법 등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내용을 확정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26개 업종에서만 파견 노동자 사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던 것을 거의 전 업종으로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불법 파견, 편법 파견 등의 형태로 파견 노동자들이 거의 전 업종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말하는 제조업체 ‘사내 하청’은 거의 대부분 불법 파견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정부로서는 파견 가능 업종을 확대해도 이미 만연하고 있는 불법 파견을 양성화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실제로는 파견 노동자들이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커다란 착각입니다.
앞으로 기업에서는 새로 뽑는 직원들을 거의 대부분 파견 노동자들로 채우려고 할 것입니다.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들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파견 노동자로 전환될 것입니다.
인건비를 절감하고 노동법상의 각종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기업들이 마다할 리가 없습니다.

이제 흔히 ‘용역회사’라고 부르는 노동자 파견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조금이라도 연줄이 닿는 기업이 있으면 그 기업에 인력을 파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 파견 노동자를 보내주고 그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에서 매달 일정한 액수를 챙길 수 있으니 너도나도 그 일에 뛰어들 것이 분명합니다.
책상 하나만 놓고 앉아서 남의 노력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버는 방법이 뻔히 보이는데 사람들이 그 일을 마다할 리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길거리에 ‘○○인력’, ‘□□개발’, ‘△△용역’ 따위의 간판을 수도 없이 보게 될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의 기본 원칙은 직접 고용, 그리고 정규직입니다.
중간착취 배재, 차별적 처우 금지에 관한 조항들이 바로 그 원칙들을 담고 있습니다.
노동자 파견법이 제정될 당시에도 근로기준법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문제점들이 제기됐습니다.
근로자파견법은 처음 출발할 때부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제도라는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파견 기간이 2년이다 또는 3년이다, 파견 기간이 끝나면 직접 고용해야 한다 하는 내용들이 법에 규정된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연초에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정부에게 비정규직 노동자 수를 줄이라고 문서로 요구했던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노동자 비정규직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OECD 가입 30개 국가 중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수를 줄이라는 보고서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국제금융자본이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렇게 요구했을 리는 없습니다.
전형적인 시장경제주의자들이 보기에도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 현상이 너무 심각해 국제금융자본의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로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아지는 것이 정치적으로 결코 불리한 일이 아닙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한 화살을 기업이나 정부에 돌리기보다 상대적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과거사 규명과 친일 청산이 필요하다는 글을 썼더니 그 글에 대해 “노동문제연구소장이라는 놈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향상시킬 생각은 않고 한가하게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러한 비난이 지금 사람들에게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무리 많아져도 기업과 정부로서는 더 이상 비난 받을 일이 없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아질수록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이 더욱 고립될 뿐이니, 정부로서는 정치적으로 손해를 볼 일이 전혀 없다는 계산을 했을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할 것이 분명한 법안 내용에 반대하는 노동자들과 사회 불평등구조가 더욱 심화되는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파견 노동자를 전 업종에 확대하려고 하는 정부 중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과연 우리 사회 전체의 장기적 발전에 유익할까요?
눈앞의 이익 때문에 나라의 백년대계를 거스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울산공장에 울려퍼진 울산-전주 원하청 노동자들의 함성!(11월4일)

현자비정규직노조
2004/11/05

   이제 며칠있으면 전태일열사 34주기가 돌아옵니다.

유재운
200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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