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집권을 위한 대장정 프로젝트, 레디앙!
- 선전선동의 관점에서 바라 본 대중매체의 힘 -
한국 진보/좌파진영의 한 무리 매체운동가들이 인터넷신문, 레디앙(www.redian.org)을 창간했다. 레디앙이 꿈꾸는 세상과 편집방향은 자신의 이름인 '빨간(red) 사람들(-ian)' 이라는 뜻에 함축되어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이 또 있다. 레디앙은 기존의 진보/좌파매체들처럼 특정한 운동진영을 독자층의 중심에 놓지 않고, 그것을 넘어 일반대중을 독자층의 중심에 세우려 한다. 일반대중을 향한 매체로 창간했다는 점, 바로 이것을 진보/좌파진영은 주목해야 한다.
레디앙의 중심에는 진보/좌파운동에 복무하며 이미 여러 신문을 성공시켰고 그 능력을 검증받은, 이광호라는 매체운동가가 있다. 그는 15년이 넘는 세월 오로지 매체운동에 복무하며, 전노협 ‘전국노동자신문’,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매체비평지 ‘미디어오늘’, 민주노동당 ‘진보정치’ 등의 창간 편집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한편 레디앙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단병호, 노회찬, 심상정, 노동진영 구권서, 양경규, 전재환, 언론계 홍세화, 신학림, 조성호, 학계 임영일, 조돈문, 박노자, 장상환, 구갑우, 조희연, 법조계 이덕우, 이민종, 문광명, 김정진, 그리고 소설가 조세희, 영화배우 오지혜, 영화평론가 정성일, 시사평론가 진중권, 민족미래연구소장 윤한봉 등 66명의 진보인사가 창간제안자로 참여했다.
레디앙은 창간과 함께, 진보/좌파진영에 큰 선물을 안겼다. 노무현정권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추진할 수 없는 한미FTA에 대해, 보수정치권과 보수언론들이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던 상황에서, 한미FTA문제를 일거에 사회-정치쟁점의 중심으로 밀어 올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것은 청와대 전비서관 정태인의 충격적인 한미FTA반대 인터뷰였다. 그 기사 직후, 모든 방송과 신문들은 일제히 레디앙 기사를 인용하며 한미FTA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여론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또한 애써 외면하던 보수정치권도 일시에 한미FTA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그 기사의 위력은 수차례 집회에 버금가는 것이었고, 한미FTA저지투쟁에 천군만마의 효과를 가져다주었음에 틀림없다. 더불어 신생 온라인신문 레디앙은 창간 즉시 온갖 언론에 거명되고 인구에 회자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것은 대중매체가 투쟁의 훌륭한 무기가 됨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치와 계급투쟁에서 차지하는 선전선동의 중요성
한 사회내에서 강력한 선전선동은 집단적인 정치의지를 발전시키고 이전까지 수동적이었던 거대한 대중들을 조직적-비조직적으로 여러 형태의 운동 속에 뛰어들게 한다. 따라서 선전선동은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제까지는 비정치적이었던 사회제세력을 재조직하여 헤게모니 장치를 재구성하게 한다. (세계선전선동사, 유일상-목철수 편저, 1989)
어떤 이들은 ‘세계 정치사는 선전선동의 역사’라고 분석할 만큼, 세계 정치사와 계급투쟁사에서 선전선동은 핵심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배계급과 지배자는 자신의 지배를 합리화하고 저항을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선전선동을 개발하고 그것을 실행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이에 맞선 저항자들도 그 나름의 선전선동을 개발해서 투쟁의 무기로 사용한다. 선전선동은 결코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선전선동은 정치와 계급투쟁의 주요 도구다.
선전선동을 정치와 투쟁에 활용한 예수, 카이사르, 히틀러, 레닌 등, 단 몇 사람만 꼽아보더라도, 선전선동이 어떤 힘을 갖는지 알 수 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사례는 구약의 예언서다. 예언자 요나가 니네베의 왕과 백성으로 하여금 장차 재난이 일어날 것으로 믿게 하여 그들을 개종시킨 이야기인데, 이는 선전선동이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 밖에 고대 그리스의 정치선전으로 튀르타이오스의 애국시, 아테네의 헤로도토스가 쓴 애국사, 로마시대 아우구스투스의 황제 알현의식, 카이사르의 개선행진, 네로의 검투사, 황제의 얼굴을 새긴 동전, 예수를 비롯한 그리스도교 전도사들의 복음전도와 웅변술, 십자군전쟁과 종교개혁 때의 각종 종교선전, 프랑스혁명 때의 혁명가요 ‘라 마르세예즈’(현 프랑스 국가), 그리고 스포츠, 섹스, 스크린으로 대중의 저항의식을 마비시킨 전두환의 3S정책 등 그 사례는 셀 수조차 없다. 특히 히틀러의 통치는 탁월한 선전가인 괴벨스 신화와 함께, 그 자체가 선전선동술이었다고 할 정도였다.
선전선동의 도구는 제사장의 주술로부터, 동전과 지폐, 건축물, 미술, 문학, 춤, 음악, 행진, 신화, 종교, 의상과 장식물, 공개처형의식, 연설, 스포츠, 종이, 상업광고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근대 인쇄술이 발달한 뒤에는 팜플렛이나 대형인쇄물이 주요 도구로 사용되었다.
자본주의에서는 이러한 선전선동이 전면화되고 일상화되어 있다. 자본가계급은 자신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일년 12달,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엄청난 돈을 쏟아 부으며 선전선동한다. 그것으로 대중의 비판의식과 저항의식을 마비시킨다. 나아가 대중을 이윤과 경쟁의 논리에 철저하게 물든 자본주의형 인간으로 길들인다. 심지어 저항세력의 의식까지 물들여, 그 투쟁과 지향을 자본주의체제의 틀 속에 가두어 놓는다. 그 결과 21세기 경제강국 한국에서는 지금, ‘경제를 위해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있다’ 는 여론이 70%를 훌쩍 넘기는 비극적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선전선동을 위해 자본가계급은 모든 도구를 사용하고 새롭게 개발한다. 그리고 그들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어마어마한 대중적 파급력을 지닌 신문, 잡지, 라디오, TV, 인터넷, 영화 등의 대중매체를 선전선동의 핵심도구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특히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선전의 역할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는 극소수 사람들의 의사와 결정으로 매사가 운영되던 시대는 지나가고, 대중이 사회-정치-경제면에서 강력한 힘을 행사하게 되었으므로, 그들의 심리적 납득과 지원을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전이 대중의 심리조종수단으로서의 중요한 역할도 이 점에 있으며, 그와 동시에 선전수단으로서의 매스 미디어의 발달과 이용이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 선전은 피선전자가 가진 정보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기술과 효과에 영향을 받는다. (네이버 지식검색, 선전)
시대에 뒤처진 한국의 진보/좌파운동
노동자계급운동에서 선전선동에 대해 실천적으로 주목한 사람은 레닌이다. 레닌은 전국적 정치신문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신문은 집단적 선전자요, 집단적 선동자일 뿐 아니라, 집단적 조직자 (무엇을 할 것인가, 1905) 라고 했다. 그리고 레닌은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했다. 이러한 레닌의 주장과 실천 이후, 전세계 민중운동은 선전선동을 체계화하고, 투쟁과 실천에 적용했다.
한국 진보/좌파운동의 선전선동도 집회와 행진대오, 연설, 각종 대-소자보와 유인물, 신문, 서적, 율동, 민중가요, 민중미술, 연극, 머리띠와 각종 장식, 인터넷매체 등으로 영역이 넓어졌다. 민주노동당과 노동운동, 대중조직, 그리고 여타의 정치조직이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선전선동사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한국 진보/좌파의 선전선동은 결정적 약점과 한계에 봉착해 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이 발간하는 신문은 당원과 조합원의 소식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 정치조직의 정치신문은 레닌 흉내 내기에서 한발자욱도 진전하지 못하고 있고, 잘나가야 독자수준이 천 명 정도에 그친다. 전국적 대중매체가 매일매일, 시간시간,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부으며 대중을 사로잡고 있는 첨단과학기술의 시대, 21세기에, 세상을 바꾸겠다는 한국의 정치조직들은 20세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신문은 한정된 독자, 한정된 운동권을 향해 자신의 조직이 건재함을 알리는 용도 수준의 의의가 있을 뿐이다.
대중적 파급력을 지닌 전국신문에 대한 활용은 고작해야 한겨레신문 등에 의견광고를 내는 것에 만족하고 있고, 진보/좌파진영이 직접 나서서 전국적이고 대중적인 정치신문을 창간하고자 하는 계획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일군의 활동가들의 시도가 있었다는 것에 만족할 뿐, 라디오와 방송은 감히 진보/좌파운동의 고민범주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인터넷도 예외가 아니다. 참세상, 민중의 소리, 프로메테우스 등의 인터넷매체가 창간하면서 한 발 나아간 측면이 있지만, 그 매체들의 편집방향도 기존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정한 정파, 일부의 운동진영, 특정한 사안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한계는 뚜렷하다. 그래서 영향력은 매우 미약하다.
이처럼 한국의 진보/좌파는 대중을 향한 선전선동에서 지극히 자족적이고, 자연발생적이며, 수공업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의 핵심수단인 전국적 대중매체를 선전선동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공격적이고 전면적인 프로젝트와 실천이 거의 전무하다. 한국의 진보/좌파진영은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극소수 사람들의 의사와 결정으로 매사가 운영되던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대중이 사회-정치-경제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들의 심리적 납득과 지원을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수행할 수 없는 시대다. 지금은 대중의 교육수준이 높고, 정치의식도 높은 시대다. 또한 세상을 바꾸는 일이 과거처럼 단순명쾌하게 의식주나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와 주장만으로 가능하지 않은 시대, 즉 다양한 영역과 측면에서 대중의 동의와 설득이 필요한 시대다.
이러한 대중의 시대에 자기 조직원과 운동진영에 한정된 선전선동에 머물고 있다는 것, 일반대중을 향한 대공업적 방식의 선전선동 매체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한국 진보/좌파의 또 하나 결정적 약점이다. 이것이 지금처럼 한국의 진보/좌파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추가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좌파의 새로운 도전, 레디앙
전국적 대중매체의 힘을 당대 한국의 정치사는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부르조아 개혁파인 김대중 집권에 한겨레신문이 결정적 역할을 했고, 또한 노무현 집권에 한겨레신문과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에 경악한 한나라당과 부르조아 수구파는 조중동에 다시 심혈을 기울이고, 독립신문 등의 인터넷매체에 역량을 투자하고 있다.
지금 당장, 한국의 진보/좌파에게는 일반대중의 관심과 언어와 의식상태에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선전선동할 붉은 매체가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은 당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지 수준을 넘어, 수십만-수백만 일반대중을 민주노동당 품으로 불러모을 전국적 대중매체가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레디앙이 창간되었다. 민주노동당 집권을 위해 꼭 필요한 무기, 세상을 뒤바꾸기 위한 변혁운동의 대장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전선동의 무기, 세상의 변혁을 꿈꾼다면 그 누군가는 해야 할 변혁운동의 프로젝트, 그 길에 레디앙이 깃발을 들었다.
그러나 세상을 뒤바꾸겠다는 한국의 진보/좌파는 무관심이다. 레디앙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해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조차 없다. 민주노동당 활동가들은 눈 앞의 지방선거에 빠져 있고,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연맹별, 지역별, 사업장별 현안에 매몰되어 변혁운동의 종합계획에 관심이 없다. 농민운동과 학생운동, 여타 부문운동도 그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편 대개의 정치조직들도 변혁운동의 중장기 프로젝트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문주의, 선거주의, 현안주의에 빠져 있는 것, 안타깝지만 이것이 한국 진보/좌파운동의 현주소다.
‘정치신문을 서류상의 일이라며 각 지역들에서의 생생한 정치활동에 대립시키는 것은 웃기는 일’ 이라 비판하고, ‘사회민주주의적 임무가 폄하되는 우리의 시대에 생생한 정치활동은 오로지 생생한 정치선동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이라 주장했던 레닌의 말이, 현시기 한국 진보/좌파운동을 향한 목소리처럼 들리는 것은 왜인가.
우리는 정녕, 이 레디앙을 어찌할 것인가.
2006. 4. 22. 백마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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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시대에 뒤처진 한국의 진보-좌파운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