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철도 은행 국가 기반시설로 규정…노동계 “노동권 침해”
에너지, 철도, 은행 등을 국가기반시설로 규정해 특별 관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의 ‘국가 재난 및 안전기본법’(일명 재난관리법) 개정안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개정안이 노동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전면폐기를 주장했다. 노조의 합법적 단체행동까지 ‘재난’의 하나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에너지, 정보통신, 교통, 금융, 산업, 보건의료, 원자력, 건설·환경, 식·용수 등 9개 분야를 국가기반체계로 규정하고 기능 마비에 대비해 행정자치부 장관이 일상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행정자치부 국가기반체계보호상황실에서 해당 업체·기관을 D/B로 구축해 일상적 관리하고 위기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국가기반시설 재난관리책임기관장이 응급상황에 대비해 인력 및 장비를 지정·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기반시설에 일정수준 이상 기능마비가 있을 때는 행자부 장관이 국무총리승인과 협의 전에도 단독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 했다.
행자부는 오는 4월 말 회기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5월말부터 홍수대책 등 자연재해 방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는 게 행자부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재난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노동쟁의와 관련되는 경우에는 동법을 이법에 우선 적용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영순 의원은 국가기반 9개 분야 재난대응 매뉴얼 중 육상화물운송 관련한 표준메뉴얼과 위기·대응 실무메뉴얼 제출을 행자부에 요청한 상태다.
특수고용직 파업권 침해우려
민주노총 지난 4월18일 국회 행자위에 법안 개정안이 상정되자 공공, 보건, IT, 건설, 화학섬유, 금속, 사무금융, 화물통준위 등 8개 연맹 사무처장단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파업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위헌적 조항을 즉각 폐기하고 순수한 재해·사고에만 대비할 수 있도록 재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여름철 전기난, 에너지난이 발생할 경우 이를 이유로 노동자 파업을 중지시킬 수 있다는 게 민주노총 주장이다. 화물연대파업이나 철도파업을 교통수송 기능마비로 보고 파업예고 초기부터 행자부가 개입하거나 재난대비 단계선포를 통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화물연대 파업때도 행자부 장관이 재난관리법을 근거로 각 부처에 적극대응을 지시하고 지방자치단체에도 지역별 대책을 수립하도록 지침 내린 바 있다.
또 민주노총은 “재난관리법이 정하는 국가기반체계는 공공사업장 뿐만 아니라 전 산업분야에 골고루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행자부가 제출한 국가기반체계에는 금융, 보건의료, 수출위주의 대기업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권 역시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행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경우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화물연대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는 폭넓게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안은 대체인력과 장비를 일상적으로 확보하도록 돼 있어 특수고용직들의 파업의 경우 대체인력 투입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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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파업이 국가재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