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검찰은 불법파견·악덕재벌에 면죄부를 주려 하는가!
불법파견 처리기준 정한다는 미명 아래 간접고용 합법화 기도 엿보여!
이대로 가면 제조업·서비스업 전체에 파견이 허용되는 것이나 마찬가지!
불법파견 철폐하라는 투쟁으로 지난 2년간 45명의 사내하청노조 간부 구속!
그러나 수만명 불법파견을 행해온 대재벌은 단돈 10원의 벌금도 물지 않았다!
1. 오늘(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방안 모색 세미나”를 개최한다. 검찰이 세미나 개최의 배경으로 든 것은 “실무상 파견법 등 비정규직 관련법의 통일된 처리기준 미비로 사건처리에 곤란하여 실무처리에 필요한 기준확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라 한다.
지난 2년간 45명 구속, 1천여명 해고, 류기혁 열사 자결 등 엄청난 희생을 통한 간접고용·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으로 불법파견 문제가 첨예한 사회적 쟁점이 되자, 재벌을 비호하며 불법파견 처벌조차 하지 않던 노무현 정부와 검찰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그간 노골적인 노동탄압을 방조 혹은 동조하고 재벌 비호에 앞장서온 검찰의 행태를 비추어 봤을 때, ‘불법파견 처리기준’을 정한다는 미명 아래 오히려 간접고용과 제조업 파견을 광범하게 합법화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 불법파견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첨예하게 대두된 것은, 2004년 12월 노동부가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공장 사내하청 126개 업체 9,234명 전원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사내하청노조들이 일제히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처절한 투쟁에 돌입하면서부터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 노동부가 파견법 위반혐의로 현대자동차 원하청 자본을 경찰에 고발한 이후, 울산지역 검·경은 이 사건을 무려 2년 가까이 끌어온 바 있다. 그러다 무려 2년이 지난 올해 1월 12일, 울산동부경찰서는 울산지방노동사무소가 고발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01개 업체의 불법파견과 관련하여, 25개 업체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25개 업체 12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25개 업체에 대해서는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이 그대로 인정된 것도 아니다. 25개 업체에 대해서는 파견법 5조 2항에 따라 근로자파견이 가능한데도 도급근로자를 썼기 때문에 파견법 위반으로 보았다.
이례적으로 무려 2년을 끌어오다 내려진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에 대한 경찰의 결론이 사실상 ‘무혐의’가 되면서,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은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검찰과의 협의가 수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만큼 검찰의 판단 또한 동일할 것으로 보인다.
3. 우리가 검찰의 의도를 순수하게 볼 수 없는 이유는 그뿐이 아니다. 노동부가 2002년 매표업무 민간위탁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했고, 이에 따라 부산지하철매표소 노동자들 역시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 행정심판위원회와 검찰이 이를 뒤집는 처분을 내리고 만 것이다.
또한 KTX 여승무원들의 경우, 일반인들이 보아도 원청인 철도공사가 직접 지시를 내리고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불법파견’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과는 일체의 상의나 협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불법파견이 아니다”라고 판정하는 사태도 있었다.
4. 비정규노조들이 속속 결성되어 불법파견 진정을 넣게 된 배경은, 2004년 2월 현대중공업 고 박일수 열사 분신자결 이후 노동부가 전체 산업에 만연된 불법파견 일제점검에 나서면서, 비정규노동자들과 노동조합 측에 “불법파견 혐의가 발견되면 진정 혹은 고발을 해달라”고 독려하면서부터이다. 노동부는 당시 “불법파견 판정되면 정규직화까지는 몰라도 도급계약 해지만큼은 결단코 막아내겠다”며 공개 토론회에 나와서 호언장담을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노동부의 애초 선언과는 달리 불법파견 판정 이후 불법을 저지른 대재벌들은 형사처벌은커녕 단돈 10원의 벌금도 물지 않았고, 오히려 “불법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싸우던 노동자들은 수천명이 해고되고 수십명이 구속되었다.(첨부자료 1 참조) 급기야 지난해 1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불법파견과 노조탄압을 중단하라며 한 명의 노동자가 분신을 기도했고, 9월에는 끝내 한 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5. 더욱 우스운 상황은, 불법파견에 맞서 투쟁해온 간접고용·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형사처벌해온 검사들과, 파견법 위반으로 송치된 대재벌들을 수사하는 검사가 모두 공안부 소속의 동일인물들이라는 사실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이라며 몰아세우고 단호히 형사처벌의 칼을 빼들던 검사들, 바로 그들의 얼굴을 파견법 위반 사건에서 또다시 발견하면서 비정규노조들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어찌 우리가 검찰의 의도를 순수하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6. 검찰은 이번 세미나와 관련하여 한겨레신문에 “세계적 추세를 고려해 합법적인 간접 고용은 보장하면서도 단순히 임금 착취를 목적으로 한 위장 도급 등은 엄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파견은 ‘임금 착취를 목적으로 한 위장 도급’일 뿐 아니라 ‘언제든지 해고가 자유로운 중간착취’에 해당한다. 당장 오는 30일이면 현대자동차 울산 3공장에서 1백여명의 비정규노동자가 짤려나가게 될 판이다.
만일 이러한 간접고용이 합법화된다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사내하청(하도급)이 전면 합법화되고, 심지어 정규직을 모조리 없애고 사내하도급으로만 생산공정을 채우는 것까지도 합법화되는 것이며, 이는 현행 파견법이 파견허용대상에서 제조업을 원천금지항목으로 삼고 있는 조항이 완전히 무력화되는 것에 다름아니다. 즉, 파견허용업종 전면화라는 법 개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불법파견 처벌에 대한 기준 완화만으로도 파견대상 전업종으로 확대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지난 6월15일 ILO 총회에서 통과된 ‘고용관계 권고안’ 제3조 (c), (d)에서 “다수의 당사자가 관련된 계약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계약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의 수립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간접고용에서 원청사용자책임을 명문화하라는 요구로서, 세계적 추세를 따르더라도 간접고용/사내하청노조들의 요구는 정당한 것이라 할 것이다.
7. 긴 말이 필요없다. 대재벌들의 불법파견이 현대판 인신매매나 다름없는 파렴치한 범죄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거창한 토론회를 열지 않더라도 “검사들이 단 1주일만 우리 비정규노동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일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첨부자료 2 참조)
어째서 원청사용자인 대재벌들이 비정규노동자들의 직접사용자인지, 그렇기 때문에 왜 비정규노동자들이 저토록 죽음을 불사하며 원청사용자성 인정을 내걸고 싸우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고용형태가 어째서 이땅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하는지, 직접 경험하면 아주 쉽게 느낄 수 있다.
당장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는데도 오는 6월30일이면 1백여명이 계약해지되어 하루아침에 공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있는 현대자동차 울산 3공장에서 딱 1주일만 일해보라! 그 과정에서 눈물을 머금고 쫓겨나는 비정규노동자들의 고통을 직접 지켜보라!
현대판 인신매매, 불법파견 판정받은 사용자들을 전원 구속 수사하라!
불법파견 철폐를 외치며 싸우다 구속된 노동자들을 즉각 석방하라!
간접고용/불법파견 사업장에서 발생한 비정규 해고노동자들을 원상회복하라!
불법파견 노동자 전원 정규직화하고, 간접고용 사업장에 원청사용자성을 인정하라!
2006년 6월 26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첨부자료 1] 지난 2년간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과 처리과정 요약
◈ 2004년 하반기부터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일지
2004년 9월 한국마사회 산하 경마진흥(주) 불법파견 판정!
2004년 12월 현대자동차 울산·아산·전주공장 126개 사내하청업체 9,234명 전원 불법파견 판정!
2005년 4월12일 GM대우차 창원공장 6개 사내하청업체 1천여명 전원 불법파견 판정!
2005년 7월21일 하이닉스매그나칩 4개 사내하청업체 전원 불법파견 판정!
2005년 8월5일 구로디지털단지 기륭전자(주)와 인력공급업체 휴먼닷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
2006년 3월29일 KM&I 군산공장 4개 하청업체 불법파견 판정 및 형사입건!
◈ 불법파견 판정에 똥배짱을 부리는 대재벌들은 어떻게 되었나?
2004년 11월과 2005년 2월, 두차례에 걸쳐 노동부는 현대자동차(주)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
2005년 말, 노동부가 GM대우자동차(주)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
2005년 말, 노동부가 하이닉스매그나칩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
2006년 초, 노동부가 KM&I 군산공장을 불법파견 혐의 형사입건!
그러나 노동부가 고발하거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경은 파견법 위반이 아니라는 식으로 면죄부를 주거나(현대자동차), 수사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고 있어서, 장기미제사건으로 등록되어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대재벌들은 형사입건은커녕 단돈 10원의 벌금도 물지 않았다. 엄연히 파견법 제44조에 사용사업주(원청사업주)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항(1년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이 있고, 또한 불법파견에 따른 직접고용 거부는 부당해고에 해당해 근로기준법상 5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형사처벌규정이 있는데도 말이다!
◈ 노동부가 손을 놓고 뒷짐지고 있는 동안, 그리고 검·경이 시간을 질질 끄는 동안, 불법파견으로 판정난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나?
2004년 12월31일자로 경마진흥(주)가 도급계약 해지되어 소속 노동자들 전원 해고됨!
2004년 12월31일자로 하이닉스매그나칩 4개 사내하청업체 폐업, 소속 노동자들 전원이 해고됨!
2005년 2월에 불법파견 철폐를 요구하던 현대자동차 울산 사내하청 노동자들 100여명 집단해고!
2005년 8월 GM대우차창원공장 (주)대정 폐업으로 86명의 소속 노동자들 전원 해고!
2005년 9월 기륭전자 불법파견 판정 이후 80여명 계약해지되어 집단해고됨!
2006년 2월 KM&I 직장폐쇄로 170여 사내하청 노동자들 길거리로 내쫓겨!
◈ 재벌의 ‘불법파견’이라는 파렴치한 불법행위를 중단하라고 싸우던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나?
○ 현대자동차(울산)비정규노조는 1만명에 달하는 불법파견을 철폐하라고 싸우는 과정에서, 당시 안기호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진 등 총 8명이 구속되었고, 여전히 2명이 수배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당시 임원진 중 안기호 위원장은 회사가 납치하여 경찰에 인계하여 구속시킨 상태에서 구속영장이 1개 더 발부되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되었고, 김상록 부위원장은 1년6개월 만기출소 후 2개월만에 불법파견 철폐투쟁을 이유로 또다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고, 서쌍용 사무국장은 불법파견 판정 이후 2004년 11월과 2005년 8월 두차례 구속되어, 임원진 전원이 불법파견 철폐투쟁을 이유로 2번씩 영장을 발부받기도 했다. 200억원대의 손해배상소송과 조합비 가압류, 집회금지가처분/출입금지가처분/퇴거단행가처분/쟁의금지가처분/업무방해금지가처분 등의 탄압도 집중되었다.
○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역시 불법파견 철폐투쟁을 이유로 검찰은 수십명의 노동자를 기소했고, 이중 신재교 지회장은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23명의 노동자들이 징역 1년~1년6개월/집행유예 2~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기소된 노동자들에게 검찰은 총 74년의 구형을 하였고 무려 1억3천여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는 한국통신계약직노조의 초장기투쟁기록인 517일 투쟁을 갱신하여 현재 530일째 불법파견 철폐투쟁을 벌이고 있다.
○ 이밖에도 불법파견 철폐를 위한 투쟁과정에서 현대자동차아산사내하청지회 홍영교 지회장을 비롯하여 총 5명의 노동자가 검찰에 의해 구속되었고, GM대우차창원비정규지회 권순만 지회장을 비롯하여 총 3명의 노동자, 기륭전자분회 김소연 분회장이 구속되었다.
◈ 사실상 ‘불법파견’이나 정부와 사용자들에 의해 부정되고 있는 사례들
○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소속 여승무원들은 명백히 철도공사 원청의 지시를 받아 열차승무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나, 노동부가 부당하게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렸고 현재 철도공사에 의해 300여 노동자들이 집단정리해고되어 100일 넘게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또한 여느 자동차업종 사내하청과 동일한 존재형태를 갖고 있으나, 일부 업무가 분리되어 있다는 이유로 노동부는 수천명의 사내하청 중 불과 40여명만 불법파견이라 판정하였고, 비정규노조는 원청의 직접사용자성을 주장하며 직접교섭 쟁취를 내걸고 투쟁을 전개했고, 이 과정에서 4명의 간부가 구속되었다.
○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또한 불법파견 진정만 넣지 않았을 뿐 제조업 사내하청으로서 불법파견이 명백한 사업장이며, 원청에 의해 부당하게 하청업체가 폐업되어 100여명 이상 집단해고되었고, 원청을 상대로 부당해고 철회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무려 23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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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검찰은 불법파견·악덕재벌에 면죄부를 주려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