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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0 21:20: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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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해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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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지들의 주먹을 불필요한 곳에서 낭비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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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들의 주먹을 불필요한 곳에서 낭비하지 말자!
――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를 맞아 선진노동자들에게 보내는 호소 ――
노동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사회주의노동자들
지난 2월1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수호 집행부가 제출한 ‘사회적 교섭(안)’ 표결이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및 해고자들, 대의원들의 단상 점거와 물리적 충돌로 무산되었다. 우선 우리는 노동조합운동의 결집체인 민주노총이 이른바 ‘사회적합의주의’로 불리는,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노사정 상설협의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교섭(안)’에 대해서 단호히 반대한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서유럽에서 흔히 corporatism(코포라티즘)으로 불리는 사회적합의주의는 그 세부적인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운동의 지도부가 임금인상과 파업투쟁을 억제하고 현장 조합원들의 불만을 설득하면서 임시직과 시간제노동의 확대를 묵인하는 대신에 자본가계급이 노동운동의 지도부인 사민주의 노동자정당과 총연맹 또는 산별노조의 간부들에게 정부 참여와 같은 다양한 특혜를 제공하는 제도로 기능했을 뿐이다. 이러한 사회적합의주의의 본질은 민주노총이 참여했던 1996년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 1998년의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동법개악과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가 추진된 것처럼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역사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교섭을 통해 민주노총은 총연맹과 상급단체의 복수노조 인정, 합법성 획득,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 국고보조금 지원 같은 혜택을 얻어냈지만, 노동자대중은 정리해고의 칼바람과 비정규직화로 인한 고통에 숨죽여야 했다. 새로운 노사정위원회의 설치를 목표로 하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안)’은 대다수 노동자대중에게는 착취와 억압을 강화하고 소수의 지도부에게는 그에 대한 대가로 다양한 특혜가 늘어나는 것일 뿐인 사회적합의주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은 이에 반대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작년 여름에 발간한 소책자――『노사정위원회 반대인가,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인가? : 사회적 합의주의 본질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태도』――를 통해서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사회적합의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은 모든 종류의 노사협력체제에 반대하는 투쟁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사회적합의주의를 단순히 노사정위원회 참여로만 좁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자들이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사례들을 연구하면서 ‘mesocoporatism'(메조 코포라티즘 : 중간수준의 노사협력체제로 업종별, 지역별 노사협의회 등을 뜻한다), 'microcoporatism'(미시적 코포라티즘 : 일본의 기업별노조의 노사협력체제를 가리킬 때 흔히 사용한다.) 같은 용어들을 사용한 것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업종별, 지역별, 기업별, 사업장별 노사협력체제 역시도 노사정위원회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사회적합의주의의 형태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합의주의는 “개별 현장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나타나는 노사협조주의”――‘미래연대’가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및 노사협력체제라고 이해되어야 한다.
국제 노동운동의 역사와 지난 수년 동안 남한 노동운동의 경험들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사회적합의주의와 다를 바 없는 기회주의적 배신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1997년 기아자동차가 부도 상황에 빠졌을 때 민주노총(위원장 권영길)과 자동차연맹(위원장 조준호), 기아자동차노동조합이 임금삭감과 상여금반납 등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 ‘기아자동차살리기운동’, 1998년 2월 노사정합의안이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었을 때 구성된 단병호 비대위가 ‘국민경제’를 이유로 총파업을 철회한 사건, 1998년 현대자동차노조 김광식 집행부가 임금삭감과 정리해고에 직권조인한 것, 1999년 기아자동차노조 고종환 집행부의 무쟁의노사화합선언과 파업철회, 2001년 현대자동차노조 이상욱 집행부의 연대총파업 철회, 2002년 민주노총 집행부의 발전노조 연대총파업 철회와 밀실합의 등의 사건들은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노사정 3자협의기구 없이도 얼마든지 기회주의적 배신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건들 속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지도부들은 자신들의 합법성을 구걸하기 위해서 노동자계급의 대의를 배반했다.
특히 작년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참여에 대한 찬반 논란 속에서도 거의 모든 산별연맹에서 추진된 ‘중층적 교섭구조’――업종별 노사협의회, 사회공헌기금 등――의 확대는 명백히 노사정위원회와 똑같은 목적을 갖는 사회적합의주의 강화를 위한 시도였다. 이러한 제도들도 역시 노사정위원회처럼 소수 지도부의 교섭만을 위한 기구로서 교섭을 계급투쟁으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현재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안)’에 반대하고 있는 금속연맹과 공공연맹의 중앙파, 현장파 지도자들 전체는 김금수가 ‘중간수준의 노사협력체제’라고 불렀던 자동차산업노사협의회, 사회공헌기금을 만드는데 적극 앞장섰었다. 작년에 금속연맹은 자동차분과(분과장 이상욱 현자노조위원장)를 통해 완성차4사 노조와 함께 자동차산업노사협의회 구성, 사회공헌기금 설치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요구하여 합의한 바 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 민투위, 기아자동차 현장의힘 같은 전노투 가입 현장조직들은 자기 조직 출신 노조 집행부와 연맹 간부들의 이러한 활동을 조직적으로 묵인하였다. 또한 현대자동차노조는 ‘짧고 굵은 투쟁’이라는 미명 아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 가입을 거부하고 현자비정규직노조의 파업투쟁을 외면하였다.
이처럼 노사정위원회 참여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또는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안)’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사회적합의주의에 대한 투쟁에 충분하지 않으며 사회적합의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이 요구하는 계급적 목적에 부응하지 못한다. 사회적합의주의에 대한 반대는 노사정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노사협력체제에 반대하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사회적합의주의에 반대한다면, 노사정위원회만이 아니라 자동차산업노사협의회나 사회공헌기금에도 반대하는 선전과 선동을 전개해야 한다. 또한 2004년 산별협약에서 지부 단협을 후퇴시키고 지부의 쟁의권을 박탈했으며 서울대지부의 파업을 비난했던 보건의료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면했던 현자노조와 같은 산별노조, 대기업노조의 노사협조주의, 관료주의, 실리주의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투쟁해야 한다.
싸움은 현장에서 해야 한다.
이처럼 ‘사회적 교섭(안)’과 노사정위원회 참여 문제는 사회적합의주의를 구성하는 하나의 연결고리일 뿐 그 전부가 아니다. 따라서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안)’의 폐기, 노사정위원회 참여 반대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대단히 불충분하며, 본질적으로는 사회적합의주의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심지어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안)’을 폐기하고 총파업을 결의한다고 해서 사회적합의주의에 반대하는 것도 “총파업다운 총파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결코 그러한 환상을 꿈꾸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 지도부, 국민파와 현장파를 포함한 전체 노조관료들이 자신들의 관료적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1일 파업, 대정부 경고파업을 결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총파업은 민주노총이 출범한 이후로 지난 수년 동안 총연맹과 산별연맹 등에서 여러 차례 펼쳐왔던 것으로서 지도부의 관료적 통제에 기초하여 자본 및 정부에 대해 압력을 넣어 교섭을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물론 선진노동자들은 그러한 파업들조차 계급투쟁을 확대하고 대중의 자주적인 행동을 고무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합의주의에 반대하는 것이 자본가계급의 대리인――조성웅 현중사내하청지회장의 정확한 표현처럼――에 불과한 이수호와 민주노총 지도부, 노조관료들에게 자신의 노선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노조관료들이 노사협력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들이 자본가계급의 대리인으로서 노동운동 내의 기회주의세력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 그들 개인들의 오류나 잘못된 생각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 출범 이후 지난 10년간의 투쟁 경험들은 국민파와 현장파를 포함한 노조관료들 모두가 자본가계급이 제공해주는 특혜를 위해 노사협력체제의 강화를 지향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사회적합의주의를 분쇄하기 위한 운동은 결코 국민파, 중앙파, 현장파 등 온갖 종류의 노조관료들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달성할 수 없다. 현장에서 조직된 노동자들의 계급투쟁만이 ‘사회적 교섭(안)’의 채택여부를 따지지 않더라도 사회적합의주의를 무력화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자본주의체제를 뒤흔들 정도의 강력한 대중파업, 대중의 자주적인 행동은 설령 대의원들의 일부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대의원들의 결의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 그러한 투쟁은 오직 현장에서 구체적인 선전과 선동을 통해서만 조직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싸움의 주무대는 대의원대회의 단상이 아니라 조합원들과 미조직 노동자들이 있는 현장이어야 한다. 노조관료들의 사회적합의주의를 폭로하고 그것을 공격하기 위한 투쟁의 주무대가 대의원대회 단상이 아니라 노동자 대중이 있는 현장이어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대의원대회에서 활동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의원대회에서 선진노동자들의 활동은 현장에서 노동자 대중의 계급투쟁을 조직하는 것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지난 2월1일 대의원대회 단상점거에 대한 평가와 3월15일로 예정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선진노동자들의 활동방식도 엄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의 대부분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난 수년 동안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및 노동조건의 격차는 꾸준히 확대되어왔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노동조합의 의지와 정책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독점대기업으로 자본과 생산이 집중되고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일자리로 대체해왔던 자본주의 경제 과정의 산물이다. 이러한 과정 덕분에 자본가계급은 전체 임노동자들 중에서 10%도 되지 않는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단절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리고 이것은 대기업 노동조합 내에서도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회피하거나 거부한 채 회사와의 협조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실리를 취하려는 기회주의를 강화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이러한 실리주의적, 기회주의적 경향은 1998년에서 2002년까지 대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집중된 시기에 노조관료들의 잇따른 배반 때문에 당했던 패배주의적 분위기 때문에 더욱 강화될 수 있었다. 이러한 조건들 때문에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대중과 선진노동자들은 함께 연대해야 할 1400만 이상의 대다수 미조직된 노동자들과 단절된 채 정치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과 대기업 노조관료들의 배신과 비리, 편협한 조합주의 때문에 1400만 이상의 대다수 미조직된 노동자들은 노조관료들과 노동자대중 및 선진노동자들을 구별하지 못한 채 노동조합운동과 정규직 노동자들 전체에 대해 큰 불만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전체는 국민파를 중심으로 한 노조관료들의 사회적합의주의와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 추진에 유리한 배경을 형성하고 있다. 2월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안)’의 표결에 반대해서 비정규직과 해고자 동지들이 단상 점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역으로 ‘사회적 교섭(안)’이 대의원들 내에서 압도적 다수의 찬성을 획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단사 집행부에 의해서 임명되어 파견되었든, 현장 조합원들에 의해 직접 선출되었든 대의원들 내에서 ‘사회적 교섭(안)’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러한 현장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결코 쉽게 빠른 시일 내에 타개될 수 없다. 그것은 일회적인 총파업투쟁으로도 몇몇 사업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투쟁만으로도 결코 타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단상 점거 등을 통해서 민주노총의 의사결정과정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것은 사회적합의주의에 대한 적절한 효과적인 투쟁 방법이 될 수 없다.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안)’이 저지된다고 하여 그것이 본질적으로 사회적합의주의에 대한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포함한 노동자 대중 스스로가 강력하고 광범위한 파업투쟁을 위해 ‘사회적 교섭(안)’의 폐기를 절실하게 요구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한 행동은 2월1일의 대의원대회 이후 노동자 대중이 보여준 반응에서 보인 것처럼 노동자 대중을 계급투쟁으로 이끈 것이 아니라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의 이전투구로만 보였을 뿐이다. 2월1일 대의원대회에서 단상점거 등 물리적인 행동은 노동자 대중 속에서는 물론이고 조합원들 속에서조차 사회적합의주의를 폭로하는 기회가 될 수 없었으며 광범위한 대중적 파업투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도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것은 “민주노총을 해체하라”며 신나게 외쳤던 조중동뿐만 아니라 한겨레 같은 부르주아 언론매체들에 의해서 원래 쟁점이었던 사회적합의주의나 ‘사회적 교섭’에 관한 문제는 사라진 채 기아자동차노조의 취업 비리 문제와 겹쳐지면서 민주노총의 권력을 둘러싼 이전투구로 왜곡되었으며 노동자 대중에게는 그렇게 비추어졌다.
물론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안)’ 표결은 자본가계급의 앞잡이에 불과한 이수호 집행부와 노조관료들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합법적 폭력에 불과하다. 우리는 폭력 앞에 비폭력으로 맞서야 한다거나 다수결에 의한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따위의 주장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자본에 대한 저항이라고 하더라도 대중의 자주적인 행동과 결합하지 않은 고립된 소수의 폭력은 결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며 오히려 자본가계급의 반동적 공세의 기회를 보태줄 뿐이다. 특히 민주노총이 현재 남한에서 노동자계급의 유일한 전국적 대중조직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단위 사업장에서 파견된 대표자들로 구성된 대의원대회가 민주노총의 최고의결기구라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고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비록 노조관료들에 의해 장악된 기만적인 합법적 폭력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형식적인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구성되었기 때문에 현장 조합원들이나 노동자 대중의 대중적인 지지 없이 고립된 소수의 행동으로 그것을 무산시키는 것은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고립과 정부 및 노조관료들로부터의 탄압을 자초할 수 있다. 그것은 의도와는 다르게 현장의 대중을 노조관료들에게 갖다 바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현재 대중은 선진노동자들의 편이 아니다. 수많은 미조직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민주노총 조합원들조차 선진노동자들을 노조관료들과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1500만 임노동자들 중에서 1499만 이상의 노동자들이 선진노동자들의 주장과 목적, 대의가 무엇인지, 그것이 노조관료들과 어떻게 다른지 어렴풋하게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물리적인 힘으로 무산시키는 것은 절대로 현명한 투쟁방법이 아니다. 특히 2월1일 대의원대회에서 신나와 같은 물리적 기구들을 동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으며 앞으로 있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2월1일 대의원대회에서 단상점거와 그러한 행동을 취한 동지들의 진정성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러한 행동이 결코 노동자계급운동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대의원대회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려는 행동을 취하지 말도록 호소한다.
대의원대회에서 선진적인 계급의식으로 사회적합의주의에 반대하는 대의원 동지들과 선진노동자들은 선전과 선동, 고발과 규탄을 통해서 ‘사회적 교섭(안)’과 사회적합의주의를 폭로하고 이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대의원 동지들은 체계적으로 준비한 반대 발언과 토론을 통해 이러한 과제를 수행해야 하며, 표결에 참여하여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 선진노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표결을 통해 ‘사회적 교섭(안)’이 통과된다면, 그것이 기회주의적 결정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민주노총 집행부와 노조관료들에게 있음을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
총파업으로 사회적합의주의를 분쇄할 수는 없다.
‘사회적 교섭’에 반대하는 노동자들 상당수는 총파업을 조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이른바 중앙파를 대변하는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준)’은 ‘사회적교섭(안)’에 대해 조건과 상황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도 총파업을 말하고 있다. 최근 공공연맹 양경규 위원장은 “파업 안하면 민주노조 깃발 내려라”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들은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교섭을 원칙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총력으로 총파업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 전열을 정비하자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섭을 통해 투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이다. 이것은 단병호 의원이 밝혀온 ‘신중론’의 연장이며, 손석춘 한겨레 비상임 논설위원이 최근 밝히고 있는 주장과도 거의 동일하다. 손석춘은 ??노동과 세계?? 기고에서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총파업능력”이 필요하며 현재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총파업다운 총파업”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 마디로 사회적 교섭을 위한 수단으로서 “총파업다운 총파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총파업은 자본가계급에 대한 혁명적 공격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교섭을 위한 대화의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도부의 관료적 통제에 의해 질식당할 수밖에 없다.
노조관료들은 이른바 “총파업다운 총파업”을 외치지만 언제나 그것을 중도에서 무산시킨 것은 그들 자신이었다. 단병호는 1998년 2월의 비대위 총파업 철회를 ‘오류’였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선진노동자들은 당연히 단병호의 이러한 주장에 기만당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당시의 총파업철회는 우연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단병호는 1998년 6월의 총파업철회와 노사정위원회 복귀 과정에도 양경규(공공연맹위원장)와 함께 민주노총 이갑용 위원장에게 적극적으로 압력을 넣었었다. 또한 그것은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 집단과 세력의 결정이었다. 비대위의 총파업철회는 김금수, 천영세, 김진균, 권영길 등 지도위원들과의 깊숙한 논의를 통해서 결정된 것이었다. 총파업철회는 단병호의 우연적 오류도 개인적 오류도 아닌 것이다. 1998년 2월 비대위의 총파업철회와 같은 사건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를 결정한 1999년 2월에도 2001년 6월에도 2002년 3월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거의 매번 반복해서 일어났다. 비대위의 총파업철회에서 잘 드러나듯이 민주노총과 대기업노조의 지도부들은 국민경제와 회사의 경영여건을 위해서 매번 총파업을 철회했었다. 민주노총과 대기업노조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노조관료들은 매번 자신들을 위한 사소한 양보를 대가로 파업투쟁을 교묘히 파괴해왔다. 한 마디로 지도부들에게는 자신들의 사소한 특권을 위해 자본주의 경제를 살리는 것이 노동자들과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했던 것이다. 1997년 노개정총파업투쟁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민주노총 지도부와 노조관료들은 자신들을 위한 아주 사소한 양보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파업투쟁을 중단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도부는 손쉽게 파업투쟁을 철회할 수 있고, 그것이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즉 자본가계급에 대한 큰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노동자대중의 파업투쟁 역량과 범위를 통제하고 그것이 확대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단순히 총파업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는 매우 부족하다. ‘전진’이나 단병호, 손석춘 등과는 다른 관점에서 “단호한 현장투쟁과 연대투쟁으로 총파업 전선을 열어나가자”고 하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물론 노동해방에 이르는 길에 노동자들이 전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계급투쟁이 필요하며 선진노동자들은 계급투쟁으로서 파업투쟁을 조직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등을 적극 지원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투쟁들조차 그 중요성에 불구하고 매우 고립된 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며 수백만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대중적 참여로 발전하기에는 매우 협소하다. 특히 무엇보다 이러한 투쟁들에 대해 지지하고 대중적 연대를 조직할 진정으로 노동자계급적인 정치세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에 의해 조직되는 총파업으로는 결코 노동해방에 도달할 수 없으며 파업투쟁만으로는 결코 계급투쟁의 목적을 완전히 구현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의 어떠한 획기적인 개선도 자본가계급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크게 침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자본가계급은 그러한 파업이 벌어지도록 공권력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또한 총파업을 조직하겠다는 노조관료들 역시도 그것이 자본가계급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억누르려고 한다. 노동자계급 역시도 단순히 ‘파견법 개악 저지와 비정규직 보호입법 쟁취를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만으로는 결코 단호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노동자계급은 미조직 노동자대중까지도 참여하는 광범위하고 대중적인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현장 노동자들 자신의 사활적인 요구에 기초한 자주적인 행동 없이는 자본가계급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없다. 그러므로 단순히 “총파업다운 총파업”이 아니라 “2월 투쟁”이나 “4월 투쟁”이 아니라 자본주의체제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혁명적 대중파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은 선언이나 결의나 인터넷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없다. 이것은 현장의 대중 자신이 연대하고 투쟁해나가는 수많은 과정들을 요구하며, 경제적 요구를 위한 투쟁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사상투쟁과 정치투쟁을 끈기 있게 조직하기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오직 자본주의의 혁명적 철폐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목표로 하는 노동자계급의 전위정당, 혁명정당을 요구하며 그러한 정당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 선진노동자들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2005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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