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전략인가? 연대투쟁인가?
정규직노동자의 고임금 때문에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자본가들의 주장이 자신들의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를 노동자내부의 문제로 은폐하려는 수작임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굳이 각종 통계수치를 열거하지 않아도 매해 기업들이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반해 노동자들은 갈수록 빈곤해 진다는 사실은 지배계급의 통계에서조차 명확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자본가들의 이러한 주장에 호응이라도 하듯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사회연대전략이라는 거창한 이름 하에 저소득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이라는 노동자 양보론을 주장하고 있어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과연 노동자에게 양보할 그 무엇이 있단 말인가? 노동자들은 지금도 너무나 충분히 양보하고 있다. 고용유연화로 항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실업의 고통은 고스란히 노동자 개인의 몫이다. 매달 임금에서 꼬박꼬박 각종 세금에다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이 빠져나가 빈털터리가 되었건만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보잘 것 없다. 정규직노동자들은 좀 살만하니 양보해도 되지 않느냐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 속에 연일 계속되는 잔업과 특근으로 자신의 몸을 갉아먹은 대가로 받은 정규직노동자들의 임금이 과연 양보의 대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배계급은 국민연금 기금이 멀지 않아 고갈되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후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기에 이를 위해 노동자민중이 부담하는 보험료를 높이고 미래급여를 인하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개악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사실이 은폐되고 있다. 바로 자본주의 노동생산성의 비약적 발전의 결과물을 자본가들만이 향유한다는 사실이다. 노동생산성 발전에 의해 지금보다 훨씬 적은 부담으로도 노동자민중이 생활에 필요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지배계급은 노동자민중을 착취해 축적한 자신들의 몫은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은 채 그 모든 부담을 노동자민중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국민연금 문제는 결코 현세대와 후세대간의 형평성 문제도, 국민연금가입자와 미가입된 저소득층간의 부담 문제도 아니다. 이러한 사실에 눈 감은 채 국민연금사각지대에 처해있는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지원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양보해서 그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 지배계급의 국민연금개악안과 과연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노동자가 공세적으로 먼저 양보안을 내서 자본가들의 연금부담분 증액을 강제하자는 주장은 할말을 잃게 만든다. 양보교섭의 대가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뼈아픈 경험으로 알고 있다.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아니라 양보로 자본가들에게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98년 노사정 합의를 통해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를 양보한 결과 수많은 노동자가 길거리로 내몰렸던 사실을 기억하자. 이 때, 지배계급과 맞바꾼 것이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이라는 현찰이었다면 노동자민중이 받은 것은 부도난 어음이었음을 지난 투쟁의 경험 속에 느끼지 않았는가? 사회연대전략이란 연대가 아닌 노동자민중의 일방적 양보일 뿐이다.
사회연대전략을 대대적으로 설파하고 다니는 민주노동당 정책전문위원인 오건호라는 자는 이 주장의 근거로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의 차이를 제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장임금은 기업에서 생산된 부가가치를 자본의 이윤과 나눈 몫이다. 그래서 시장임금에서 노동자가 양보하는 것은 자본의 몫을 늘리는 것이기에 진보적 입장에서 적절치 않은 방식이다. 반면에 사회임금의 재원은 자본이든 노동이든 부가가치에서 ‘분배’받은 자신의 몫에서 다시 일부를 공공재원으로 ‘재분배’하여 조성된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경우 ‘참여’로 인해 시장임금이 줄어들지 모르지만 더 많은 금액이 사회임금으로 보전되므로 전체 가계임금은 커지는 효과를 누린다. ”
사회임금이라는 것이 사실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임금의 일부임을 무시한 채 자본가들의 몫에서 떼어주는 것인냥 말하는 오건호의 주장은 현장에서의 임금인상투쟁의 의미를 축소하고 결국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자본가들의 주장과 맞닿을 수밖에 없는 반노동자적 입장이다. 민주노총 역시 임금인상요구안속에 이러한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는 조직노동자의 임금양보론으로 귀결되는 실천적 오류를 담고 있는 것이다.
투쟁을 회피하고 지배계급과의 협상을 중심에 둔 사회적 합의주의는 이제 사회연대전략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타났다. 비정규직 개악안 도입을 수수방관했던 자들이 비정규직과 저소득층과의 사회연대를 말하며 노동자의 양보를 요구한다. 아직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에서 정규직화를 외치며, 장기투쟁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며 임금인상을 주장하며 싸우고 있다. 여기에 연대로 답하기는 커녕 그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노동자의 일방적인 양보를 주장하는 사회연대전략은 노동자계급의 전략이 아니라 자본가계급의 전략일 뿐이다.
사회연대전략이냐 연대투쟁이냐 동지들의 선택은 무엇인가? 투쟁으로 세상을 변혁하고 민중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진리를 내팽개치지 않은 동지들이라면 마땅히 투쟁하는 동지의 손을 연대의 이름으로 굳게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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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전략인가? 연대투쟁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