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비정규직법을 명분으로 비정규노동자 집단해고하는 법원을 규탄한다.
지난 12월1일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법이 채 해도 바뀌기 전에 희생자들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먼저 칼자루를 뽑아들고 비정규노동자 생존권 박탈에 나선 곳은 다름아닌 법과 권리를 자신들의 존립근거로 하는 사법부이다.
법원행정처의 12월 22일자 업무연락은 법원의 비정규노동자들을 12월31일자로 계약종료하고 용역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전국 각급 법원에 통보하였다. “경비(검색)업무 종사 기간제 근로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 운전업무 종사 기간제 근로자는 용역근로자로의 전환 추진, 파견근로자는 파견기간 종료시 재계약 억제 또는 용역근로자로의 전환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일방적인 해고통보로 인해 법원에서 일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은 연말을 불과 며칠 남겨놓은 상태에서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법원은 그간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판결로 악명을 떨쳐왔다. 2006년에도 건설노조에 대한 검찰의 기획수사와 공안탄압에 발맞추어 19세기에나 있었던 공갈죄를 적용한 것을 비롯하여 학습지, 레미콘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자성 부정 판결로 비난을 자초해 왔다. 자본의 이익과 공안탄압의 논리를 충실히 대변해 온 법원이 이제는 직접 악덕사용주가 되어 비정규노동자들의 생존권 탄압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이 사태는 비정규직법의 국회통과 이전부터 끊임없이 우려되어 왔던 것이기도 하다.
법원행정처의 공문에도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비정규직 보호법률｣과 관련하여” “법원내 비정규직 근로자”를 집단해고하고 외주용역화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정부여당이 선전해온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확산법이자 외주용역촉진법에 불과하다는 것을 사법부가 앞장서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은 철저히 배제한 상태에서 도입된 기간제한 조항은 결국 사용자들이 마음껏 합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해고 및 외주용역화할 수 있는 명분과 칼자루만을 쥐어준 것이다. 법질서의 심판자 역할을 하는 사법부에서도 비정규노동자들을 쫓아내고 있으니 그 뒤를 따라 얼마나 많은 비정규노동자들이 이 법을 이유로 정든 일터에서 쫓겨나게 될 것인가? 법안통과로 자신들의 정치이력에 한 줄을 덧붙인 국회의원들이 희희낙락하며 연말을 보내는 동안 정작 그 법이 보호하겠다고 한 비정규노동자들은 수십년 일해 온 직장에서 한마디 항의도 못한 채 피물을 흘리며 떠나야 하는 상황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난 8월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하면서 상시지속적 업무의 무기계약화 등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책은 2007년 예산에도 반영되지 않고 운영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왔으며 그 결과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들은 더욱 가혹한 실직과 외주화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한국철도공사가 그간 직접고용되어 일해왔던 새마을호 승무원들 100여명을 KTX관광레저로 외주화할 방침을 세워 진행하고 있으며, 경기도 광명시와 도시철도공사 등에서도 유사한 계약해지 통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니 때마다 발표되는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도대체 어떻게 신뢰성을 얻을 수 있겠는가? 정부대책은 결국 비정규직들의 목을 쳐내서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에 정부는 무엇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는가?
법원은 이제라도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해지 조치를 철회하고 재계약을 실시하여야 한다. 정부는 최소한 스스로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라도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과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일선 행정기관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집단해고 사태의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시행도 되기 전부터 비정규노동자들의 집단해고와 고용불안을 낳고 있는 비정규직법을 전면 재검토하고 비정규노동자의 권리보장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850만 비정규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법원은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계약해지와 외주용역화를 즉시 철회하고 고용을 보장하라!
정부와 국회는 외주용역화 부추기는 비정규직법을 무효화하고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에 나서라!
2006. 12. 29
(사)한국비정규노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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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비정규직법 명분으로 비정규직 집단해고하는 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