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울린 고 김동윤 조합원 여동생 추모사
14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고 김동윤 열사 정신계승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김동윤 조합원의 여동생 김동순씨가 눈물과 함께 낭독한 추모사가 집회 현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한 송이 뜨거운 불꽃이 되어 화물차 없는 세상으로 가신 울 오빠”로 말문을 연 여동생은 “학교 가는 두 딸에게 두둑한 용돈 한번 주어보지 못하고 꼬깃꼬깃 천원짜리 한 장씩을 꼭 끌어안으며 쥐어 주시던 오라버니”라며 오빠의 아픈 자식사랑을 회상했다.
“화물차 운전을 처음 시작할 때 꿈과 희망으로 가슴 설레던 오빠”는 6년의 화물차 운전으로 “가족들이 지기에는 너무도 많은 빚과 남편·아버지라는 이름만 남겨놓고 떠나버린 무정한 오빠”가 돼버렸다.
“오빠는 할인마트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피곤에 지쳐 잠든 올케 언니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분신하는 날 아침) 학교 가는 두 딸을 끌어안고 방안을 빙글빙글 돌며 “아빠! 오늘 왜 이래요”하는 물음에 눈물 한 방울 비치지 않고 어떻게 두 딸을 학교에 보낼 수 있었단 말입니까”라는 대목에선 먼저 간 오빠에 대한 원망이 절절하게 묻어났다.
여동생에게 오빠는 “아는 것이라곤 화물차 운전이요, 맛있게 즐겨 먹는 음식이라곤 막걸리 한 사발이 고작”이었지만 “기름 때 묻은 화물연대 티셔츠는 화물노동자의 현실이고 사랑하는 가족의 웃음”이라고 말한, 그야말로 철저한 화물운송노동자였다.
“오빠의 진정한 마음을 그때는 몰랐던 것이 원망스럽다”는 여동생은, 그래서 이렇게 다짐했다. “화물차 속에도 화물연대 조끼 하나, 집에도 화물연대 조끼 하나. 이제 오빠가 남기고 간 두 벌의 투쟁조끼를 올케 언니가 하나 입고, 내가 하나 입고, 사랑하는 딸자식의 가슴 속에도 한 벌 입혀, 오빠가 만들지 못한 사람 사는 세상, 화물노동자가 숯덩이가 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랍니다”라고.
14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고 김동윤 열사 정신계승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김동윤 조합원의 여동생 김동순씨가 눈물과 함께 낭독한 추모사는 집회현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그 속에서도 화물연대 활동을 소중하게 여겼던 고 김동윤 조합원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는, 먼저 간 오빠에 대한 원망과 사랑이 절절한 김동순씨의 추모사를 원문 그대로 싣는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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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뜨거운 불꽃이 되어 화물차 없는 세상으로 가신 사랑하는 울 오빠.
화물차 운전을 하며 근심 걱정스런 눈빛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학교 가는 여학생만 보아도 모두가 사랑하는 내 두 딸들 같다고 말씀하시던 조용한 성격에 늘 자상하시던 울 오빠.
이제 오빠라는 이름만 남겨놓고 하늘나라에서 웃고 계신 내 사랑하는, 울 오빠 이야기입니다.
육년 전 처음 화물차를 시작하실 때 꿈과 희망으로 가슴 설레던 오빠를 보며 근심과 걱정보다는 저 화물차 한 대로 오직 사고 없이 올케 언니 고생 안 시키고 사랑하는 두 딸 공부시키는데 어려움 없도록 두 손 모아 기도했건만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미소 지으며 편안하시길 기도하는 동생의 기도를 아시는지…
새카맣게 숯덩이가 되어 사랑하는 가족들의 눈에서 검은 눈물이 흘러내리게 하는 무정한 오빠. 그렇게 좋아하시던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어금니가 없어 김치 조각을 우물우물 삼키며 ‘아~좋다’하고 씩 웃던 오빠.
학교 가는 두 딸에게 두둑한 용돈 한번 주어보지 못하고 꼬깃꼬깃 천원짜리 한 장씩을 꼭 끌어안으며 사랑하는 딸자식 손에 쥐어 주시던 오라버니.
빛이 바랜 티셔츠 두장으로 한해 여름을 보내는 오빠를 보며 다음에 시장 가서는 티셔츠 한 장 사다 드려야지 했는데. 어느 날인가 깨끗한 흰 바탕에 왼쪽 가슴에 화물연대라고 써진 티셔츠를 입고 있기에, “오빠, 기름때 묻는 운전을 하시는 오빠가 올케 언니 힘들게 왜 흰 옷을 입느냐?”고 핀잔 어린 목소리로 물었더니 이 티셔츠는 오빠에게 희망이요, 꿈이요, 그리고 화물운전자의 현실이고 흰 옷 위에 묻은 기름때는 사랑하는 가족의 웃음이라고 말씀하시던 오빠의 진정한 마음을 그 때는 몰랐던 못난 이 동생이 원망스럽습니다.
육년의 화물차 운전으로 가족들이 지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빚과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두 딸에게 남편과 아버지라는 이름만 남겨놓고 불꽃이 되어버린 무정한 오빠.
오빠는 할인마트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 후 피곤에 지쳐 잠든 언니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습니까?
잠든 아내 곁에서 조용히 일어나 무릎 꿇고 올케 언니에게 무엇이라고 속삭였습니까?
내일 아침 내가 죽고 없어도 사랑하는 두 딸들 공부 잘 시키고 건강하게 잘 키우라고 부탁했습니까?
아니면 여보 더러운 세상 나 먼저 가니 당신에게 두 딸을 부탁한다며 속삭였습니까?
학교 가는 두 딸을 꼭 끌어안고 방안을 빙글빙글 돌며 “아빠 오늘 왜 이래요”하고 물었을 때 오빠는 눈물 한 방울 내 비치지 않고 어떻게 웃으며 두 딸을 학교로 보낼 수 있었단 말입니까?
오빠, 무정하고 원망스런 오빠
누가, 무엇이 오빠를 이렇게 만들었단 말입니까?
오빠가 아시는 것이라곤 화물차 운전이요, 맛있게 즐겨 먹는 사치스런 음식이라곤 막걸리 한 사발이 고작이었는데, 왜 이 현실은 세월이 가면 늘어나는 건 빚이요, 가슴에 새기는 건 원망과 한숨뿐이란 말입니까?
오빠 화물차 속에도 화물연대 조끼 하나, 집에도 화물연대 조끼 하나가 있다고 올케 언니가 이야기했습니다.
두 벌의 화물연대 조끼로는 오빠가 만들고자 했던 세상을 만들 수 없었던 가요?
이제 오빠가 남기고 가신 두 벌의 투쟁조끼, 올케 언니가 하나 입고 내가 하나 입고 사랑하는 딸자식의 가슴 속에 한 벌을 입혀, 오빠가 만들지 못한 사람 사는 세상, 화물노동자가 숯덩이가 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랍니다.
오빠, 울면서 불러도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사랑하는 내 오빠, 가족들의 미래는 화물연대에 맡기고 동생이 화물연대 조끼를 입고, 화물노동자가 웃으며 일할 수 있는 세상, 온 몸에 신나를 끼얹고 한 송이 뜨거운 불꽃이 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그날을, 오빠! 맑은 하늘 위에서 웃으며 두 손을 꼭 쥐고 지켜보아 주십시오.
오빠, 오빠 이름 한번 불러 볼랍니다.
무정하고 원망스런 그 이름, 동윤 오빠, 동윤 오빠, 동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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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없는 세상으로 간 울 오빠"
